매해 서울대에는 신입생이 3000명 가량 정도 들어옵니다. 그리고 재학 중인 학부생만 해도 10000명을 웃돕니다.
그런데 경영대 한 해 신입생은 130~140명 가량입니다.
130~140 x 4 -> 520~560명입니다.
따라서 이 지표에서조차도 참여율이 10%밖에 안됐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런 구체적인 결과를 보고도 서울대 시국선언에 대해서
'와 1330명이나 참석했네요!!!' 라는 반응이 나오시는가요?
그리고 학생들 90%가 찬성하고 학내에 논란, 잡음이 없다구요?
(밤까마귀님, boardwalk님께 특히 묻고 싶네요)
아~찬성률이 여기서 89.63%가 나오긴 나왔네요.
대충 알겠네요. 밤까마귀님이 이걸 보고 찬성률이 90%라고 주장하신 것 같네요.
그런데 어쩌죠?
애초에 다른 특정 사이트에 클릭해서 접속해야 설문에 응할 수 있었던 이번 설문 조사에 대해서
일반 학우들은 제대로 된 홍보조차도 받지 못했어요. 문자? 메일? 뭐 하나 날라온 것 없었습니다. 오로지 페이스북에 달랑 글 하나 올라왔었죠.
혹시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설문 조사를 할 것이다 참여해달라' 라는 공지사항이 올라왔을 지 모르겠네요.
근데 과연 본인의 공부나 진로에 바쁜 일반 학우들이 총학생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들어가서 일일히 체크할 만큼 시간이 넉넉했을까 싶네요.
즉, 한마디로 말해서 이번 시국선언을 앞두고 이루어진 설문조사는 접근성 자체가 엄청 떨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계 결과를 떠나서 이미 '대표성' 이 확보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소수의 관심 있는 사람들(좋게 잡아줘도 전체 학생의 10%에 불과)만 참여해서 나온 결과가 89.63% 라고 해서
밤까마귀님 말대로 '전체 학생들의 찬성률이 90%' 라고 주장하는게 올바른가요?
바로 그것은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는거죠 ㅎ.ㅎ
그래서 이번에 총학이 시국선언 말미에 '서울대학교 학생 일동' 이라고 쓰지 못하고
설문조사에 참석한 인원 중 '찬성' 한 재학생 1205명 + 대학원생 + 졸업생만을 대표했다고만 썼던 겁니다.
총학 스스로도 학교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할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애초에 설문조사 자체도 접근성이 떨어졌고 참석률이 10%도 안됐으니깐 말이죠.
또, 아까 그 베오베 글의 댓글에서 boardwalk님이
서울대학교 자체 학생 사이트 'snulife'의 여론 스크린샷(총학 파이팅, 시국선언 잘했다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학내 여론에는 논란과 잡음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boardwalk님도 스랖을 자주하신다면 아시겠다시피,
애초에 snulife 자체는 좌 성향으로 기운 재학생, 졸업생들이 많이 찾는 편이죠.
굳이 멀리 안 봐도
작년 대선만 해도 대선 직전까지 문재인 의원의 승리를 예상하고 당선 확정 분위기가 주를 이루며
낙선 후에도 닭그네와 색누리당에 대한 비판, 푸념 등의 글이 올라오던 곳이 snulife예요.
즉, snulife 여론은 절대로 학내 전체의 여론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상에서 '총학 잘한다긔 짝짝' 한다고 해서
오프라인 상에서도 그렇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오류라는 겁니다.
사실 서울대 총학이 이번에 시국선언을 앞두고 그것에 찬성하냐 안하냐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것도
온-오프라인 상의 온도차를 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총학이 6월 20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도
학내에서는 많은 반발이 있었는데
'니네 총학이 뭔데 우리 일반 학생들을 대표하냐?'
'설사 대표한다 할지라도 우리에게 물어보고 나서 기자회견 할 지 안할지를 정해야지 왜 니들 멋대로 하냐?'
라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이러한 비판을 들은 총학이 그래서 이번에 그 때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기자회견 후부터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대표성' 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지요. (물론 10%밖에 참여안해서 이번에도 망했지만 말이죠)
여하튼 이렇게 애초에 시국선언에 찬성하는 지 반대하는 지를 묻는 설문조사는 참여율이 저조했어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즉, '총학 잘했다, 잘하는 거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 외에
'검찰 조사 및 국정조사 끝날 때까지 좀 기다려보고 나서 생각해보자',
'아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큰 문제 아니다. 총학 가만있어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다 까놓고 말해서 '국정원 댓글들로 대선 결과 안 바뀌었다, 민통당 떼쓰지마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주로 새누리당 측 지지들이거나 혹은 극우 일1베1충인 경우가 많죠.
물론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에 대해 '비판적인 스텐스'를 취하는 학생들이 좀 더 많은 것은 사실이예요.
대개의 학우들은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면 민주주의를 파괴한 행위이기 때문에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명백하게 검찰, 국정 조사를 통해 드러나면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고 부차적으로 국정원의 내부 개혁도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해요.
그런데도 왜 이렇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학생들이 시국선언에 반대하거나, 시국선언에 적극적 참여를 하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은 중구난방식으로 산발적인 증거 및 심증, 추측들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솔직히 개입한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아직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할 정도로 검찰, 국정 조사를 통해 그 커넥션이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즉, 섣불리 판단못하겠다 이거죠.
다시 말해
'오늘 행해진 7.12 서울대인 선언(시국선언)이 과연 시기적으로 적절한 지',
'그리고 시기를 떠나서 우리 학교가 나서서 시국선언이나 촛불 규탄 대회를 여는 것이 옳은지'
'지금 국정원 검찰 조사, 국정원 국정 조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한쪽의 스텐스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에 대해서 의견이 많이 갈린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무조건적인 찬성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무조건 '물타기' 라구 폄하받아야 됩니까?
그리고 중간자적인 위치에서 관망하고 난 뒤 결정을 내리자는 사람들 역시 수수방관자에 불과하다는 겁니까?
또한 반대한다고 무조건 베1츙이 인가요?
베1츙이들이 아니더라도
'댓글 몇개로 대선 안바뀌었어, 국정원이 계획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직원들이 몇개 씨부린거야' 라고 생각하는
일반 새누리당 지지자(특히 세뇌된 50~60대 이상 노인들)이나 중도층 국민들 많아요.
그것도 지들 자유예요. 우리가 뭐라할 수 있는 게 아니예요.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여하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번 서울대 시국선언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할 지 말지 여부가 정해졌는데,
설문조사 자체에 이미 접근성이 최악으로 낮았고
참여율은 좋게 봐줘도 10%밖에 안되었기에
절대로 서울대 전체의 대표성을 띠지 못하고
그에 따라 '학내 여론은 90% 이상 찬성이다. 나머지는 모두 물타기 ㅉㅉ' 라는
주장은 현재 서울대 학내의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