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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진상에 관한 글을 보니 옛생각이 나서(2)
게시물ID : soda_41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추장삽겹살
추천 : 33
조회수 : 2513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8/10 15:22:25
세상에 베오베라니 깜짝 놀랐네요^^ 갑작스런 성원에 힘입어 뒷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편: http://todayhumor.com/?soda_4135
 
앞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이미 .
잘리기로 마음먹은 나는 더 이상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음. 
1편에 나온 저녁마다 오던 주정뱅이 아저씨가 찾아 오지 않은 지 이틀 째 되던 날.
새벽에 40~50대로 보이는 남자들 세 명이 들어옴. 이미 거나하게 취한 이들은 그대로 귀가하기가 아쉬웠던 것인지 술들을 집어들기 시작함.
금세 카운터에 술과 안주류 과자들이 쌓임. 수북히 쌓여 있던 것들을 계산하니 당연히 십만원이 가뿐히 넘음.
 
(아저씨들 예상치 못한 가격에 인상을 찌푸리며)"야! 뭐가 이렇게 비싸!"
"예?"
"이 새끼야 여긴 뭐 물건에 금이라도 발랐어! 뭐가 이렇게 비싸냐고!"
보통 이러면 고객을 달래야함 하지만 잘리겠다는 계획이 잘 먹히지 않아 짜증이 나있던 나는 당연히 불친절하게 나감.
"술도 비싸고 안주도 비싸고 뭐 과자도 비싸고 여긴 원래 다 비싸요."
"뭐 임마!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다 비싸다고요. 여기에 안 비싼게 없어요. 아, 삼각김밥은 싸네요.(당시 500원). 그거 빼고 다 비싸요. 여기 가게가 원래 이상하게 다 비싸요."
내가 비싸다는 걸 순순히 인정하자 아저씨들이 당황하기 시작함.
"이 새끼 이거 웃기는 놈이네. 비싸게 파는 게 자랑이야!"
비싸다길레 맞다고 해주는데도 이새끼 저새끼 찾으니 나도 슬슬 짜증이 폭팔했음.
"아! 나라고 비싸게 파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아나! 찍으면 가격이 나오는 걸! 뭐 막 내가 여기서 번호 눌러서 가격 입력하는 게 아니라고! 내가 팔면서 가격 정하고 그랬으면 나도 좋겠네. 막 컵라면 하나에 백원씩 팔아보게. 과자 한봉지에 십원씩 팔아보고 아니 그냥 이 편의범을 만원에 팔고 막! 어!"
내 짜증이 폭발하자 순간 분위기가 험악해짐.
"아니 근데 이새끼가 어디서!"
"남의 돈 먹는 먹는 새끼 주제에 돌았나!"
순간 여기서 더 나가면 진짜 싸움이 나고 내가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듬.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 거기다 남의 돈 먹은 놈이라는 말에 울컥하고 화가 치솟았음. 그래 어차피 막나간거 그냥 미친자가 되자고 결심함.
"그래 내가 남에돈 45만원 먹느다 그래! 날밤 새면서 어! 아이고! 나란 인간이 참 엄청나게 드시구나 그래! X발 재벌 되겄네! 으아아아악! 내가 날밤 새서 45만원 버는 게 그리 꼬와! 그럼 패! 치라고! 나 병원가서 한 번 누워보자 어! 이번에는 병원에서 남의 돈좀 먹어보자!"
태어나서 그리 악을 써본적이 없음. 이쯤 되니 나도 내가 놀라울 지경 원래 겁많은 인간인데 다 내려 놓으니 이런 똘끼도 나오는 구나 하고 신기함. 
내가 반 미친X처럼 나오니 아저씨들도 욕만하지 더 세게 나오지 못함. 잠시 후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난 핸드폰을 꺼내들고 경찰 부르겠다고 난리를 침. 결국 아저씨들 욕만 줄창 하며 퇴장함. 
난 cctv를 보면 비록 소리는 녹음이 안되지만 내가 미친짓 하는 게 녹화 됐으니 잘릴 수 있을 것이랑 희망을 품음. 하지만 안잘림. 당시 바빠보였던 사장이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이라 추측함.
그리고 다음날 무슨 일인건지 매일 오던 진상들이 안옴. 계획이 실패한 것이가 하며 절망하면서 새벽 시간이 가까워 올 때 왠 여자분이 들어오심. 새벽에 오는 손님이 으레 그렇듯 엄청나게 취해 있었음.
그런데 갑자기 화장실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름.
 
"화장실 가져와!"
"(순간 이분이 요강을 원하는 건가 아니면 이동식 화장실을 가져오라는 건가 고민을 잠시함) 화장실은 여기서 나가서 왼쪽으로 돌아 가시면 공중 화장실이 있어요."
"씨발 화장실 가져오라고! 안 가져오면 그냥 여기다 싼다!"
내 새벽 시간 알바하며 별의별 주사를 다 봤지만 화장실 안 내놓으면 가게에 소변 본다는 주사는 처음이었음. 심지어 여성분이 ;;;;; 어떻게든 말려 보려 했지만 술취한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리가 없음. 대체 내가 왜 이 새벽에 남이 소변 보는 걸 말려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솟아남.
"아! 모르겠으니까 싸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해요! 바닥에 오줌을 싸든 아이스크림 통에 똥을 싸든!"
맘대로 하라고 판을 깔아주면 오히려 그러지 못한다고 했던가 결국 그 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감  하지만 왔다간 흔적을 남기기 위해 문 앞에 토를 해놓음.
내 맨탈이 바스라져 나빌레라가 됨. 더 이상은 못참음. 그래 어차피 막가는 거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기로 함.
당시 편의점의 최고 수입원은 아침 시간에 들리는 중딩들이었음. 내 근무가 끝나는 여덟시 쯤 우루르 몰려와서 사방을 엉망으로 해놓고 라면용기 개판으로 해놓고 우르르 몰려 나가는 패턴을 반복하는 통에 퇴근 시간이 제일 정신 없었음. 최고 수입원들을 건들기로 결심한 나는 먹은 것들을 안치우고 가는 애들은 넘어가도 엉망으로 어지러 놓고 일부러 보라는 듯 바닥에 쓰레기 버리고 가는 놈들을 잡기 시작함. 
잡아서 빗자루 주고 치우고 가라고 시킴. 애들 당연히 못하겠다고 자기네가 이걸 왜 하나고 난리침. 
난 그럼 못나간다고 문 앞을 막고 섬. 그렇게 한참 실랑이를 해고 애들은 대충 치우는 시늉만 하고는 짜증을 내면서 나감. 
그리고 내 예상대로 그렇게 실랑이를 했던 아이들 중 몇몇의 엄마가 편의점으로 와서 거세게 항의를 함. 니들이 뭔대 내 자식한테 청소를 시키냐.
무슨 권리로 애들을 윽박지르느냐 항의를 하고 그 소식을 들은 사장은 드디어 나를 잘랐음. 
그렇게 두 달간의 파란만장한 편의점 알바 생활이 끝남.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뭔가 결말이 허무하네요. 하지만 해고 통지를 받은날 저는 두 팔을 쭉 펴고 만세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20살이나 되서 그런 부당한 월급을 참고 잘리려고 바둥거리던 모습이 창피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된다고 잘 포장되어 머릿속에 담겨 있네요.
마지막으로 그 편의점은 얼마 안가 망했습니다. 월급 조금주면서 노동력 착취한다고 소문이 나서 알바를 못구했다고....나중에 저한테도 사장이 연락와서 잠시만 도와 달라길래 단칼에 거절을....내가 가장 열심히 소문 퍼트린 사람일 거라 자부하는데 다시 할리가 없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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