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FC 서울의 천적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수원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4라운드 홈 경기에서 서울을 1-0으로 꺾었다. 수원은 청명한 휴일 오후를 맞아 4만3,352명의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숙적을 꺾으며 K리그 사상 최단 기간 300승 기록을 세우는 겹경사를 맞았다. 1996년부터 K리그에 참가한 수원은 640경기(300승 165무 175패) 만에 300승 고지에 올라 성남의 종전 기록(758경기)을 크게 앞당겼다.
반면 서울은 5연승 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리며 2년 넘도록 라이벌을 상대로 단 1점의 승점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수원의 올 시즌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스플릿 라운드에 들어 포항, 전북에 잇달아 패배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FA컵에서도 8강전에서 경남과 승부차기 접전 끝에 져 탈락했다. 반면 서울은 올 시즌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시즌 개막 때만 해도 전력이 전북, 수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였지만 최용수 감독의 절묘한 팀 운영으로 정규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양 팀의 맞대결에서는 매번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수원은 '서울에 특화된 팀'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은 수원만 만나면 경기가 꼬인다. 승점은커녕 골을 넣기조차 힘들다.
이날 경기에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원은 후반 5분 오장은이 터트린 행운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으로 승리했다. 수원은 이로써 'K리그 슈퍼매치'라고 불리는 서울과의 라이벌전 7연승(FA컵 포함) 행진을 이어갔다. 수원은 지난 2010년 8월18일 정규리그 홈 경기(4-2) 이후 서울과의 7번 맞대결에서 모조리 승리했고, 홈에서는 2008년 12월 챔피언결정전 2차전(2-1) 이후 5연승 행진이다. 반면 서울은 지난해 3월 이후 수원전 6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라는 악몽이 이어졌다.
경기 초반부터 서울에 악재가 잇따랐다. 전반 18분에는 에스쿠데로, 전반 22분에는 최태욱이 부상을 당해 벤치로 물러났다. 수원만 만나면 침묵하는 데얀과 몰리나 콤비는 이날도 무기력했다. 특히 데얀은 전반 31분과 후반 44분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치며 득점 1위(25골)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반면 수원에는 행운이 따랐다. 후반 5분 페널티 지역 오른 측면에서 오장은이 문전으로 올린 크로스가 전진해있던 서울 골키퍼 김용대의 키를 넘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경기 후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기 초반 공격수 두 명이 부상으로 교체된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이로 인해 공격이 활발하게 풀리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데얀과 몰리나(16골 15도움)가 유독 수원만 만나면 부진한 것에 대해서는 "나도 그들에게 수원전에서 골과 도움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묻고 싶다"고 답답해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내용과 결과 모두 준비한대로 나와 만족스럽다. 미드필드 싸움에서 앞선 것이 승인으로 작용했고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줬기 때문에 오장은의 선제골 같은 행운도 따랐다"고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서울과 수원은 다음달 4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올 시즌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