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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왕따의 일기
게시물ID : panic_41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ha
추천 : 11
조회수 : 35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9/07/28 23:34:52

2008년 3월 1일 날씨 맑음

신학기가 시작됐다. 많은 친구를 사귀고 싶다. 중학교땐 왕따를 당했지만, 
ㄱ고등학교는 ㄱ중학교 애들이 별로 많이 오지 않았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지. 

2008년 3월 15일 날씨 흐림

요새들어 점점 환청 비슷한게 자주 들린다. 이명 같기도 하고, 지난번에
A한테 귀를 맞은게 문제였던 것일까. 좀 조심했어야 했는데 내가 왕따티를
내지 않으려고 너무 오버했던게 탈인거 같다. A한테 찍혔으니 좀 고생할지도...

2008년 3월 27일 날씨 좆같음

A와 그의 무리들한테 정말 피를 토할 정도로 맞았다. 머리도 많이 맞았다.
이거 이러다 잘못되는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학기 초부터
꼬여도 제대로 꼬인 생활...어쩌면 좋지?

2008년 4월 1일 날씨 비

내가 미친걸까. 사람들 머리가 음표로 보인다. 얘를 들어 명찰에 진혁이라고
써있는 친구는 8분음표. 미영이는 16분음표. 그런데 이 친구들 원래 얼굴이
기억이 안난다. 높은음 자리표가 들어와 수업을 한다. 

2008년 4월 20일 날씨 맑음

처음에는 그나마 대화가 통했던 음표인간(?)들이 점점 음으로만 들려온다.
계속해서 귀는 아프고, 심지어 이제는 공중에 오선지까지 떠있다. 시끄럽다.
평소 음악적 소양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이 불협화음들은 너무 짜증난다.

2008년 5월 11일 날씨 흐림

음표들이 날 미치게 한다. 그 시끄러움과 불협화음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제대로 된 음악을 완성하려면 내가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즉 내가
작곡가이자 지휘자가 되어 이 음들을 통제하는 수밖에 없는것이다. 

2008년 6월 4일 날씨 맑음

지휘봉을 샀다. 꽤 복잡한 경로를 통해 겨우겨우 구했다. 이제 어질러져 있는
음표들을 정리할 수 있겠지. 내일이면 최고의 음악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악상은 머릿속에 있으니 그대로 재현하는데 문제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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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5일. ㄱ 고등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이 복수를 위해
uzi 기관총으로 학생들을 향해 난사. 사망자 28명 사상자 53명의 폭력사건을
일으켰다. 피의자 학생의 일기를 토대로, 현재 정신질환 판정을 받아 A정신병원
에서 구속 수감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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