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초등학교 때 엄마아빠 별거하고 엄마는 우리 먹여살린다고 투잡뛰느라
나는 방과후에 배우고 싶은거 다 제끼고 몸 불편한 동생 돌본다고 친구랑 놀지도 못하고 초등학생 시절은 그렇게 다 보내고
중학교 3학년때 엄마아빠 다시 재결합해서 어릴때 살던 집 들어가서 살았는데
뭐 아빠는 거진 십년만에 가족을 다시 찾았으니까 좋다고 이쁜 딸 엉덩이 톡톡 거리는데 나는 사춘기라고 싫다고 짜증내고 빽빽거리고
아빠 무시하고 쌩까고 엄마 소중한줄만 알고 엄마만 챙기고 그렇게 살았는데
나 시집간지 얼마나 됐다고 우리 아빠 폐암이래
벌써 여기저기 전이됐대 엄마 아픈거만 알았지 아빠 아플건 꿈에도 몰랐다
아빠는 평생 안 아플 줄 알았는데 암이랜다
아빠는 환갑 안 하고 칠순잔치 한다매
내가 손주 낳아주면 엄마랑 아빠랑 손주 데리고 미꾸라지 잡으러 다닌다매
암 선고 받은지 벌써 몇달이 됐는데도 아빠 없을 생각하면 눈물이 자꾸 나고
안그래도 왜소한데 살은 벌써 10키로도 더 빠지고 머리 숱도 많은 아빠 듬성듬성해서는 칠푼이 같더라
어디 가만히 있는거 싫어하시는 분이 며칠 내내 누워만 있고
진작에 애교도 좀 많이 떨걸 사랑한다고 좀 할걸 이쁜짓도 많이 하고 그럴걸
후회된다 아빠
왜 미워하고 싫어하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더 힘내자 아빠 다른 사람들도 폐암이던 무슨암이던 다들 잘 이겨내더라
저번에 티비에서 의사 아줌마도 위암인데 20몇군덴가 30몇군데 전이됐는데도 잘 살고 있잖아
우리도 이겨내자 꼭
아빠 진짜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