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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홉 번째 손님
게시물ID : panic_415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20
조회수 : 226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1/24 05:37:56
 어머니 어떻게 하면 좋아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저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살았어요. 선하게 살라고 하셨잖아요.

착하게 살려고 안간힘 썼습니다.
남을 위할 줄 아는 법을 알고 싶어서 노력했어요.
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생각합니다.

하루에 단 한 번의 거짓말도 안하기 위해 항상 속으로 말을 곱씹고 입을 열었어요.
화가 나면 그저 눈을 감았습니다. 속이 상하면 몰래 이를 깨물었어요.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얼른 숨을 참았습니다.

그런 저를 사람들은 때때로 비웃어요.

저도 제가 왜 놀림을 받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농담과 진담을 구분할 줄 모르나봐요.

거짓말과 참말을 구별하는 법을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대학교 동아리 오빠가 밤 12시에 모두 동아리실로 집합하라던 농담을 저만 진담으로 듣고
그 늦은 시간에 학교 언덕을 오른 적도 있었답니다. 일요일날 모두 회사로 출근하라는 회식자리의 장난을
저만 진지하고 받아드리고 텅빈 사물실에 출근한 일도 있었구요.

저의 그런 모습을 사람들은 비꼬아 말합니다.
그들의 말은 항상 바늘처럼 제 가슴을 찔러요.

그렇게 순진해서 험한 세상 어떻게 살려고 그래? 라고 묻습니다.

저는 그들 앞에서 할말을 잃어요.
그들은 뒤에서 저를 벙어리라고 부릅니다.

어머니. 저는 그렇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말을 항상 기억하고 되새기고 있어요.
저도 어머니처럼 선하게만, 바르게만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오늘 저, 처음 보는 남자에게 이야기를 건네받았어요.
그 남자는 가만 길을 걷던 저에게 어깨를 붙여왔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비명을 지르려다 헛바람을 들여 마셨었답니다.

그런데요, 어머니, 그런데요. 저 오늘 그 사람에게서, 세상 가장 올곧은 눈을 봤답니다.
그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정직한 눈을 하고 있었어요.

그가 저를 마주볼 때, 저는 제 마음이 그의 눈에 다 비취보이는 것만 같았답니다.
그 눈빛이 너무 투명해서 제 가슴 속을 전부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어요.

그와 눈이 마주치는 것이 마치 옷을 발가 벗는 행동같이 창피했어요.
창피해서 눈을 내리깔지 않고는 대화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서글한 웃음으로 미안합니다, 하고 인사말 같은 사과를 했어요.
의도적으로 제 어깨를 밀쳤다는 인상이었습니다.

해맑은 장난이란 인상이 드는 장난이요.

그 사람은 저를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스스럼없이 대했습니다.
갑작스러웠어요. 당혹스러운 마음에 혹시 저를 알고 있냐고 묻자, 그 사람은 저를 오늘 처음 봤다고 냉큼 대답했어요.

그 대답이 너무 빨리 돌아와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주눅이 든 저의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그 사심 없는 듯한 목소리를, 그 짧막한 물음을 들으면서 저는 자리에 주저 앉아버릴 뻔 했어요.
정말로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 것만 같았습니다. 그가 농담을 하는 줄 알고 웃음을 지으려고 했는데 그만 눈물이 고여 버렸어요.

그가 차라리 미련스러운 저를 놀리고 누군가와 합심해 저를 조롱하려던 거였기를 빌었습니다.

어머니, 근데요. 그의 표정이 그렇지가 않았어요.
저는 생전 그렇게 진실한 얼굴을 본 적이 없었어요.

그의 솔직한 얼굴을 대면하고 있자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거짓말쟁이들처럼 다 새빨갛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저에게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묻자, 그 사람은 제가 지금까지 봐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선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어요.

어머니 어떻게 하면 좋아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그는 제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저를 아홉 번째 손님이라고 말했어요.

아홉 번째 손님에게 무료로 사람을 죽여주겠다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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