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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NLL 국회 속기록 보니…새누리당 '두 얼굴'
게시물ID : sisa_4154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百年戰爭
추천 : 13
조회수 : 42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7/17 16:38:46
출처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30717140837

천용택-이양호 설전…이양호 "北 넘어와도 돼"

적지 않은 사람들은 북방한계선(NLL)을 불안하게 만든 세력을 민주당이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 그리고 국정원과 국방부 등 정부 기관까지 나서 정치적 공세를 펴온 탓이 크다. 그러나 NLL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민주당 세력은 고도의 연속성을 지켜왔다. 반대로 새누리당 세력은 자신의 집권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NLL을 대하는 태도가 판이하게 달랐다.

이걸 잘 보여주는 대화록이 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7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천용택 새정치국민회의 국회의원과 이양호 국방장관 사이의 설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 내용의 일부는 이미 언론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정확히 17년 전의 설전을 다시 읽어볼 가치는 있다. 국회 속기록에 담긴 논쟁 가운데 NLL 관련 대화는 아래와 같다.

천용택 : 군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남용되던 '안보문제의 정치적 악용'이 문민정부를 자처하는 현 정부하에서도 더욱 지능적으로 자행되고 있는데 대해 본 의원은 개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중략)

소위 북풍으로 표현되는 DMZ 사태에 대해서 묻겠습니다. 4월 4일 북한이 비무장지대 관리임무 포기선언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중대규모의 무력시위를 했을 때 미국 측은 단순한 휴전협정 위반사건으로 보고 대응하였고 북한의 대남공격 징후는 없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군은 심각한 무력도발 징후로 보고 전쟁전야와 같은 긴박한 상황을 연출하여 안보 불안상황을 조성했었습니다.(중략)

군의 이러한 대응조치는 국민의 안보 불안심리를 자극하여 4·11총선을 소위 '안보선거'로 치르게 함으로써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였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본 의원은 총리께서 재발방지를 약속해주시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그리고 총선이 끝난 후 북한 경비정이 서해를 침범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때 군은 "훈련 중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 "어민보호를 위해 우발적으로 월선한 것"이라고 오히려 북한 측을 두둔해주는 등 총선 전의 조치와는 전연 다른 대응을 했습니다. 더 위험한 해상침범은 국민에게 늦게 알리고 북한을 변호해 주면서 일개 중대규모의 휴전협정위반 및 무력시위는 온 국가가 들끓도록 하는 것이 과연 국익을 위한 대응이었는지 분명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이양호 국방장관은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후에 속개된 본회의에서 천용택 의원은 거듭 NLL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추궁했다.

천용택 : 판문점 사태 때 (북한군) 1개 중대의 휴전협정 위반사항을 얼마나 국가적으로 요란스럽게 떠들었습니까? 여러분들 아홉 시부터 저녁 뉴스에 보통 한 10분 내지 20분 동안을 TV의 영상매체를 처리해 가면서 공포분위기가 조성될 만큼 떠들었습니다. 그런데 북한함정들이 서해5도 근방에서 남쪽으로 5km는 내려왔습니다. 그것도 잠시 한 것이 아니고 세 시간, 다섯 시간 씩 위반했습니다. 이때는 국민에게 안 알렸습니다. 한 스물네 시간 후에 가볍게 지나갔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선을 보호하다 우연히 월선한 것이다, 이렇게 북한 측을 변호해주었습니다. 앞의 대응과 뒤의 대응이 전혀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안보에 위협이 더 심한 바다에서의 침범 행위는 변호해주고 단순히 휴전회담에서 위반사항으로 1개 중대가 진지점령훈련을 한 것은 나라가 금방 전쟁에 임할 듯이 떠들었던 이유가 뭐냐고 물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이 전혀 안 되었기 때문에 국방부장관의 재차 해명을 묻고자 합니다.

이양호 : 서해에서 북괴함정이 내려온 것은 왜 보도를 안 했느냐 그러시는데 서해함정이 내려온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 아닙니다. 이것은 서해에는 저희가 NLL선이라고 '노스 리미트 라인(North Limit Line)', 북방한계선을 이것을 우리가 그어놓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선들이 조업을 하다가 잘못해가지고 북측에 가까우면 잡혀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우리가 설정해 놓은 선이지 북측에서는 그것을 인정을 안 하지만 잠정적으로 그 선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기네들도 거기를 넘어오지는 않아요. 저희들한테로...... 그렇지만 이것은 정전협정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 북괴 함정들이 어선단속을 하다가 우리가 설정해놓은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것이에요. 엄밀히 따지면 공해 상에 우리가 그어놓은 선입니다 이게...... 그래서 한 몇 시간 있었기 때문에 야간에 새벽에 이루어졌어요. 네시반인가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그 사실을 기자실에 또 알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것이 보도가 나간 것이지 판문점 것을 과장보도를 하고 서해 NLL선 침범한 것은 축소보도를 했다 이것은 전연......

천용택 : (의석에서) 잘못되었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해야 될 것 아닙니까?

이양호 : 언론매체가 지금 저희가 얘기하면 듣습니까?

천용택 : (의석에서) NLL선은 우리가 어떻게 되었든 지난 50년 동안 한미 간에, 국가 간에 잠정적으로 인정한 통제선이에요. 어떻게 그런 말을 장관이 함부로 하세요!

이양호 : 그러니까 정전협정하고는 관계없이 우리가 설정한 선이다 이거에요.

김수한 (국회의장) : (장내 소란이 커지자) 장관! 가만히 계세요. 가만히 계세요. 의원들 발언하실 의원이 계시면 발언권을 신청을 해서 하세요. 장관 답변하세요.

이양호 :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공해상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선입니다. 이것은 정전협정하고...... 넘어와도 상관없는 거예요. 이것은......

어떤 의원 : (의석에서) 북한이 넘어와도 괜찮다는 것입니까?

이 양호 : 그렇지요. 이것은 정전협정하고 관계없이 우리 어선보호를 위해서 또 우리 해군함정이 북측 가까이 못 가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그어놓은 선이다 이거예요 우리가...... 그러니까 그것은 공해상에 그어놓은 선입니다. 이것이...... 남쪽으로 더 오지 못하도록 우리가 대응을 한 것이지요.


김수한 : (장내 소란) 국방장관! 국방장관! 답변 계속해 주시고 장관 답변에 흡족하지 않은 점이 계시면 다시 보충질문하실 용의가 계시면 발언신청을 해주시고 일문일답은 지금 안 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국방장관! 지금 답변 가운데 넘어와도 좋으냐 나쁘냐 하는 그러한 문답이 있었습니다마는 그 점은 있다가 잘 검토하셔서 신중히 답변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양호 : 그러니까 지금 제가 NLL선을 넘어와도 좋으냐고 말씀드린 것은 비무장 지대에는 군사분계선이 있습니다. 남방한계선이 있고, 이것은 분명히 정전협정에서 그어놓은 선이기 때문에 절대 이것은 넘어오면 안됩니다. 그런데 서해바다나 동해바다에 우리가 북방한계선이라고 그어놓은 것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은 것이니 이것은 정전협정하고는 관계없는 것입니다.

어떤 의원 : 넘어와도 괜찮다는 것 아니오?

이양호 : 그러니까 넘어와도 괜찮다는 것은 군사분계선과는...... 예, 그래요. 군사분계선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제가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김수한 : (장내 소란) 답변하세요.

어떤 의원 : (의석에서) 넘어와도 괜찮다고 했잖아요!

이양호 :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그래요. 맞아요. 아니 제가 분명히 하나 말씀드릴게 있어요. 군사분계선을 넘으면 그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니까 우리가......

김경재 (새정치국민회의 의원) : (의석에서) 정전협정 위반여부가 문제가 아니예요. 그 발언 사과하세요.

이양호 : 나중에 별도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김수한 : 조용히 해 주세요. 그러면 이것으로 통일·외교·안보에 관한 질문을 종결할 것을 선포합니다.


국회에서 벌어진 NLL 관련 최초의 논란이라고 할 수 있는 이날 본회의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다음날 국민회의는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망언"이라며 이양호 장관의 파면을 요구했다. 궁지에 몰린 국방부는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뜻이지 북방한계선을 넘어와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선일보>는 이양호 국방장관의 말이 맞다고 거들었다.

3개월 후에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천용택은 NLL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NLL선은 남북기본합의서에 명백히 남북 불가침선으로 못박혀 있는 국경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성격 규정은 아주 중요하다. 북한의 NLL 월선이 정전협정 위반은 아니더라도 남북 기본합의서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기초해 북한의 잘못을 분명히 따지고 NLL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박 정희 정권 당시에도 영해법을 제정하면서 서해 5도 인근 수역을 제외하려고 하자 민주당의 전신인 신민당 소속 엄영달 의원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그는 1977년 12월 16일 국회 본회의에 영해법안이 상정되자 반대토론을 신청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경제수역에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지적해둘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북괴가 지난 8월 1일부터 경제수역을 선포하고 심지어는 군사경계선까지 선포하여 우리 어민의 평화적인 어로 활동을 위협하고 서해 5개 도서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이때에 이에 대항해서 우리 정부는 왜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단 말입니까?

더욱이 북괴는 서해도의 연안해를 그 위치상으로 보아서 북괴 측 육지에 가깝다고 해서 그 인접수역이 그들의 영해라고 생떼를 쓰고 있는 판국인데 왜 우리 측은 서해 5도에 관해서 영해법안 속에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말입니까? (중략) 왜 우리 정부는 대북과 관계에 있어서도 대일본 관계에 있어서도 이렇게 소극적이며 이렇게 애매한 태도만을 계속 취해야 한단 말입니까? 본 의원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점입니다."

엄영달 의원의 이러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정일권 당시 국회의장은 토론을 종결시켰다. 그리고 서해 5도를 제외한 영해법은 그대로 통과되고 말았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NLL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제기한 당사자는 민주당의 전신인 야당들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영해법 제정 당시에도 그랬고 김영삼 정부의 NLL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질타한 당사자도 야당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NLL 사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서해상의 긴장완화와 공동 번영을 도모하려고 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 세력은 자신이 집권했을 때에는 정부의 태도를 문제삼지 않았다. 박정희, 김영삼 정부 때는 물론이고 노태우 정부 때 서해해상분계선을 "계속 협의"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없었다. 이랬던 새누리당 세력이 NLL에 대한 입장을 확 바꾼 시점은 1999년 6월이었다. 6월 들어 북한 경비정의 NLL 월선이 잦아지자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은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NLL을 침범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렇듯 과거를 복기하면서 오늘날의 상황을 짚어보면 이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NLL의 불씨를 만든 당사자는 새누리당의 이전 정권들이었다. 그리고 새누리당 세력은 정치적으로 이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 그 불씨에 부채질을 해냈다. 김대중 정부 때에는 햇볕정책을 공격하기 위해서, 2012년 대선에서는 죽은 노무현을 불러내 산 문재인을 잡기 위해서, 그리고 최근에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따른 불리해진 국면을 뒤집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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