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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의 단도직입]경찰 권위 스스로 꺾는 '정치 줄타기'
게시물ID : sisa_4155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百年戰爭
추천 : 4
조회수 : 2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17 21:53:25
출처 : 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newsview?newsid=20130717215007569

2007년 1월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가 당수로 있던 시절 총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밀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1998년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인턴 여직원과의 성추문 의혹으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았다. 유럽 국가에선 교통법규를 어긴 국회의원이나 판사가 경찰에 단속당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보도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법앞의 평등' 원칙이란 것을 확인해 주는 사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권력, 명예 등 모든 가치가 불평등하게 나뉘고 계층 간 벽을 뛰어 넘기 어렵지만, '법'만큼은 신분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된다는 상식이 대다수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의 체제 순응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민주 국가에서 경찰과 법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철저하게 지켜진다. 대통령이나 총리, 국회의원이 물러나면 다시 선출하면 되지만, 경찰과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하면 사회 통합과 응집력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추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최고위 경찰간부인 서울경찰청장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며 증거를 조작하고 허위발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것도 모자라 경찰청 국장급 간부가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식사자리에서 여당 국회의원에게 뺨을 맞고도 쉬쉬하며 은폐한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두 사건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발생한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과 직접 연결돼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간부를 폭행한 여당 국회의원은 '남재준(현 국정원장)보다 못하다'며 화를 낸 끝에 뺨을 때려 '단순한 개인간 폭행'이 아님을 시사한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불리한 국정원 사건의 국면전환을 위해 남재준 국정원장처럼 온몸을 던지는 '충성'을 하지 않는 '경찰 조직'의 뺨을 때린 상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갑중의 갑'이라는 검찰마저 '원세훈, 김용판 구속'이라는 의지를 꺾는 마당에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역사의 굴곡과 함께해 온 대한민국 경찰은 그동안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과거의 오명을 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특히,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자랑스러운 '민중의 지팡이'가 된 신세대 경찰관들의 자부심과 사명감은 세계 어느 경찰 못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과거사 때문에, 그리고 고위 경찰간부들의 정치적 줄타기 때문에, 거리에서 시민들로부터 불신받고 저항당하는 치욕을 겪으면서 사기가 꺾이고 있다.

법규 위반이나 단속 현장에서 '왜 나만', '힘센 나쁜 놈들한테는 꼼짝 못하면서'라는 흥분한 시민의 볼멘소리 앞에서 이를 악물 뿐이다. "우리는 정의의 이름으로 진실을 추구하며 어떤 불법과도 타협하지 않는…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오직 양심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의로운 경찰이다"라는 경찰헌장 내용이 입안에서 맴돌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슈퍼갑의 횡포'가 비단 경찰의 권위와 자존심만 짓밟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차 대전 당시 이웃 사람들이 차례로 유태인, 동성애자, 정신질환자,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나치 게쉬타포에게 잡혀가자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던 독일인 역시 '이웃에 유태인이 사는데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잡혀가게 되자 불의에 침묵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는 일화가 있다. 정의가 무너지고 불의가 판치면, 언젠가는, 다음 번엔, 나와 내 가족 혹은 자손이 부당하고 억울한 '갑의 횡포' 앞에 무너질 수 있다는 자각이 필요한 때다. 해당 국회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권력을 틀어쥔 극소수의 '슈퍼 갑'은 경찰의 뺨을 때리고 헌법을 유린하고, 법과 제도를 짓밟아도 괜찮다는 '망국적 법치붕괴'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의 이익보다 헌법과 법제도, 그리고 '사회정의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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