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내가 바라본 교수님의 얼굴에는 검은 안대가 살포시 드리워졌고 교수님 뒤로 빛나는 후광은 '궁예'라는 글자를 새겼다. 어찌됐건 그 후로 난 그 교수님을 진정 존경하게 됐고 졸업후에도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렇게 조가 편성됐고 조별로 둘러앉아 조별 안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라고 외치던 그 아이의 목젖에서 다른 말들이 술술 새어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쾌변 직전의 응가처럼 농익었고 묵직했다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할 수 없어 듣는둥 마는둥 수업을 마쳤다 조원끼리 교환한 이메일을 적은 종이 한장이 혹시나 날아갈까 품안에 꼭 품고 집에가는 버스에 올랐다
무어라고 말을 전할까 적당한 핑계도 얘깃거리도 떠오르지 않았다 귓가를 파고든 그 아이의 목소리는 어느새 전두엽을 파고들었고 나는 더이상 어떤 사고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