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소년 수표 5천만원어치 절도, 아버지가 쓰려다 검거 12살짜리 아들이 훔쳐온 5천만 원 상당의 수표를 아버지가 사용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아버지는 평소 아들의 이 같은 비행을 모른 척했을 뿐만 아니라 훔친 금품을 자신이 써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 8일 오전 11시쯤. 종로구 묘동의 한 은행 안에서 A(12.초등학 5학년 중퇴)군이 현금자동인출기가 들어 있는 기기실 안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당시 은행 직원 B씨는 인출기에 수표를 채워 넣고 있었다. 마침 공교롭게도 다른 인출기가 고장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B씨는 이를 확인하려 잠시 기기실 안을 비웠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A군은 자연스럽게 기기실 안으로 들어가 인출기 위에 놓여 있던 10만원 짜리 수표 500장(5천만 원)을 훔쳐 그대로 달아났다. 그러나 A군의 대담한 절도 행각은 CCTV에 그대로 찍혔고, 경찰의 탐문수사 끝에 붙잡혔다. [현금인출기서 수표 5천만원 절도 현장] 지난 27일 오후. 서울 혜화경찰서 강력 1팀 조사실 안에 A군과 A군의 아버지(41)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을 빌러온 게 아니었다. 경찰은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훔친 수표를 사용하려다 붙잡혔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A군의 아버지는 아들로부터 건네받은 5천만 원어치 수표에 발행 날짜가 적혀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근처 문방구에서 날짜가 새겨진 도장을 구입, 수표 5백 장에 일일이 발행 연월일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A씨는 "날짜기 미기재된 수표는 사용할 수 없을 줄 알고 그랬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그리고 2백만원(10만원짜리 수표 20장)은 자신의 지갑에 보관했고 나머지 4천 8백만원(10만원짜리 수표 480장)은 장롱 안에 숨겨뒀다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에서 A군의 아버지는 “신고하려고 했다”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은 편의점을 돌며 종업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금고에서 돈을 꺼내는 등 지난 1년 동안 5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불과 이틀 전(6일)에 붙잡혀 왔다. 당시 A군은 아버지에게 돈을 모두 줬다고 진술했고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1년 넘게 절도 행각을 벌여온 아들을 꾸짖기는 커녕 이를 묵인하고 오히려 훔친 금품을 써오다 결국 아들을 은행까지 터는 ‘대도(大盜)'로 키우고 만 것이다. 경찰은 “아버지를 구속시키면 아들이 어떻게 될지 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A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