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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유감
게시물ID : sisa_4160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10
조회수 : 3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18 22:36:24
동업자를 비판하는 건 불편한 일이다. 때론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상황은 그냥 넘기기 어렵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대운하 사업을 위해 국민을 속인 이명박 정부보다 감사원이 더 두드려맞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 문제투성이 ‘4대강 삽질’이 진행되는 수년간 조·중·동은 양비론 시각의 검증기사나 ‘한곳을 먼저 해보면 어떻겠냐’는 투의 글을 한두 차례 실었을 뿐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다. 완공을 앞두고는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시민단체와 ‘좌파 매체’를 비난하며 4대강 공사로 물난리가 10분의 1로 줄었다는 등 정부 홍보자료를 그대로 옮긴 듯한 낯뜨거운 찬사를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혈세 30조원이 강물에 처박혔고, 수질악화에다 수자원공사 적자 보전을 위해 국민들이 수돗물값까지 더 물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이제라도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게 바른 태도다.

박근혜 정부 들어 불거진 최대 현안은 누가 뭐래도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다. 정보기관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게 밝혀졌으니 경천동지할 일인데다, 댓글달기라는 새로운 유형의 공작 수법까지 드러났으니 뛰어들어 파헤치고 싶은 게 기자의 본능이다. 굳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지지 않더라도, 권력 감시와 비판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이라면 뒤늦게라도 적극적으로 취재에 나서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조·중·동은 침묵에 가까운 축소보도로 일관했다. 아예 국정원을 대놓고 편든 곳도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출국금지부터 시비를 걸더니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못마땅해하는 속내가 지면 여기저기에 흘러넘쳤다. 속사정을 알 길은 없지만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종편 허가 갱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뒤에도 마찬가지다. 국정조사를 앞두고 위기에 몰린 국정원이 무단으로 대화록을 공개해버린 뒤 신중론을 편 <중앙>과 달리 <조선>은 ‘엔엘엘 포기가 맞다’며 추임새를 넣어줬다.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상 규명을 사실상 방해하려는 박 대통령과 여권을 비난하는 촛불시위,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에서도 그랬다. 여당 선거대책본부 핵심 인사들과 국정원이 공모한 대화록 유출과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이란 사건의 본질보다, 야당 의원들의 돌출 발언을 ‘대선 불복’으로 단정해 더 크게 다루는 과감성을 선보였다.

연일 터지는 악재에도 박 대통령이 60%대 지지율을 유지하는 비결은 ‘술수 정치’와 ‘이미지 정치’란 통치술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그 결정판인 셈이었다. 대선의 정당성에 ‘티’라도 묻을세라 노심초사한 여권과 국정원의 수뇌부가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나름의 ‘충정’에서 그런 짓을 감행했다고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 국면에서도 보수언론의 비판 표적은 ‘나라의 격을 떨어뜨린 자가당착적 행위’(서울대 교수 시국선언문)보다 과거 정권과 야당에 맞춰졌다.

지금 정국을 들여다보면 모든 게 박 대통령 뜻대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자신을 홀대한 전두환씨 추징금 환수는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 하고 있고, 달갑잖은 엠비의 4대강 사업 역시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침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건 어쨌든 다행이다. 그러나 국정원 국정조사는 예상대로 지지부진하다.

박근혜식 통치술의 성공에는 보수언론들의 응원 효과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장마철에도 모여드는 촛불시위대가 새삼 이 진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김이택 논설위원[email protected]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9624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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