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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갤문학) 다이어트
게시물ID : mabi_416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3552k
추천 : 4
조회수 : 206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12/03 00:42:27
"아리샤, 너 말야. 최근에 살찐 거 아니....읍!?"

뭔가 말하던 리시타가 피오나에게 입을 틀어막힌 채 질질 끌려 시야에서 사라졌다. 끝까지 듣지는 못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아리샤는 잘 알고 있다.


'최근들어, 너무 살이 쪘다......'


본디 마른 체형은 아니었고 가슴이니 근육이니 이래저래 들어찬 게 많아 50kg 중반대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던 아리샤는 근래들어 급격히 늘어난 석상질과 그에 반비례하는 활동량으로, 명백한 운동부족이었다.

'무슨 토끼 스튜니 탁주니 주는 대로 받아먹는 게 아니었는데...'

마음 속으로 지난 날을 후회해보아도 바뀌는 건 없었다.
당장에라도 순회를 다니며 움직여야 할 것인데, 축 쳐진 자신의 뱃살과 터질 듯한 허벅지를 보고 있노라면 이건 정말이지, 워프 홀도 제대로 못 쓸 것맛 같다. 아니, 어디 그 뿐이랴. 롱블레이드를 휘두르는 것만도 벅찰 것이다.

모든 비만인들이 그렇듯, 꾸준한 운동만이 답이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도저히 몸은 그것을 따라주지 않는다. 이 것은 지금의 아리샤도 마찬가지였다.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이고 뭐고, 지금은 이 불터에서 엉덩이를 떼고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고 버거운 것이다.

'하루아침에 살이 쏙 빠지면 좋으련만.....'

스스로도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깨달은 아리샤는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실소를 짓고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육중한 엉덩이를 간신히 떼어냈다.






여관을 향하는 듯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는 그녀의 뒷모습은 족히 70kg은 되어보였다.






"아리샤,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몇십 분 전의 고민이 무색하다는 듯, 아리샤는 어느 새 주점에 들어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 위의 여관 말이야. 가끔씩 로브를 뒤집어쓴 이상한 사람이 나타난대."

"뭐야, 그게. 그건 그냥 변태잖아?"

술자리를 함께 하게 된 이비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글쎄, 그 이상한 사람이 어떠한 소원도 들어주는 신비한 힘이 있대!"

"뭐? 그게 뭔 소리야. 너 그런 이야기 안 믿는 편이었던 것 같은데."

"처음엔 그랬지. 근데 소문에, 리시타 말이야. 그 사람한테 강해지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고 하더라고. 요즘 봐, 걔 완전 날아다니잖아?"

술자리의 헛소리라고 생각했던 이비의 이야기는 조금 극단적인 사례 하나로 완벽하게 아리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그런 대단한 초능력자가 이런 변두리 섬 여관에 살고 있다고? 내가 벌써 몇 달째 묶고 있는 바로 이 윗 건물에? 왜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지?"

"소문에 의하면, 정말 절실한 사람에게만 나타난다더라."

"호오, 그렇구나. 그럼 뭣 좀 물어보자."

"응, 뭔데?"

"그 소문의 출처가 어딘데?"

"응!? 그, 글쎄. 어.... 어딜까....나..? 그, 어.... 소문이잖아, 소문! 그래! 오다가다 주워들었지, 뭐!"

"흠,그래...?"

수상한 냄새가 폴폴 풍기지만 뭐, 어차피 소문은 소문일 뿐. 아리샤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늦은 밤. 차가운 밤공기가 머리칼을 친다.
여자 둘이 몇 병이나 술을 비워내고 끝이 난 건지, 주점을 나서자 마을은 이미 불빛 없이 어둑어둑하다.

"너무 많이 마셨나.... 으, 속이 울렁거려...."

머리도 아프고 속도 메스껍고 눈 앞은 어질어질. 완전  취했다.


무거운 몸을 끌고 간신히 여관으로 들어왔다. 여관 문이 삐그덕 소리를 내며 닫혔다.
아리샤는 우연히 로비에 걸린 작은 거울에 시선이 갔다.

뚜렷한 이목구비, 깨끗한 흰 피부, 맑고 투명한 눈동자.
빼어난 미인이라 불리우던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 것들은 차곡차곡 쌓여 부풀은 살덩어리에 파묻히고 없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추하기 그지없었다.


"....하, 모르겠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탄식.
그마저도 부질없음을 느끼고 돌아서서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가려는 찰나,

"고민이 있나 보구만."

눈 앞에 나타난 '무언가'의 말에 아리샤는 그대로 멈춰서고 말았다.

사람, 이라기엔 키가 너무나 작았다.
머리, 로 추정되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커보였다.
그리고, 로브 양 끝에 뾰족 솟아오른 그 것은, 무슨 동물의 귀처럼 보였다.


"자네의 고민을 내 들어주지. 내게 말해보게."

괴상한 무언가는 다시 말을 걸어왔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싶었다.
눈 앞의 이 것은 헛 것이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금새 깨닫는 것이다.
이비가 했던 소리는 모두 헛소리다.
근거 없는 뜬소문이다.
그게 진짜일 리 없다.
내 앞에 나타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해야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럴 것인데,

"....체중을, 줄일 수도 있습니까.....?"
어느 새 아리샤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있었다.
이성적인 그녀가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 아마 그녀는 절실했던 것 아닐까.


"물론이지. 아주 쉽다네, 그런 건."

"저, 정말요?"

"그래. 어디, 몇 kg 정도면 되겠나?"

아리샤는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1분 정도 고민하더니,

"20kg 정도, 가능한가요?"

라고 말했다.


"물론 가능하지. 오늘 밤 한 숨 푹 자면 자네 체중이 20kg 줄어있을 걸세."

"네? 그냥 자라구요?"

"그렇다네. 아무 고민 말고 푹 자게. 아침이면 다 끝나 있을 걸세."

"정말 그런 것만으로도 가능한"

건가요.... 라고, 말도 채 끝나기 전에 수상한 로브는 눈 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텅 빈 여관 로비에 홀로 남은 아리샤는, 다시금 올라오는 알코올 때문에 복잡한 생각은 그만두기로 하고 자신의 방을 찾아갔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예뻐지는 거야... 다시... 아름다운... 모습으로...'








"아리샤. 오늘 같이 사막 가기로 했잖아. 아직 안일어난 거야? 들어간다?"




방문을 열고 들어온 피오나가 본 것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팔다리가 없는 아리샤의 모습이었다.
 
 
 
출처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mabi_heroes&no=4088641&page=1&exception_mode=recomm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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