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다시 만났다.
머뭇거리던 너에게 다시는 보지 말자며 떠나보냈는데
어쩌다 들린 편의점 안에
천원 조금 안되는 우유를 거머쥐며 계산 하려던 찰나에
익숙한 차임벨소리가 내 머리를 두드리며
거짓말 처럼 네가 내 앞에 나타났다.
다시 모른척 했다.
너로 인해 베인 상처 틈사이로
고여있던 눈물이 혹여나 삐져나올까 전전긍긍해하며
공부타령, 알바타령, 취업타령으로
헤어지자는 네 입술을 봤을 때가 떠올라
너에게 섭섭하고 화났던 내 모든 것들을 헛기침으로 털고
난 그저 별일이 없다는 말과 함께
라떼라도 한잔 사주자 라는
같잖은 위선을 목구멍 아래로 우겨넣으며
너와 좁은 문사이로 말 없이 빠져 나왔다.
그렇게 다시 보냈다.
미련 없이 떠나보냈음에 친구와 한잔 기울이고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혼자 한잔 기울이고
사실 먼저 다시 와주길 기다리며 한잔 털어넘기며,
니가 누구였던지 기억나지 않던
어제와 마찬가지인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