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석명 기자] 칸에서 각광받은 <올드보이>가 '출생지' 일본에서는 은근히 무시를 당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올드보이>의 원작은 일본 만화다. 쓰치야 가론이 글을 쓰고 미네기시 노부아키가 그린 동명의 인기 만화에서 기본 줄거리와 모티브를 따 만들어졌다.
지난 23일 새벽 칸에서 부문별 수상자(작)가 발표된 후 일본 언론의 관심은 온통 <아무도 모른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야기라 유우야에 집중됐다. 물론 유우야가 일본인 최초로 칸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고, 연기 신인인 14세의 소년이라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극영화 가운데 사실상 그랑프리에 오른 <올드보이>가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눈길을 줄 만했다. 그럼에도 24일 발간된 일본의 종합일간지 및 <닛칸스포츠> <산케이스포츠> <스포츠호치> <스포츠 니폰> 등 주요 스포츠 연예 전문지들은 <올드보이>의 수상소식을 전체 부문별 수상자표에 달랑 올려놓은 외에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올드보이>가 아직 일본에서 개봉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주연배우 최민식이 <쉬리>를 통해, 그리고 박찬욱 감독이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어느정도 알려진 것까지 감안하면 의외다.
일본의 이런 반응에 대해 국내 영화계에서는 일본인들의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화 <올드보이>가 이렇게 영화적으로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일본 영화인들이 미처 간파하지 못한 사이 한국에서 판권을 사들여 영화화했고,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가 그 작품성을 인정한 꼴이 돼 버렸다. 이제 <올드보이>는 '일본 만화'로서가 아닌 '한국 영화'로 전세계인들에게 인식된 것이다.
장삿속으로 보더라도 일본은 한국에 한참 밑졌다. 박찬욱 감독이 만화의 판권을 사들이면서 지불한 돈은 2만 달러가 채 안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개봉에서 빅 히트를 기록한 후 영화 <올드보이>는 일본에 220만 달러의 거금을 받고 수출됐다. 원자재를 수입하긴 했지만 이를 잘 가공해 100배 이상의 가격에 되팔았으니 엄청 남는 장사가 됐다. 일본인들은 <올드보이>가 일본에서 개봉되면 쓰라린 가슴으로 한국 영화의 저력을 곱씹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