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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의혹이 불러온 ‘분노의 촛불’
게시물ID : sisa_4171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10
조회수 : 36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7/23 14:10:51
국정원 선거개입 후유증이 장기화하고 있다. 여권은 NLL논란 등으로 이를 무마하려 하지만 시국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촛불민심의 수위는 심상찮다. 선거무효화와 정통성 문제도 거론된다. 이 분노의 목소리에 담긴 의미는 뭘까.

1967년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에 의해 발표된 ‘동백림 사건’은 6·8 부정선거의 후유증을 무마하기 위해 이용됐다. 1967년의 6·8 총선은 관권·금권이 개입된 ‘망국선거’로 불렸다. 

선거 후유증은 컸다. 곳곳에서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자 휴교령이 떨어졌다.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던 1967년 7월 8일 중앙정보부는 대형 공안사건을 하나 발표한다. 이른바 ‘동백림 사건’(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이다. 


중앙정보부는 유럽에 유학 중인 교수·유학생·학자·광부 등이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거액의 공작금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해왔다고 발표했다. 작곡가 윤이상, 화가 이응노, 시인 천상병 등 200여명이 체포됐다. 해방 이후 벌어진 최대 간첩단 사건이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2006년,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는 당시 정부가 단순 대북 접촉에 불과한 일에 국가보안법과 형법상의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했다며 정부측에 사과를 권고했다. 

<대한민국 선거이야기>를 쓴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동백림 사건’이 선거 후유증을 무마하기 위해 이용됐다고 지적하며 “그 전에도 선거에 이용하려고 무슨 사건을 발표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큰 사건을 발표하면서 선거 후유증을 무마하는 데 이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가 선거 후유증을 무마하고 국면 전환을 하기 위해 중앙정보부를 통해 무리하게 ‘북풍’을 동원했다는 얘기다.

국가권력 선거개입은 역사의 퇴행

40년 전의 사건은 2013년 한국 정치의 모습과 닮아 있다. 서 교수는 이번 18대 대선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선거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경찰의 수사 은폐 의혹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정국’으로 무마하고 돌파하려는 모든 정황들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지난 18대 대선은 역사의 퇴행이며, 기록에 있어서 큰 오점”이라며 “선거에 국가권력이 개입한다는 것은 제일 피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선거 후유증도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서 교수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 문제를 현 정부가 털어내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남재준 국정원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등으로 무마시키려고 한다면 여기에 대한 항의나 비판이 지속되면서 선거 후유증이 오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의 말대로 국정원 선거 개입의 후유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깊어지는 양상이다. 잇따라 번져나가는 시국선언, 주말마다 이어지는 촛불시위가 이를 보여준다. 대학생 및 고등학생, 각종 시민사회단체들의 시국선언은 100건을 넘어섰고, 주말마다 켜지는 촛불은 그 규모를 더해가고 있다. 7월 6일에 1만명이었던 촛불집회의 규모는 일주일 뒤인 13일에는 두 배를 넘어선 2만3000명에 다다랐다. 

시국선언의 성명과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의 발언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선 불복’을 뜻하는 ‘선거 무효’ ‘선거 쿠데타’ 등의 단어도 나오고 있다. 6월 26일 부산시민연대는 시국선언에서 “국가 통치기구가 총동원된 불법선거는 마치 군사 쿠데타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7월 18일 <한겨레> 칼럼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런 선거는 무효화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불법도청과 이를 무마하려는 잇따른 거짓말로 결국 하야한 미국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국정원 선거 개입을 빗대어 설명하는 데 많이 인용되고 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6월 19일 <미디어오늘> 칼럼에서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이 마냥 확산돼 나갔을 때, 그것은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에 머물렀던 선거 후유증이 시간이 흐르면서 박근혜 정부를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 정문헌 의원 등이 ‘NLL정국’으로 이를 무마하려 하고,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박근혜 캠프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증폭됐다. 특히 연루 의혹의 당사자가 당시 선거 캠프의 핵심이었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짙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캠프에서 최고사령관 격인 총괄본부장이었으며, 친박 실세로 알려진 권영세 주중대사는 당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이었다. 6월 26일 <뷰스앤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무성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정상회의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확보한 권영세 캠프 종합상황실장의 대선 당시 녹취록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권 실장은 정상회의록 공개를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으로 부르고, 구체적인 회의록 내용도 언급하고 있다. 

7월18일 국정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 특위 여야 위원들이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원, 경찰청, 법무부 등에 대한 기관보고 일정을 논의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영민 기자


민주당도 역풍 우려해 조심조심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가 정부 정통성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은 사실 부담스럽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불복’은 2004년 탄핵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대선에 불복해 수검표까지 했던 한나라당이 결국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의미로 탄핵을 가결했고, 이는 한나라당에 고스란히 역풍으로 돌아왔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소극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13일 촛불집회에도 127명의 민주당 의원 중 소수의 의원들만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정청래 의원, 박영선 의원, 이학영 의원 등 10명 이내의 의원들 정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서는 촛불집회에 나가면 혹여나 민주당이 대선 불복의 이미지로 비쳐질까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개별 의원 차원에서 촛불집회에 나갈 수 있으나, 적어도 당 지도부 차원에서는 촛불집회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민에게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국민홍보단’에 대한 당 지도부의 지원이 소극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국민홍보단에 ‘너무 나가지 말고, 적당히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00년 미국에서 부정선거 시비가 있었을 때 앨 고어가 승복했던 사례를 지적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에 불복했을 경우에 갖게 되는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또한 민주당이 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불리하다. 7월 11일 <모노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이 지난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견은 54.4%였다. 반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은 39.2%였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국정원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7월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취임 20주차 국정수행 지지율은 60.8%에 달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은 타격을 입지 않은 모순된 결과가 나온 셈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 사건 무반응에 경고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정권 정통성에 타격을 미치지 않는 이유를 ‘역사적 맥락’에서 찾았다.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상 참여정부 5년뿐이었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에서도 안기부(현 국정원)가 불법도청 등을 통해 국내정치에 개입했던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참여정부만 예외적이었을 뿐, 과거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국정원을 정권 안보에 동원했던 역사적 맥락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볼 때 국정원의 선거 개입만으로 현 정권의 정통성에 문제제기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 마냥 기대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권위주의 정권의 대응이 방관이었다면, 민주화 이후 정권의 대처는 수사와 법적 처벌로 이어졌다. 이러한 선례에 비추어 봤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은 민주화 이전의 권위주의 정부를 상기시킨다. 과거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민청학련 사건으로 고초를 겪기도 했던 서중석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를) 발본색원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그런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불안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서복경 연구원은 “만약 국정원 선거 개입이 문제였다면 선거 직후부터 사회적인 비판이 거셌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이 문제를 새 정부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몇 달 동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권의 정통성까지 거론하며 이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몇 달의 기간 동안 반응하지 않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7201554181&code=940100

가치있는 칼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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