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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41).
게시물ID : love_417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27
조회수 : 181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8/03/25 00:26:23
할머니 동생분 중에 한 분. 그러니까 작은 할머니가 강원도 강릉으로 시집 가신 분이 있어서, 종종 강릉에 가곤한다. 아니면 오든가.

그 강릉할머니가 우리들을 엄청 예뻐라하셨다가...나는 좀 크고 나니 퍽 징그러워 하시고(...) 꼬맹이들 너무나 보고 싶어하셔서, 
24살 28살 차이나는 사촌동생들 데리고 강릉으로 한번 가야할 일이 생겼다. 

"나도?"
"어. 가면 다른 동생 가 있으니까 걔한테 토스만 해주면 돼. 동해바다 보러 가자."
"안돼안돼. 나 알바해야돼."
"토요일 친구 A양이, 일요일 친구 B양이 땜빵해주기로 했습니다."
"어???"
"너 알바하는 사장님한테 다 양해말씀드렸고, 친구들이 하루 씩 땜빵해준대. 카운터만 지키고 있는 일이잖아."
"...A랑 B 나한테 말 안했는데..."
"너한테 말하면 내 계획이 새잖아."

D가 새로 일하게 된 주말 알바는 사모님이 주말에 가게 비워야하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알아봐준 자리로, 
노동의 가치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잘 아는 D가 내가 이러고 돈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이 한가하다고 했다. 
게다가 시급도 쎔. 최저임금 6,030원 시대에 11,000원 이었다. 
주말엔 니가 나보다 더 버네.라니까, 오빠. 나 진짜 여기서 돈 이렇게 받아도 돼???라며 애가 겁먹을 정도로 일이 한가하다고 했다. 



"언니!!!!!!!!!"
"우와~안녕^^"
원래는 지가 강릉에 데려다줘야되는데, 못 가게 된 사촌동생 집에서 금요일 저녁 두 꼬마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이렇게 애들 본게 한두번이 아닌지라, 집안 누구도 걱정안하드라.
오빠집가면 재미없는데?
그때 그 예쁜 언니가 너네들 보러 온대.
우와아아아아아!!!
야. 그리고 내가 비행기 태워줘 간지럽혀줘 무등태워줘. 뭐가 재미없어?
언니왔어? 진짜 왔어?
어. 올거여.
진짜로?
...아니. 뻥...어우야. 아냐아냐. 오빠 집 도착할때쯤 맞춰서 온댔어. 울지마.




"안녕^^"
"언니이이이이이!!!!!"

큰 애가 10대만 됐어도, 언니. 왜 이 시간에 오빠 집에 있어요?라고 물어봤을텐데, 아직 나이대가 한자리수라 그런 질문 안나오더라. 다행히.
"언니랑 저녁먹고 같이 자고, 내일 강릉할머니집에 데려다줄께. 가면 짝은 오빠랑 C언니랑 있을거니까, 거기서 작은 할머니 집에서 이틀밤 자고 서울 오면 돼. 알았지?"
"언니한테 들었어. 오빤 이제 알았나봐?"
"...옜날에는 오빠말이라면 눈 똥그래져서 ㅇㅇ하던 착한 애는 어디가고, 한마디 안지려고 드는 나쁜 애만 남았어-_-..."

나는 아랑곳않고, 이제 두번째 보는건데, 셋은 아주 신나서 막 껴안고 안부물으며 나 따위는 신경도 안 썻다...

애들 데리고 나가서, 밥맥이고, 커피집가서 케잌사다 맥이고, D랑 나는 커피 한잔 빨고, 
그러고 들어오자 막둥이가 졸려서 눈비비길래, 
만화는 내일 보여줄께. 일찍 자.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되니까. 하고 씻기고 재울 준비를 하기로 했다.

언니 갈거야? 우리랑 자고 가.
어? 아...아냐.
어. 잘 됐다. D. 애네들 좀 부탁할께. 
예?
언니이~우리랑 자구 내일 같이 가자. 응?

두 꼬맹이들이 그렇게 달라붙으니 D는 포기하고, 오늘 신세지려했던 친구 B양에게 전화해서, 오늘 못간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럴줄 알았다 이뇬아. 하는 B양의 목소리.

"...아파."
"아프긴 뭬가 아파. 지금 안아프면 나중에 이빨 벌레가 먹어서 더 아파."
"살살 해주세요!!!"
"야-_- 오빠한테 거품 다 뱉고 그래."
꺄하하하하하.
그래도 이제 혼자 양치하는 큰 애 두고, 막둥이 이빨 닦아주는데 예전에는 아~하고 얌전히 있던 애가, 점점 요구하는게 많아진다.
말할때마다 거품튀어서 엄청 애먹었다.
"...오물오물하고. 퉤!!!하고 뱉어. 마시지말고. 알았...아. 대답하지말고 고개만 끄덕거려."
끄덕끄덕.
"옳지. 하나둘셋. 퉤!!! 아이고. 잘했다. 가서 언니한테 얼굴 닦아주라고 그래."
"네!!! 언니!!! 나 얼굴 닦아주세요!!!!"

얘네들도 오늘 오후에 서울로 올라오느라 피곤했는지. 큰방 침대에서 D를 가운데 놓고, 재잘재잘하는듯 하더니, 잠들어버렸다. 

"...오빠...애들 자. 어쩜 이렇게 천사같이 자지?"
"어. 너도 자. 내일 강릉가려면 일찍 자."
"...나 진짜 가도 돼?"
"어. 애들만 토스하고 바다보러가게. 내 원래 취미가 여행이야. 역마살 알어? 그게 가끔 발동하는 시기가 있는데, 지금이여. 유명관광지가 조금 한가해질때."
"...우으응..."
"아. 애들 깬다. 잘자. 가다가 휴게소에서 먹을거니까 아침부터 밥하고 그러지 마. 그럼 애들이 아무리 어려도 눈치 채."
"응. 오빠도 잘 자."
"오냐."



다음 날, 눈도 못뜨는 애들 옷 입히고 입에 다가 바나나 하나씩 물려주고 강릉으로 출발했다.
"졸려어..."
"나는 더 졸려어어...오빠는 거기까지 운전까지 해야 돼-_-+"
"오빠는 운전하는 사람이잖아."
"D. 미안한테 큰 애 꿀밤한대만 때려줘라."
"운전에 집중해주새요."
"...네...외롭네요. 거참."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을 맺어주신 그 회장님은 여느 바쁜 회장님답게 스케줄이 몇개월단위로 쫘악 잡혀 있으신 분이었다.
자기랑 거래하는 수많은 업체들 가운데 하나중에 좀 눈여겨보는 직원 중의 하나일 뿐인데...

-회장님께서 다음 주에 잠깐 한국 들르시는데, 김과장님과 그 장학금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으시답니다. 그 날 시간 어떠세요?"

아무렴요.



"니가 술을 다 사고 뭔일이얔ㅋㅋㅋㅋ"
"내가 너한테 공짜로 술 사는거 봤냨ㅋㅋㅋㅋ"
"엌ㅋㅋㅋㅋ 먹고 튀기에는 너무 많이 마셔버렸넼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네 발로 기어가기 직전까지 퍼맥인 보람이 있구만."
"ㅋㅋㅋㅋㅋ 용건이 뭔데용?"
"너 매형이 유학원 이 쪽 이랬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가 중고등학교때 그렇게 공부하래는거 다 쌩까더니, 이제와서 공부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 포기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그 양주병 내려놔."
"어. 이거 버릇 나오네. 내가 유학을 왜 가 임마. 킨더가든에서도 나 유학 안받아줘. 졸라 멍청하다고."
"분수를 아는구만. 그래 너 분수나눗셈은 할 줄 알지 참."
"이거랑...이거. 매형한테 내가 담에 신세갚는다고, 애 이 성적이랑 어학점수로...여기 리스트들이야. 편입이라고 하냐? 유학이지. 그냥. 나 그런거 잘 몰라. 가능한지 알아봐줘."
"...야야야. 너 그 여자친구 이름이..."
"맞어. 알아봐 줘.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거이거이거 이제 막 나가네. 야 이거 개인정보..."
"잘 봐라. 다 카피본이잖아. 떼왔으면 원본이지."
"...그러네?"




D에게 방 한칸 내준 후, 진짜로 그 방에 들어간건 D가 편도염으로 사경을 헤맬때. 그때 한번 뿐이었다.
이제 거긴 니 개인공간.하고 방 내준 후로, 전혀 안들어가봤다.
D가 큰방에 큰 침대두고, 작은방의 내 싱글침대와서 자는 이유가 그거다. 내가 안 들어감.

D가 아르바이트 간 주말. 
D의 방에 들어가봤다. 역시나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 수많은 책들과 노트들 사이에서, D가 한때 추진하다가...나 만나고 접은 유학관련자료들이 정리된 파일첩을 찾을 수 있었다.




인천공항 근처의 어느 호텔.
아예 휴가를 내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
"아. 김과장님."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실장님. 오랜만입니다."
"네. 회장님 미팅 곧 끝나는데, 한 10분 뒤에 자기 방으로 오시랍니다."
"...네."

"..."
"김과장!!!! 잘 지냈나!!!"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냐아냐. 자네가 나 보고싶다는데 없어도 시간내야지. 자. 앉자고...한 잔?"
"...벌써 룸서비스 시켰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원래는 바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자네랑 한잔 마시고 넘어가지 뭐ㅋ.하고 기분좋게 마셔주신다.
처음엔 그냥 사업은 잘 되시죠ㅋ 나 완전 잘 나감ㅋ 내 밑으로 오라니까ㅋ 연봉 그대로 저축할 수 있게 다 대준다니까ㅋ 안해용 부끄러워용ㅋ라며 하던 이야기 또 했다. 

"...장실장이 그러는데, 자네 내가 하는 장학재단에 대해 문의했다던데..."
"네. 회장님."
"사람이. 왜 정색을 하고 바로 앉고 그래. 자네가 언제 나한테 개인적으로 부탁하고 그런적 있어? 오히려 내가 다 기뻐. 누구야? 친척 누구?"
"...아뇨...그게..."

정말 똑똑한 친구가 있다. 
더 공부하고 싶어하는데, 집안 사정이 너무 어려워서 그 꿈을 접으려고 한다. 모른척하고 있어도 되겠지만, 사정이 너무 딱하기도 하고 그 재능과 열정이 묻히는게 너무 안타까워서 그런다. 자격이 꼭 중국사람이 아니여도 괜찮다고 하더라. 정말 너무 아까운 친구인데, 내가 돕기는 좀 그래서 혹시 도울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런다.

"...자네 뭐 하나 빠트린거 없나?"
"...네?"
"XX대학교. XX학과. D양. 나이는 올해 22살. 수시를 가장 좋은 성적으로 입학해서 장학금받았고, 전체장학금은 약간 부족해서 못 받지만, 계속해서 성적으로 장학금 받고 있고, 토익토플텝스 성적도 매우 좋더군. 자네는 아마 영어 스페인어만 알고 있겠지만, 제2외국어로 일부러 독일어로 수능본거 알고 있어?"
"...네?"
"...아마도 준비하는 대학교가 독일 쪽일텐데?"
"...네???"
"몰랐어?"
"...아...이거 독일어구나...스페인어인줄 알았는데;;;;"
"자네 여자친구잖아?"
"네????"
"자네가 부탁했다고 내가 그냥 도와줄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기본적인 조사 좀 해오라고 했지. 내가. 자네가 꽃뱀한테 홀라당 속아서 이러나 싶어서."
"...회장님 보시기엔 어떠세요?"
"자네가 부탁할 정도면 아니겠지 뭐ㅋㅋㅋㅋ"
"아놬ㅋㅋㅋㅋ. 초큼 긴장했습니다. 회장님."
"이 친구가 왜 독일로 선택했을까?"
"...독일이라...자기 전공에 이 쪽에 좋은 대학교 있어서요?"
"아니. 독일이 학비가 퍽 싸. 유학생이여도 굉장히 싸. 자기가 감당할 수 있겠다. 싶었겠지."
"..."
"이거 볼텐가?"
회장님이 USB를 내밀었다.
"D...에 대해 조사하신 건가요?"
"내 돈 자네 부탁이라고 그냥 내 줄 수는 없잖아."
"..."
"아주 뼛속까지 조사한건 아니래. 그래도 자네가 모르는 건 다 들어있을거야."
"..."
"기분나빴나?"
"...아뇨.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꽃뱀일지도 모르는 여자애한테 회장님 장학사업 그렇게 더럽히면 안되죠."
"음음."
"이 USB...애초에 못 본걸로 하겠습니다."
"왜 그렇게 그 여자를 도와주려고 그러는거야?"
"...석박사 마누라 두고 싶어서?"
"내 조카딸도 석사인데? 주립대?"
"조카따님이 요즘 회장님한테 연락 잘 안하시죠? 저 소개시켜주고 난 다음에."

한참 말씀이 없으셔서, 그제야 그 USB에 눈을 떼고 회장님 쪽을 보니, 굉장히 흐뭇한 표정으로 글라스를 입에서 때신다.
"...진짜 내 밑으로 안 올거야?"
"...회장님 밑으로 가면 죽을 정도로 일해야 되잖아요. 가면 월급도둑질 못하잖아요. 여기가 그래도 월급도둑질하면서 다닐 만 해서 안간다니까요."
"하오. 자네 벌써 유학원이랑 D양 학교쪽에 문의 넣었다며?"
"네?"
"그거 잘 되고, 인터뷰 잘 보면. 석사박사 딸 때까지 장학금 지원해주지."
"저...정말이요?"
"아직도 3월이잖아. 잠깐 중지한걸테니까 지금부터 부지런히 알아보면 답 나올거야. 나도 조금 거들어줄께."
"...감사합니다. 회장님."
"대가로 자네가 내 밑으로 왔으면 하는데 뭐 안올려고 그럴테니, 그건 보류."
"포기하시라니까요."
"잔 비었어."
"엌ㅋㅋㅋㅋ 바로 채워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회장님."
"아직 확정은 아니니까 너무 마음 놓지 말고."
"그 기회라도...감사합니다. 애 이렇게 공부...나 땜에 접기에는 정말 아까운 애예요."




애들이 아직도 잠들어 있는 동안, D는 잠시 차에서 내렸고, 그 사이에 동생놈이 왔다.
"어 미안. 나도 처갓집..."
"시끄럽고 인수인계해가도록."
"A와 B. 두 꼬맹이들 이상없이 인수인계 하겠음."
"어. 애들 휴게소에서 7시 반에 밥 맥였으니까 점심때 같이 맥여. 나도 회사일 있어서 냉큼 가봐야하니까."
"ㅇㅇ. 오느라 욕봤어."
"가스나들. 애들 좀 데리고 같이 가지는."
"갸들도 사정있는게."
"바쁘기는 내가 제일 바쁘지. 빈둥거려야 된다고."
"애들이나 내 차에 태워."
"...그럴까?"
하나씩 안아서 차에 태웠다.
"제수씨는?"
"작은 할머니랑 시장갔어."
"자기 며느리는 어디 두고 조카손주며느리를 그렇게 챙기신대;;;;"
"가. 얼른. 바쁘다며."
"어 그랴. 야. 오늘 진짜 다들 속초 넘어가는거 맞지?"
"어. 이따가."
"...올때 선물 사와라."
"백련초쵸콜렛 사다줄께...판다면 말이지."
"ㅆㅂ 제주도 속초시냐???? 간다."
"어. 조심히 가쇼."

D는 내가 알려준 커피집에 앉아있었다.
알바쉬면 돈이 얼만데...라고 꾸시렁댈때는 언제고,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커피잔을 들고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는 D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혼자 보내서 미안해."
"왔어^^?"
애가 또 아저씨 가슴 설레게 웃고 그래.
"까페라떼...샷 두개 추가해주세요."
"네."
"...오빠. 애들 나 안찾았어?"
"동생한테 토스할때도 자고 있었어. 아까 동생이랑 통화했는데, 새언니 오랜만에 봐서 그 쪽에 폭 빠지셨대."
"아...오빠 동생이 먼저 결혼했다고 했지...오빠 어제 동생들 씻기고 하는거 보니까 진짜 잘하더라."
"자랑은 아닌데, 나 어릴때 이모들이 다 한동네 살아서, 여섯살때부터 똥기저귀갈고 분유타고 다 했어. 두 발로 걷는 애들 씻기고 양치질 하는것쯤이야."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애...오빠는..."

때마침 커피 안나왔음 진짜 어버버버버버버했을건데, 진짜 좋은 타이밍에 커피가 나와주셨다.




나 강릉 처음와 봐.
넌 도대체 가본데가 어디야?



강릉은 작은 할머니땜에 종종 와서 별로 신기할것도 없는데, D는 너무나 즐거워했다.
차는 적당한데 세워놓고, 우리는 통영에서 그랬던것처럼 큰길말고 일부러 골목으로 걸어다녔다. 
다행히 날씨는 많이 풀린데다 바라마저 덜 불어서 골목을 누빌만 했다.

"어...오래비다. 왜 짝은오빠한테 전화안하시긴. 운전할거 아냐. 어디냐? 속초 올라가고 있어? 야이...어제 대들 데리고 같이 가라니까...어.어. 누구말하는거야? 언니? 제수씨 말하겄지. 귓구녕 좀 파고다녀. 이것아. 얼굴에 분칢만 하지말고, 내면을 좀 닦으라고...올때 선물 사와라. 뭐? 이성당 단팥빵?...저기 전라북도 속초시냐? 너네 짰냐?"

그렇게 일가친척들이 속초로 떠난걸 확인하고서야 안심을 하고, 강릉오면 어른들이 안 데려다줘도 우리끼리라도 가서 빨고 오는 횟집으로 갔다.
이 가게 교섭담당은 내가 아니라 동생놈이라 사장님이 못 알아보길래, 안심하고 자리에 앉았다.

"우리 오빠 고생했으니까, 오늘은 많이 마셔도 구박안할께."
"뭐래는거야. 구박한다고 굴할 사람이여 내가?"

알바쉬고 온게 불안하긴 했지만...막상 동해바다오니 D는 퍽 즐거워했다. 
관광객보다는 동네사람들이 오는 식당이라 조금 좁고 불편하긴 해도 금세 4병돌파 그레라간을 찍어대고 있었다.

"오빠안...진짜...술 잘 마시네..."
"내가 잘 마시는게 아니라, 남들보다 취하는게 좀 늦고, 졸라 마시는듯 하면서 졸라 조절해서 그러는거야."
"나는 그만 마실래."
"어. 그만 마셔. 나도 그만 마실란다."
"맛있다. 회. 오빠는 맛있는데는 잘 아네."
"강릉할머니네가 여기 단골이라 강릉오면 맨날 여기로 와서 그래...가자. 바닷가에서 뽀뽀나 한번 하게."
"변태."
"우후훗. 칭찬하는겐가?"
"이거 내가 낼꼬야."
"떽. 내가 너 이거 사주려고 새벽에 눈비벼가며 일어나 몇시간을 달려 운전하고 왔구만 뭘 니가 사. 내일 갈때 통감자 사 통감자."
"결정해 나야 통감자야?"
"통감자."
"1초라도 고민하는 척이라도 해 쫌."
엌ㅋㅋㅋㅋㅋㅋ 너 진짜 내 갈비뼈 한번 부술 작정이냐???



아까는 그렇게 날이 좋더니, 경포대를 좀 걸으니 바람이 좀 매섭다. 
너 추워. 옷 벗어줄께 걸쳐.
아냐 괜찮아. 오빠가 워낙에 따듯하니까 팔짱 끼고 있음 돼.
그러다 또 감기 오지???....그 주먹 내리지???
좋다. 동해바다. 나 동해는 처음 와봐.
강릉입니다. 동해시는 따로 있어요.
동.해.바.다.를 처음 봤다구요.
오오~당황했다당황했어ㅋㅋㅋㅋㅋㅋ

대개는 여자가 나 잡아봐라하면~남자가 잡으러 가는데, 그 날은 내가 도망치고 D가 날 쫓아왔다.
30대가 넘어도 지구력이 없다뿐이지, 100m 13초대로 끊는 나인지라 잡힐리가 없는데, 술퍼먹고 뛰었더니 모래밭에 스텝이 꼬여 자빠라져서 무방비로 D의 파운딩을 맞이해야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쟤네 뭐야.하며 지나갔지만, 우리는 너무나 즐거웠다.

그렇게 모래밭에 누운 나와 내푹신푹신한 쿠션과 같은 배를 깔고 앉은 D는 푸하하하!!! 웃고는 그대로 꼭 안았다. 남들이야 보던말던.
술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재밌다. 오빠랑 놀면 왜 이렇게 재밌지?"
"D."
"응?"
"너 서울가면 유학준비하던거 마저해. 너 다음주부터 알바 안가도 돼. 사장님께 너 그만둔다고 말했놨어."

"....뭐?"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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