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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있었던 이야기
게시물ID : animal_417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끌로드Q
추천 : 6
조회수 : 33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4/11 13:04:11

* 어디에 써야 할 지 판단이 안되어 동게에 써봅니다.



난 지하 원룸에 산다. 


원룸건물이 그렇듯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옆 건물과는 겨우 40cm정도 떨어졌을까. 

성인이 옆결음으로 지나갈까 말까 한 너비. 

윗집에서 던진 쓰레기, 건물 틈으로 날려온 쓰레기들이 몇 년치는 쌓여 있는 공간이다. 

부엌 창문이 바로 그 틈으로 연결된다.  


마른 쓰레기가 쌓여 봐야 냄새나거나 그렇진 않으니까 그냥 신경쓰지 않고 살았는데

어느날 문득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걸레뭉치 같은 것이 보이는 거다. 

윗집에서 걸레를 떨어뜨렸나 싶었는데 뭔가 털이 날리는 느낌. 

눈여겨보니 무지개다리를 건넌 길냥이였다. 

창문은 높았기 때문에 아내는 (다행히) 발견하지 못했으리라. 


아내가 출근한 화창하고 차가운 주말. 옆걸음으로 건물 틈에 들어갔다. 

물론 그 전에 쓰레기 200리터를 끌어내어 버렸다. 안 그러면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 

고양이 시체를 끄집어내고 보니 죽은 지 하루이틀은 된 것 같았다. 코숏 치즈태비 성묘, 약 3세로 추정. 

다행히(?) 날이 추워서 부패는 없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쓰레기봉투에 버리라고 하더라. 그게 합법적인 방법이란다. 

부천 사는 사람은 알겠지만 도심에서 묻어주려고 해도 묻어줄 데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비닐에 곱게 싸서 쓰레기봉지에 넣었다. '야옹아, 좋은 곳으로 가려므나.'


지난 겨울은 유달리 춥고 길었다. 

아마도 길냥이는 건물 틈을 다니다가 온기가 살짝살짝 배어나오는 부엌 창문 앞까지 왔으리라. 

그러다가 추위를 못 견디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겠지. 

고릉거리기라도 했으면 창문 밖으로 참치캔이라도 까줬을 텐데. 

미련한 녀석아. 왜 야옹거리지도 못했니. 


그 이후 얼마간 시간이 지났지만 그 쪽 창문은 열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무거워서 그렇다. 



끝맺음을 못하겠네요. 이건 유머도 뭐도 아니고..

블라주세요 굾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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