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생물 시간, 분명히 교과서에서 '고통(통각)에는 순응이 없다'고 배웠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그 때도, 지금도 믿지 않는다. 몸이 아파서 생기는 고통에는 순응이 없다고 느꼈지만, 맞아서 생기는 고통은 분명 경험상 순응이 있었다. 특히나 머리카락 쥐어뜯기는 정말 확연히 느껴질 정도의 순응이 있었다. 머리카락을 한 번 쥐어 뜯긴 다음에, 수십 초 후 두번째, 세번째로 쥐어 뜯길 때는 고통의 체감 강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걸 안다는 것이 좀 비참하기는 하지만, 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감각 기관으로 경험한 바와 '고통에는 순응이 없다'는 교과서의 명제가 달라서 그 당시 조금 혼란스러웠던 경험이었다. '맷집이 늘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국어사전에서 '맷집'을 찾아보면 '매를 견디어 내는 힘이나 정도.'라고 되어 있다. '맷집이 늘다'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도 보아, 고통에도 순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