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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문학]전역증 한 장.TXT
게시물ID : military_418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眞달빛물든
추천 : 12
조회수 : 2029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4/04/25 13:24:24
내가 한국군에 파견가서 본 일이다. 짬찬 병장 하나가 대대 행정반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전역증 한 장을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전역증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대대 행정병의 입을 쳐다본다. 대대 행정병은 병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전역증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전역증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경례를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연대 인행과로 찾아 들어갔다. 품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전역증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전역을 증명하는 증이오니까?”하고 묻는다.
 
연대 행정병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전역증을 어디서 훔쳤어?” 병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중요한 것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병장은 손을 내밀었다. 연대 행정병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금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전역증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A급 전투복 위로 전역증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보급창고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전역증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누가 전역증을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직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헌병이 아니오.”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위조를 한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같은 노예에게 전역증을 그냥 줍니까? 포상휴가 한 장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슈넬 치킨 사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하루 하루 일과를 하면서 전역일을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기다린 630일을 모아 21개월로 바꾸었습니다. 21개월이 1년 9개월이 되어 겨우 이 귀한 전역증 한 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전역증을 얻느라 1년 9개월이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전역증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전역증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전역증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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