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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굿바이 마이 레리티 (4)
게시물ID : pony_208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9
조회수 : 42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2/12/19 13:38:00

(3)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ony&no=20827&s_no=4181506&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271809

 

 

하지만 이런다고 자기 할 말도 못한다면 남자가 아니다. 그래서 난 녀석에게 따졌다.

 

"그래도.. 내가 주인이고 넌 손님인데.... 같이 쓸 수 없을까?"

 

그러자 녀석은 조금 생각하더니 종이에 이렇게 썼다.

 

'들어와. 대신 이불을 망치면 안돼.'

 

무슨 개소리야. 난 이불을 활짝 열어재치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녀석은 화가 난듯 날 노려보았다. 그리고 종이에 적었다.

 

'이러지마!'

 

그래서 난 녀석이 덮고 있는 이불을 뺏어서 전부 내쪽으로 덮었다. 그러자 녀석은 이를 갈았다.

 

'너 자꾸 이럴래? 꼭 애플'

 

이라고 쓰다가 잠시 펜을 멈추더니 이렇게 적었다.

 

'나 방금 생각났어. 애플잭이라는 포니야!'

 

녀석은 신나보였다.

 

"그게 누군데?"

 

그러자 이렇게 적었다.

 

'누구긴 누구야! 내 친구지! ^^'

 

대체 어쩌다가 그 포니가 갑자기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그럼으로 내일 내가 할 일은 두 가지로 정해졌다. 하나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 포니를 살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시간이 좀 나면 속으로 '포확찢' 세 번 말하고 '마이 리틀 포니'를 볼 것이다. 애플잭이라는 포니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이불은 하나였고 녀석과 내가 덮기에 충분한 크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녀석과 꼭 붙어서 자야했다. 녀석은 사람처럼 내 반대편 돌아누운 상태였다. 그 긴 갈기가 마치 여성의 향기와 똑같아서 나도 모르게 두근거렸다. 그래서 뒤척이는척하며 갈기를 만졌다. 무척 부드러운 느낌이 났다. 사람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과 비슷했다. 계속 그걸 쪼물딱거리자 귀찮았는지 마치 파리를 쫓듯 앞발로 훠이훠이 발짓했다. 귀여운 녀석.

 

눈을 떴을 때, 엄마가 아니라 녀석이 깨웠다는 것을 알았다. 정확히는 모나미 볼펜이 깨운 것이었다. 그것이 내 얼굴을 콕콕 찌르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날아온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화장실.'

 

녀석은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었다. 도도한척했지만 다리를 베베 꼬으고 있었다. 그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보니까 녀석을 골탕먹이고 싶었다.

 

"안 돼."

 

그러자 녀석은 도끼눈으로 날 쳐다보며 이렇게 썼다.

 

'빨리 열어!'

 

"열어! 가 아니지. 열어주세요. 주인님. 이래야지."

 

그러자 녀석은 진심으로 화가난 듯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말을 할 수 있다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어제 라면 먹은 게 잘못됐는지 갑자기 방긋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적었다.

 

'생각났어. 스위티밸! 내 동생.'

 

병원 데려가 달라는 말이 아니어서 다행이군.

 

"아니... 이 상황에서 왜 네 동생이 생각난건데?"

 

'예전에.. 뭔가 스위티밸한테 화 낸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일단 문 열어'

 

까지 쓰고서 잠시 뜸들였다가,

 

'주세요..'

 

라고 적고서 나에게 억지웃음을 지었다. 올라간 입꼬리 끝은 경련이 일어난듯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무서운 표정이었다.

 

"그래.. 좋아. 열어줄게."

 

그래서 문 손잡이를 잡으려던 찰라, 갑자기 문이 열려서 순간적으로 그것을 막았다. 어제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아오 깜짝이야!"

 

문 너머에서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옷 벗고 있어요."

 

난 당황하면 옷 벗고 있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 멍청인가보다. 정말로 그런가보다. 엄마는 또 문 밖에서 묵묵히 있었다. 어제보다는 되돌아오는 말이 좀 더 빨랐다.

 

"너무 많이하면 몸에 해롭다."

 

아.. 엄마 대체 아들을 뭐라고 생각하시는거죠? 대체 내가 방에서 뭘 한다고! 속으로 무수한 변명거리가 뭉게구름처럼 내 머리위를 둥둥떠다녔지만 녀석이 앞발로 내 다리를 툭툭 치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어서!'

 

라고 쓰여진 종이를 물고 있었다. 정말로 급한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길래 왜 참고 있었어. 진작 날 깨우던가."

 

난 녀석을 가릴 것을 찾았다. 하지만 녀석의 종이가 방해했다.

 

'자고있는데 깨우면 실례잖아. 그래서 기다리다가 그만...'

 

"앞으로는 바로 깨워. 이런 거가지고 뭐라고 안하니까."

 

'응'

 

구석에 박혀있던 아디다스 스포츠백을 꺼내서 녀석을 집어넣었다. 크기가 꽤 커서 녀석은 알맞게 잘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문 앞에서 수연이와 마주쳤다. 예상데로 눈에 시퍼런 멍자국이 있었고 볼은 탱탱 불어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아침 인사는 '잘 잤냐'가 아니라 다른 것으로 시작했다.

 

"괜찮냐..?"

 

"괜찮아 보이냐?"

 

그렇게 받아넘기고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하길래 난 주위를 돌렸다. 수연랑 싸웠던 애 이름이 혜진이었던가...?

 

"혜진이다!"

 

흠칫 놀라며 내가 가르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난 잽싸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야! 문 열어! 야아~!! 엄마아아~!"

 

바깥에선 수연이 때문에 시끄러웠다. 마치 어느 게임에나 나올법한, 미친 마법사같았다.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녀석은 마법으로 지퍼를 열더니 곧장 변기에 앉았다. 그리고 나보고 뒤를 돌아보라며 눈치를 주었다. 그래서 난 하는 수 없이 뒤를 돌아봐야했다. 그런데 녀석이 으흠.. 하며 헛기침을 하길래 다시 녀석을 보았더니 앞발로 자기 귀를 막고 있었다. 나보고 귀를 막으라는 뜻이었다. 참 가지가지 하는구나 정말. 난 돌아서서 녀석의 요구대로 귀도 막았지만 녀석이 오줌싸는 소리는 다 들렸다. 난 청각이 좋은 모양이었다. 화장실 밖에서 엄마랑 수연이가 옥신각신하는 소리도 다 들었다.

 

"오빠 나오라고 해!!!"

 

"오빠 지금 씻어야 돼..."

 

아니 어째서 내가 학교 가야하는 수연이까지 제치고서 '지금' 씻어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꼭 그래야만하는 적법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어제부터 엄마가 하는 말은 묘하게 이상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그 난리통을 다 겪은 다음, 난 거의 그로기 상태였다. 엄마는 가게를 나갔고 수연이는 학교에 갔다. 평소같으면 난 엄마 일을 도와드리러 갔겠지만 오늘은 일자리를 알아봐야했다. 집 안에 우리 둘밖에 없으니 이제 집은 우리 세상이었다. 그렇다고 신나는 것은 아니었다. 이 녀석은 집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문 여는 방법도 알았는지 문도 척척 잘 열었다. 종이로 써서 보여주길

 

'내가 사는 곳에선 문 손잡이가 저런 식으로 되어있지 않아.'

 

라나 뭐라나.. 하긴 발굽으로 저런 손잡이는 열기 힘들 것이다. 녀석은 마법이 있으니 열 수 있는 것이고.

난 녀석을 뒤에서 졸졸 따라다녀야했다. 마치 시중드는것처럼 말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감시를 위해서였다. 이 녀석은 걸어다니는 폭탄과도 같았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무언가 사고를 칠것만 같았다. 아직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 내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생 방이 궁금하다며 들어간 녀석은 화장대의 화장품에 눈독을 들였다. 서랍을 열면 마스카라가 나왔고 화장대 위에는 파우더, 속눈썹, 그 밖의 기초화장품들이 들어있는 파우치가 있었다. 이 녀석은 마치 보물을 찾아내듯 숨겨져 있는 화장품을 발견할 때마다 좋아했다. 네가 무슨 해적왕이냐.

녀석은 종이로 이렇게 썼다.

 

'이거 써봐도 될까?'

 

날 바라보는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대답은 당연히

 

"안 돼."

 

수연이가 화장품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면 난 죽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윤아.. 제발'

 

이렇게 쓴 걸 보여주고는 최대한 애교 있는 모습을 취하고는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무척 귀여웠다. 저 표정으로 대체 몇 마리의 수컷을 꼬셨을까?

 

"좋아.. 한 번만이야."

 

그러자 녀석은 내 다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강아지가 발정났을 때, 비빌것을 찾기 위해 다리에 올라타는 것처럼 말이다.

 

"그거.. 하지마."

 

그래, 하지마. 그런거 하면 기분이 좀 이상해.

녀석이 화장품을 즐겁게 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무척 흡족했다.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놓고 나간 반찬으로 끼니를 떼웠다. 녀석에게 밥을 주자, 무척 신기한듯 쳐다보았다. 그래, 너 사는 곳에는 이런 거 없겠지. 밥 반찬으로 미나리, 쑥주나물, 김치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하나씩 맛 볼때마다 새로운 맛이라면서 감탄했다. 밥을 먹고 나서는 할 게 없었다. 이제는 정말로 밖에 나가봐야 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문제였다. 이대로 집안에 놔두면 불안했다. 만약에, 그럴 리는 없겠지만 도망쳐버리면 큰일이었다.

 

"나랑 같이 나가야 돼."

 

'어디 가는데?'

 

"일자리 찾으러."

 

녀석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즐거워하며 이렇게 적었다.

 

'너의 큐티마크는 뭐야?'

 

녀석이 설명해준 큐티마크가 나에게도 존재한다면 아마 Zzz 모양일 것이다. 잠자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니 잠자는 것밖에는 잘하는 게 없었다. 그래서 우울해졌다.

녀석을 아디다스 스포츠백에 담아서 나오기는 했지만 어디서 일자리를 찾아야할지는 막막했다. 그래서 일단 피씨방을 가기로 했다.

피씨방에 들어가자 묵은 담배냄새가 나의 니코틴 충동을 일깨웠다. 담배가 무척 피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나는 참 처량했다.

컴퓨터를 켜고 들어간 것은 게임이 아니었다. 일거리를 찾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우리 동네에 괜찮은 일이 있나 검색을 해보았다. 하지만 일이 전부 다 마땅치가 않았다. 쉬운 일을 하고 싶었지만 수입이 적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을 보면 수입은 좋았지만 하기가 싫었다. 한참 검색을 하고 있는데 무언가 내 다리를 툭툭 치는 느낌이 났다. 밑을 보니 지퍼를 열고 녀석이 빼꼼 튀어나와 있었다. 녀석은 항의하듯 거칠게 쓴 글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답답해! ㅠㅠ;

 

글씨 옆에 쓰는 이모티콘이 갈수록 귀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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