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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41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ha
추천 : 12
조회수 : 157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09/08/04 13: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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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의 70%는 물로 구성되어있다.
2. 인간의 70%는 물로 구성되어있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만 인간의 기준일 뿐이고,
사실 지구의 주인은 인간도, 
그 어떤 동물도 심지어 식물조차도 아닌
다름아닌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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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1.등장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평화롭고, 
모두의 일상도 지루하리만치 평화로운 그 어느날.

"아 지겨워 미치겠다!"

지구에서, 대한민국에서, 대전이라는 도시 그 어디에
소재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유지훈'군이 외쳤다.

시간의 야자시간이었고, 일단 녀석은 한대 맞았다.
선생이 사라지고 녀석의 베스트 프렌드인 '김영찬'군이 
옆에 붙었다.

"아 돌겠네 왜 때리고 지X이냐고"
"그럼 넌 왜 야자시간에 공부하다말고 소리를 지르냐?"
"심심하니까. 맨날 맨날 공부만하고 진짜 뭐 할게없다"
"그럼 뭐 야자 끝나고 노래방 콜?"
"꺼져 음치색히 크큭"

사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12시였고, 그때 노래방을
가면 고등학생은 돌려보내짐을 당할만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김영찬은 진짜 음치이기도 했고.

이름 - 유지훈
소재지 - 대전
직업 - 대전 대성고등학교 학생

이름 - 김영찬
소재지 - 대전
직업 - 대전 대성고등학교 학생

학교란 곳을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뭐 다니는 것에 특별한 재미가 있는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거고.

야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둘은 같은 봉고차를 탔다.

"집에 가면 뭐하냐"
"뭐 자야지"
"아놔 재미없는 색히"
"그럼 어쩌라고"

그런식으로 어영부영 대화를 나누고 
역시 짜증나리만치 따분해한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같다. 

"그럼 밤에 운동이나 때릴까?"
"응?"
"왜 가장교 천변밑에 걸을만한곳 있잖아"
"아니 왜 이 야심한 밤에 느닷없이 운동질을?"
"갑자기 답답하고 막 뛰고 싶어지네여. 
님아 나랑 동행좀 굽신굽신"
"아니 왜 너의 밤운동에 나도 참여해야하냐"
"그럼 이 무서운밤 나혼자 보내리?"

대전 서구 가장동에 가장교라는 다리가 있고,
그 밑에는 강이 흐르며 주변엔 걷기 좋게 길을 포장해놨다. 
운동로로 제격이며 밤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 낮에는 
운동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런곳.

봉고 운전하는 아저씨한테 좀 미리 내려달라고 부탁하고
둘은 가장교 위에서 내렸다.

계단을 내려가고, 운동로로 가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둘은 역시 대한민국 고등학생. 
운동부족으로 조금 달리다가 만다.

"허헉 왤케 힘이 안들어가 그만달리자"
"뛰자고 한놈이 왜 벌써 멈추고 그려"


".....?"
"왜 그래?"
"지금 이 시간대에 사람이 있나?"
"뭐가?"
"저쪽에.."

운동로 그 긴 길 위에. 무언가 검은 형체 하나가 우뚝 서있었다.

"뭐야 저사람 움직이지도 않아.."
"불길한데..슬슬 갈까?"

저쪽으로부터, 그 검은 형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뭐야 이쪽으로 오잖아.."
"이거 진짜 좀 위험한거 아냐?"

한 100m 거리가 좁혀지자. 그 검은 형체가 뛰기 시작했다.

"야 뛰어!"
"젠장!"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하지만, 그것은 빨랐다.

"따라잡히겠어!"
"대체 이게 무슨일이야?"

그렇게 망했다고 생각하고 얼굴을 찡그린 그 순간.
그 검은 형체는 둘 사이를 지나쳤다.

둘은 멈췄고, 검은 형체는 저 앞으로 사라져갔다.

"허억..허억 뭐였지?"
"봤냐? 난 제대로 못봤어"
"다른건 둘째치고 사람은 아니야..저거"

둘은 망연해한다.

"뭐 어른들한테 얘기해야하는거 아닌가?"
"누가 믿겠어 게다가 제대로 본것도 아니고"

둘은, 스스로들이 앞으로 지구의 운명을 바꿀 
어떤 엄청난 목격을 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못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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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2.뉴스 

김영찬님으로부터의 메시지
'그래 집은 잘 돌아갔냐. 암튼 목숨만은 건졌으니 다행'

유지훈님으로부터의 메시지
'뭔소리냐. 솔직히 그게 뭔지도 모르고 멀쩡한 사람
잘못본거일수도 있지'

김영찬님으로부터의 메시지
'뭐 암튼 잘자셈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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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학생들은 학교를 가고 어른들은 회사를 가고
주부들은 밥을 짓고 백수들은 그저 빈둥빈둥.

"아함. 오늘 아침은 왜이렇게 일찍 일어났지
지겨워 죽겠네 아침부터"

아침일찍일어난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 이사람은
직업이 백수. 30살. 이동길이란 사람이다.

"그럼 나도 남들처럼 아침뉴스라는걸 봐볼까."

tv를 틀면 공중파에선 아침드라마들 몇개가 나오고
아침뉴스라는게 하는 시간타이밍을 놓친 이사람은
YTN 뉴스 채널을 틀어야했다.

"오늘도 한강 근처에서 잔인하게 해체된 사체가 발견되어.."
"오늘도 또 그 뉴스인가.."

요즘 서울에선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있다.
한강주변에서 한두명씩 꼭꼭 잔인하게 해체된 사체가 발견되고
있는것이다. 일명 '인간도살사건'

사인은 불명. 짐승류에 물어뜯긴거 같다는데 무언가
아직 파악이 안된 모양.

"이건뭐 영화 괴물도 아니고..왜 그러는지.."

할일없는 동길씨는 뉴스를 몇초 보는척하다가 그냥
다시 자버렸다.

그는 영화 괴물을 좋아한다. 딱히 내용이라든가 영상에
반한건 아니고, 날백수 박해일이 뭔가 큰일을 하는거에
감명받은것이다.

"영화 괴물은 백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영화야"

가끔 그가 친구들을 만날때하는 괴물예찬 한대목이다.

한잠 다시자다가, 저녁무렵되어서야 다시 일어난다.
일이 없어서 어지간하면 나오지 않는 그도, 먹을걸 사기
위해서는 가끔씩 정기적으로 나가야했다.

매주 수요일. 일주일치 라면을 사기위해 나가는 시간.
매일 3끼를 라면으로 먹는 그는, 솔직히 건강 생각 따위야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사실 그는 사는게 지겨웠다.

"심심한데 한강이나 가볼까"

몇초 보지도 않은 뉴스를 가지고 왠지 갑작스런 충동을 느꼈다.
날백수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는곳은 강남

..강남 반지하..

이름 - 이동길
소재 - 서울
직업 - 백수

그래도 한강과는 나름 가까워서 걸어서 갈수있는거리.
별생각없이 맥주한캔을 사서 저녁노을에 취해 
약간의 술에 취해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뉴스에 나온 잔혹한 사건들과는 달리
이 시간대에 한강은 참 인기가 많다. 사람도 많고.

어린아이들은 뛰어놀고 커플들은 팔짱을 끼고 걷고
운동할 사람들은 운동하고 저 멀리서는 모형헬기를 날리는
사람도 있다.

"좋구먼"

멋과 낭만과 담쌓은 동길씨도 가끔은 이런 분위기에 취할줄도 안다.
가끔씩.

그가 낭만을 즐기기엔 해가지는 시간은 너무 짧다.
슬슬 집에갈 생각을 하며 일어났다.

집에 도착하면, 할일이 없다.
그나마 즐길거라곤 tv 나 인터넷 정도.

거의 폐인에 가까운 생활.

사는것에 특별한 의미를 찾을수도 없고,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조차 상실한
그저 그런 삶.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우울해졌다.
그래서 술을 또마신다.

그리고 잔다.

얼마쯤 잤을까.

밖에서 뭔가 부스럭댄다.
도둑 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일까.

잠을 살짝 깨더니 별 생각없이 반지하에 달린
작은 창으로 다가간다.

소리가 가까운데서 들렸기 때문에 궁금증이 유발된것이다.

창문밖에는 어스름 달빛이 있었고,
그리고 무언가가 있었다.

다만 이동길씨는 졸렸고, 취했으며 별 관심도 없어서
다시 자버렸다.

그 무언가가 계속 부시럭대고 소리를 내자,
다만 한번더 일어나서 창을 향해 좀 조용히하라고
외쳤을뿐이다. 그가 한행동은 그것밖에 없다.

그런데 이야기는 다음날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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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3.급(急) 

한강에서 괴물떼가 나타났다.
무슨 영화 예고편이냐고?
아니, 오늘 아침 뉴스 긴급속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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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무슨일이 있었다구요?"

"그러니까 이동길씨가 사는 반지하 바로 앞에서
5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거 아닙니까. 혹시
목격하신 거라도 있습니까?"

"전 어제 그냥 술마시고 자서.."

"일단 서까지 동행해 주십시오. 이동길씨의 
신변확보를 위해서라도"

아침부터 경찰들이 찾아오고. 지금 이동길씨는
어안이 벙벙하다.

"저..저는 아무것도 본게 없어요. 밤에 좀 소란스럽긴했지만.."

"밤에 소란스러웠다고요?"

"그러니까 저는 뭐 또 도둑고양이가 도둑질을 하나보다-
생각했지만..글쎄 제 집앞에 그런일이.."

물론 동길씨가 사체를 직접본건 아니다.
사체는 덮어놨고, 다만 밑에는 핏자국.

하지만 동길씨는 피냄새조차 맡은 기억이 없고,
지금도 특별히 어떤 심한 악취가 풍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그는 서까지 동행했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해체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받고,
어제 밤에 소리친 일 때문에 더 상황은 꼬여갔다.

증거불충분으로 용의선상에서 벗어났지만,
결국 의심의 눈초리가 거둬진건 아니다.

"젠장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아침부터.."

경찰서 밖으로 나온 동길씨는 당장은 집으로 돌아갈수도 없고해서
별생각없이 한강으로 다시 가보려고 한다.

한강벤치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었을때였다.
그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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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그 전에 일어났던 일련의 살인사건들과도 
관련이 있습니까?"

"예, 며칠간의 일련의 해체 사건들은 그들이 정탐을 위해
찾아온것으로 사료됩니다."

mbc 특별편성 '특집. 그들은 무엇을 위해 왔는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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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수기는 위에 큰 물통을 거꾸로 놓고 마시는 형식.
체육시간이 끝난직후에는 가장 붐비는 장소.

둘째 붐비는 장소는 씻기위한 화장실.
정수기는 화장실 밖에 있다.

"지훈이는 물 안마셔?"
"됐어"

평소처럼 체육시간이 끝나고 물을 마시던 중이었다.

"응?"
"왜?"
"물통봐, 이상하지 않아?"

가만히 있던 물통안에서, 가볍게 소용돌이가 친다싶더니,
갑자기 벌레같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으악 미친 이거 뭐야!"

손에 물을 담은 종이컵을 들고있던 영찬이가 외쳤다.
작은 종이컵 안에서도 작은 벌레같은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저기 비명소리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비명소리들이 들린건 화장실이었다.

"이것들 뭐냐고!" 

영찬이는 종이컵을 냅다 던지고 손에 붙은 벌레들을 떼어내려했다.
벌레들은 손을 물어뜯었다. 큰 물통속에 들어있던 가재비슷한 
것들도 물통을 부수고 나오려고 계속 부딪혔다.

지훈이가 정신을 차려보니 영찬이의 한쪽손은 피범벅이 되어 
공포에 질려있었고, 화장실은 지옥이 되어있었다.

벌레 들뿐이 아니었다. 각양각색의 검은 괴물들이 물에서
족족 기어나왔다. 몸체 주변은 검은 안개로 둘러싼 그런 느낌. 

문득 지훈은 얼마전 밤에 봤던것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런 생각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이곳을 피해야한다는 생각뿐.

정신없이 영찬이를 데리고 학교를 나오고 보니 
온 거리가 난리였다.

저멀리, 실내 수영장 쪽에서 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몸을 
일으키는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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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4.인류박멸 

'그들이 왜 지구에 왔을까?
후에 생존한 목격자들에 의하면, 
그들의 목적은 지구의 주인과 계약한
'인류박멸'이었다고 한다.' 

-신기영 박사 저 '검은존재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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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현장에 있었던 이동길씨는 운좋게도 살아남았다.
아니 운좋게가 아니었다.

후에 그가 열심히 늘어놓았던 모험담에 의하면
이런 일들이 일어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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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거.."

한강여기저기에서부터 나타나는 검은색의 괴존재들에
이동길씨는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크고 작은 괴생물들이 인간들을 보이는 족족 습격하고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동길씨는 냅다 뛰기 시작했다.

얼마전부터 일어나는 한강주변 살인 사건들도 
심지어 동길씨 집앞에서까지 일어난 사건들도
무언가 정확히 설명할순 없었지만, 동길씨는 다 이해한듯 싶었다.

저멀리에선 생긴건 마치 큰 고릴라를 닮은 키 20m 쯤
되어보이는 괴물이 사람을 찢고 있었다.

'..잡아먹는게 아니야?' 

동길씨는 순간 당황했지만, 계속 도망치는것 이외엔 할게 없었다.

수백, 수천, 수만마리의 괴물들이 물에서부터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들은 계속 인간을 공격했다.

한강에 놀러온 수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도망을 가고
이곳은 이미 지옥이었다.

"어이쿠!"

무너진 각목더미에 넘어지다.
아마, 이곳에서 죽을지도..

다시 일어난 동길씨 눈에
저 멀리서 무언가 확실히 다른 존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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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2m 정도, 머리엔 두개의 큰 뿔이 돋아나와 있으며
인간으로 치자면 균형잡힌 몸매랄까. 모델포스를 풍기더라구.
그래, 그들의 리더는 그렇게 생겼었지

mbc 특별편성 '지구에 온 그들' 이동길씨 증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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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2m 정도에, 머리에 두개의 뿔이 있는
게다가 주변 모든 괴물들을 지휘하는 듯한 행동.

그리고 마침 동길씨의 주변에는 각목들이 있었다.

용기도 없고 평상시에도 생각도 잘 안하던 동길씨도
저것만 공격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압!"

한번 소리치고, 돌격하고, 그리고 그후
손에는 알수없는 묵직한 감촉이 전해져왔다.

그 뿔달린 녀석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잠시 동길씨를 힐끔 보더니, 무슨 생각인지
모든 괴물들을 다시 물로 되돌려 보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에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모두가 일순간 사태를 파악하더니 환호성을 질렀다.

별볼일 없는 백수 동길씨가 영웅이 된 날이다.

이 정체를 알수없는 사태는 끝나고,
방송에서나 신문에서나 이 이야기를 크게 보도했다.

이동길씨는 tv에도 나와보고 지금은 그의 팬카페도 있다.
물론, 이렇게 싱겁게 끝날일인지 의문을 가진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들 사태가 일단락된건 확실하다고 믿고있었다.

설마 또 나타나진 않겠지-

한국 속담에 이런게 있다.
'설마가 사람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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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5.검은색 

이동길씨가 리더(?)를 퇴치한지 일주일.
많은 것이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느라 많이 바빴다.

사건 직후에 뉴스를 봤는데, 이 미확인 존재들의 
지구 침략(확실친 않다) 는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 같았다.

영웅이 된 동길씨는 메스컴에서 끊임없이 불러다니며
계속 스타로 만들어줬다.

"제가 한게 뭘 있다고..다만 지구를 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해야지.
사실 동길씨의 진심은 아니고 그냥 방송국작가가 시킨 말이다.

당시에 봤을때는 전혀 몰랐는데, 나중에
언론에 보도되면서 나온 그것들의 사진들과
연구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녀석들의 형태는 매우 다양. 그러나 표면은
검은 안개 비슷한 것으로 감싸여 있으며

검은 안개 속에는 어떤것이 있는지 모름.

전화밸이 울리고,

"여보세요, 이동길입니다."
"예 동길씨 ETN 연예방송입니다. 지구를 구한 영웅으로써
인터뷰를 할까하는데, 어떻게 시간이 나십나요?"

지금까지 매일매일 남아돌던게 시간이다.

"아 죄송합니다. 다른 방송국에 미리 약속이 잡혀있어서.."

지구를 구한 동길씨. 바쁘게 됐다.

국가에서 내린 표창도 받고, 언젠가는 미국에 불려가서
미국 대통령과 악수까지한 가문의 영광이다.

일주일간 짜증나리만치 바빴다.
백수였었던 시절이 그리울정도로.

사실 지금도 다른 방송국이랑 선약따위 없이 단지 
쉬고 싶어서 거절했을뿐이다.

한강..

다시는 가고싶지 않지만.

사실 사건 직후, 많은 사람들이 물공포증(AQUA PHOBIA)에 
시달렸으며, 며칠동안 계속 물을 마시지 않아 탈진한 사람도
있었다.

한강..
한강뿐이겠어..전세계가 난리가 난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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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이는 지금도 그 무서웠던 기억에 악몽을 꾼다.

사건 발생후 일주일. 그것들을 어떤 영웅이 무찔렀다고 
계속 뉴스에서 떠들어댔지만, 사실 사망자 집계조차 다 
안 되었을정도의 대규모 참사였고, 군대가 제대로 개입
못하여서 국가 전체적으로 비난을 받고있었다..

영찬이는 오른손을 잃었다.

그 벌레같은 녀석들이 계속 파고들어서, 결국 오른손을
절단해야만 했다.

다만 잘못한게 있다면, 그때 물을 마시려 종이컵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테러를 당한듯한 도시.

몇몇 도시는 폐허가 되어버린 수준도 있고,
의외로 별 타격이 없는 곳도 있고 균일하지는 않았다.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역시 안심할수는 없다.
그것들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국가에서도 강이나 호수 근처에는 무장군을 주둔시킬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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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일주일이었다.
모두가 긴장하며 떨고 두려워했지만 결국 아무일도 안일어났으니까.

일주일 하고도 하루 더 지나서
드디어 그들의 2차 침공이 시작됐다- 

물 - 6.다시오다 

2차침공.

이번에는 기다리고 있던 군대가 개입이 되었다.
전국에 모든 강과 호수에 대기하고 있던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규모가 크다 싶은 곳에는 곳곳에 주둔해있었으니까.

모두가 대한민국 육군의 힘에 모든 희망을 걸었고,
그들의 희망이 파괴된 것은
다음날 들려온 한강유역 주둔군 전멸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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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피난행렬. 마치 6.25 시절의 그것과 같은.

결국 휴전선이 무너지고, 

남쪽 사람들은 위로
북쪽 사람들은 아래로

방향감각없이 정처없이 도망만 다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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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모두가 방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tv로 간간이 전해오는
갑천, 유등천 등지에서의 대규모 전투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의 정체가 파악되기 이전에

아군의 화력은 곧 부족해져 버리고,
적들은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았다.

인류의 무기로 대항할 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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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서 공군에 내린 명령 -

'전국 모든 강, 호수를 폭격하여 그들의 통로를 차단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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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에서의 전투는 비극적이었다.
말그대로 퍼부었다고 좋을 만큼의 전투였지만
탱크조차도 가볍게 파괴되고, 학살은 계속되었다.

모두가 비관적인 시선으로 지켜보고있었다.

그때, 하늘에서부터 구원의 메시지가 도달했다.

대한민국의 그 많은 강과 호수가
차례차례 폭격을 통해 메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인간들은 결국 이해못했지만, 
그것들의 '힘' 혹은 '개체수' 등은 그들이 통로로 삼은
물과 직접 연관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물의 양에 따라 크기, 개체수의 차이가
생기고, 힘도 그에 따라 비례한 것이었다.

그 기본적 속성은 연동이 되어, 거대한 물 통로들이
하나하나 메워지자, 그들은 점점 약해지고 크기도 작아졌다.

알수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했지만, 아직 살아있는 군인들과
심지어 숨어있던 생존자들도 힘을 합쳐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그때, 인간들은 아마 인간들이 제2의 승리를 거둘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것이다.

실제로, 끄덕도 않던 적들도 물이 줄어들자 공격이 통하는게 
아닌가.

많은 수의 적들을 해치우고, 
인간들과 그것들의 시체가 뒤덮인 강유역에서,

결국 인간들의 수가 더 많이 남음으로써
적어도 대전만큼은 그 시민들이 스스로 지켰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영찬이는 아직 병상에 누워있었지만, 
지훈이는 그 전투에 참여했었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고, 이는 전국적으로, 아니 전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폭격이 자행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때였다.


'어?'
 

모두가

천천히

하늘을

보기

시작

했다.


그렇다.
 

비가 오기 시작한것이다.

-----

물 - 7.무지개 

2차 전투때, 그때 널린 그것들의 시체를 조사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기본적 속성은 '물'이며, 검은 안개 같은 것은 
그 형체가 흩어지지 않도록 잡아두는 일종의
막 같은 것이다.

비유를 이렇게 하자니 좀 웃길수도 있지만

물을 한바가지 담은 검은 비닐봉지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물론 그 안개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독성도 내포하고
있는등 더 복잡한 구조였지만...

-----

비가 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일전에 설명한 바 있듯이, 그것들의 크기는 최소~최대까지.

덕분에, 그 빗방울 하나 하나에도
그것들이 벌레의 형태를 하여 들어있었다.

모두가 비를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었다.
하지만 비는 인간보다 빨랐다.

많은 사람들이 비속에 들어있는 벌레떼들의 공격을 받아
하나둘씩 쓰러져가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도망다니던 지훈이도 이 순간 실내에 있을
영찬이가 부러워졌다.
 

왜 밖으로 나왔을까.

쓸데없는 정의감? 의협심? 가족들이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서 죽으면 부모님들은 슬퍼하시려나..

건물들은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어서, 
상가 계단 쪽으로 몸을 피했다.

빗방울 속에 들어있던 녀석들은 매우 약했다.
고작해야 벌레 수준이었으니까, 인간의 피부를
파고드는 본능만 아니었다면, 별 두렵지도 않았을텐데

땅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산산히 부셔지면, 
검은 벌레들도 죽어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지났을까.
체력에 한계가 온 지훈이는 졸음이 밀려들었고,
상가 계단에서 선잠을 잤다.

-----

"으악!"
"뭐야 너 왜 자다말고 소리지르고 지X임?"
"어? 영찬이 너 멀쩡해?"
"뭔 헛소리야 너 쉬는 시간 내내 자고 있었어"

'다행이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계단에 웅크리고 있다가 잠을 깨다.

아, 시발꿈..

근데, 꿈은 천국인데 현실은 지옥이다.

차라리 하루하루가 따분해도 평범했던 시절이 좋았는데..

비가 그쳤다.
상가 건물을 나왔다.

온 거리가 시체투성이.

벌레에 파먹혀 죽은사람, 일전에 전투때 죽은 군인들도 있고,
지금도 고통에 몸부리치며 천천히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왜 이런일이 일어난 것일까.

비가 내린후, 폭격으로 막아뒀던 강가에 다시
천천히 작은 물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우연히 비가 내려서 그랬지만, 분명 물길을
막는것은 효용성이 있는 전략.

그러나 한낱 고등학생의 신분인 지훈이는
폭격명령을 내릴 권한 따위 없으며

다른 도시도 멀쩡한지 폐허인지 알수가 없는 상태.


그렇게 생각하며 멍하니 서있다보니

폐허가 된 핏빛도시에 선명한 무지개 하나가 드리워져있었다-

-----

물 - 8.급속전개 

언젠가부터, 이야기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인류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아직 많은 도시는 그것들이 득실득실.

그래서 미합중국으로 부터 제의된 안건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FM 프로젝트이다.

FM의 뜻은 간단하다.

FORMAT 즉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를 포맷하듯,
그것들로 가득찬 이 지구를 포맷하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전세계로 '헬기나 비행기를 이용, 
생존자들을 구출하여 사하라로 이송할것'이라는 요청을 했다.
 
언제나 그렇듯 미국은 독선적이라 UN에 제대로 얘기도 안하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

전세계에서 생존자가 왔다고는 하나,

고작 합해봐야 1억 5000만.

그나마 대한민국에서 많이 살아남은편이고,

세계최대의 호수 카스피해가 있는 러시아나
이과수폭포 및 열대우림이 창궐한 남미,
황하강 양쯔강이 있는 중국에서는 그 많던 인구들이
대폭 줄어있었다.

생존자들은 세계 최대의 사막인 사하라로 이송되었다.

-----

생각해보면 말이죠.
지구의 70%는 물, 인간의 70%도 물.
그러나 그들은 인간의 몸은 그렇다쳐도
심지어 바다에서조차 나타나지 않았지.

왜 그런것이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분명 농도와 관련이
있을것이다.

즉, 그들이 매게로 삼는 것은 흔히 담수정도의
농도를 가진 물만을 말하며

그렇게 생각하면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에서도
담수는 2%에 불과. 고작 2%의 물에 인해 인류는 박멸
직전까지 간것이다...

-----

2번밖에 쳐들어 오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인간이 죽어버렸다.

사실은 그들의 표적은 명확했기 때문에,
인간이외의 동물은 건드리지도 않고

인간만 무조건 학살했기 때문에
더 빠르게 더 많은 규모로 당한것 같다.

-----

1mt급의 전술핵폭탄.
가령 서울에서 이 폭탄이 하나가 터지면,
엄청난 파괴력으로 결국 남한 대부분이
사람이 살수없는 폐허가 되버린다.

폭발즉시 반경 3km가 증발해버리고,
폭발후 계속 산소를 빨아들이던 열기둥이
산소고갈로 인해 붕괴하면서 대규모의 
후폭풍이 몰아친다.

그 이후에도 낙진, 후낙진 등으로 인간은 물론
다른 생물도 살수없는 폐허로 만든다.

이해할 수 있는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지구를
파괴한다.

-----

미합중국의 대통령의 열쇠.
핵잠수함 함장의 열쇠.
핵잠수함 부함장의 열쇠.

이 3개의 열쇠가 열쇠홈에 들어갔다.
열쇠가 돌아가고
함장은 붉은 스위치를 누른다.

그렇게 사하라를 제외한 
지구 전지역에 전술핵폭탄이 발사되었다.

드디어 이 싸움이 끝나는구나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시간이 흘렀다.

대규모의 핵폭발이 있었지만 그것은
멀리 있는 땅의 이야기이고, 

사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생존자들은
자신들의 조국에 관한 소식을 전혀 들을수 없었다.

방송전파도 끊기고, 가끔 다른 지역 상황을 
관찰하곤 했던 헬기등은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다.

생존자들은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며
서서히 다시 인간의 문명사회를 재건하는듯이 보였다.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아버린 (사실 국가유공자로써
한국인 생존자 이송순위 1번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백수이자 영웅인 이동길씨는 이제서야 열심히 일하며
살고있고,

결국 고등학생 영찬이는 손에 물렸던 상처가 감염되어
죽어버렸다.

영찬이의 친구 지훈이는 거의 몇 안남은 한국인
생존자로서 고등학교때 공부했던 지식들을
최대한 많은 종이에 옮겨남기려고 하고있다.

지금의 인류에게는 솔직히 희망이 없다.

그렇다면 다음세대에게 남겨주기 위해서라도,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를 남겨야한다.

고등학생주제에 용케 그런생각이 떠올랐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지훈이의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그것이다.

좀더 많은 한국인 생존자들이 있지만, 혹독한 사막환경을
견디지 못하여 죽은 사람들도 많고,

이미 많은 백인들도 마찬가지로 사막환경을 견디지 못해
스러져갔다.

현재 최고의 권력을 잡고있는 인종은 흑인이다.
아니, 사실 그들은 권력을 잡고있지는 않다.

그들은 피부색 가지고 누구를 탄압하고
권력을 잡는 유치한 짓따위는 하지 않으니까.

수분섭취는 사막동물들을 잡아 동맥을 그어 피를
마시며 연명했다. 평화는 있으나 고통은 별로 줄지 않은듯.

사막엔 물이 별로 없으니, 그들도 찾아오진 않겠지.

실제로 대규모 핵폭격이 있은 이후로는 그것들의
관련된 발견보도도 거의 없고..

인간은 가끔, 자기 좋을대로 생각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가령, 그들이 물이 있는곳에서 나타나고 물이 있어야
힘을 쓸수있긴 하지만, 한번 물에서 부터 나온 이후로는 
그 원류가 남아있는한 어느곳에 가도 심지어 사막일지언정
전혀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생각따위.

사실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는 생존자들이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릴수야 없었겠지만.

그리고 결국
사막의 모래언덕 능선들 사이에
검은 무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사람들.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본다.
그들. 고개를 숙여 사람들을 본다.

사람들. 웃는다. 

그들. 검은무리들. 인간들을 공격한다.

인간들. 저항조차 못하고 스러져간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온 사막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정신을 차린 생존자는 바로 영웅, 이동길 씨였다.

눈앞에 검은 무리들이 한바탕 전투를 끝내고 쉬는듯이 
보였다.

생존자는 이동길씨 혼자밖에 없는듯하다. 
하지만 그 검은 무리들은 이동길씨를 공격하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인간이여...대화를 하고 싶구나...'

머릿속에 직접 얘기하듯 어둡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때 이동길씨가 꿰뚫(?)은 적이 있는 그 리더가 말을 걸어온 것이다.

일종의 텔레파시 비슷한 모양으로 직접 뇌에 들려오는 목소리.

'미안하다...미안해...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왜 사과를 하는거지?

'일종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우리가 처음 만들어졌을때,
인간을 죽이지 않으면 끊임없이 고통을 겪는...방식으로 우리의
육체는 프로그램 되어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계속 얘기를 듣는 동길씨.

'이 검은 안개는 분명 너희들에게도 위협적으로 작용했지만,
우리 스스로를 속박하는 일종의 구속구이다. 안쪽으로
가시가 돋혀있는 옷을 상상하면 될것이다.'

'인간들을 죽이면서, 우리의 고통은 빠른 속도로 줄어갔다.
그리고 최후의 인간 한명이 남았을때, 우리는 깨달았다.
-이 인간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 는 것을.'

'인간에 대해 생각하면서, 우리는 생각을 많이했다.
왜 그들은 그렇게 살아남으려 하는걸까. 인생이란
무엇인가. 우리들의 존재는 정말 그런 목적뿐일까.'

'아마...이런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겠지. 
-살아남고 싶다-'

...

웃기지 말라 그래
인간들을 죄다 죽여놓고 이제와서 '살아남고 싶다' 라니...

'그럼 여기...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인간 암컷을 치료해주겠다...
이곳에 정착해서 앞으로도 목숨을 이어가주었으면 한다...
우리의 마지막...부탁이다.'

그리고는 이동길씨와 여성 생존자를 남겨두고, 그들은
점점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이동길씨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스쳤는지 알겠는가?

-----

이동길씨.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성 생존자의 목을 조른다.

"끄...끄흑" 

이름도 모르는 그 여성을 목졸라 죽인후. 이동길씨는 칼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하복부를 향해 맹렬히 찔렀다.

마지막 인간의 목숨이 곧 스러진다는 프로세스에 의해,
뜨거운 사막 모래 위에서 검은 무리들은 구속구가 벗겨지며
물로써 흩어져버렸다.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그 흔적은 곧 사라질 것이다.

쓰러져 있는 이동길씨 눈 앞에, 지훈이가 마지막으로
적었던 종잇장이 날라왔다.

'인간은 결국 다른 존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므로
서로 더더욱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

...뭔 소리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이름 이동길. 사망.

-----

아마, 다음 세대에 이 지구를 장악할 존재들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왜 멸종했는지 아무리 화석을
들여다 보아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인간이 공룡의 멸종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듯이.

하지만 결국 그들에게도, 언젠가는 찾아가게 되겠지.

지구의 주인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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