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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희망버스가 폭력버스? 최악의 왜곡보도"
게시물ID : sisa_4190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百年戰爭
추천 : 7
조회수 : 25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27 16:28:50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90223

직접 21일 현대차 희망버스 탑승... 폭력 강조한 보수언론 등 비판

희망버스 타고가 술판… '난장버스'로(7월 22일 <세계일보>)
또 등장한 죽봉… '폭력버스' 시위꾼에 습격당한 울산 현대차(7월 22일 <조선일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300일 가까이 철탑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을 응원하기 위해 '희망버스'가 지난 21일 울산으로 향했다. 다음날 <조선일보>과 <세계일보> 등 몇몇 신문은 현대차 공장 앞에서 시위대와 사측이 충돌한 상황을 다루며 희망버스를 '폭력버스'로 묘사했다. 참가자들이 마신 술병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런 보도는)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란) 정당한 요구를 관철하러 갔는데 (언론이) 소설을 썼어요."

박노자(41)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는 27일 오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위자들이 깃대를 든 맥락을 설명하거나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은 채 폭력군으로 매도한 보수매체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19년 3·1운동을 '불령선인폭력소요(불순한 조선인들이 폭력 소요를 일으켰다)'라며 폭력에만 초점 맞췄던 일본 어용매체의 보도를 연상시켰다"며 "언론들이 시위자들의 폭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편파보도의 교과서적 사례, 최악의 왜곡보도'"라고 비판했다.

"보수언론의 희망버스 보도, 3·1운동 왜곡한 일제 어용매체 떠올려"

그 역시 이날 희망버스에 오른 2500여 명(주최 쪽 추산) 중 한 명이었다. 박 교수는 "당시 수적 상황을 보면 시위자들이 경찰과 사측이 고용한 경비용역업체 사람들보다 적었고, 우리는 공장 진입과 회장 면담을 요구했을 뿐"이라며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술을 마신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고공농성자들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희망버스가 달리기 훨씬 전부터 회사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해왔다. 대법원은 2010년 당시 사내하청노동자였던 최병승씨를 직접 고용하라고, 2012년에는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판결이라고 판결했지만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문제의 근원은 회사가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기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한 일"이라며 "현대차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그들의 분노와 좌절은 일절 생각하지 않은 채 착취할 대상으로만 여겼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사측이 비정규직 노조나 희망버스의 면담 요청은 거부하고, 무조건 공장 진입을 막은 탓에 21일 크고 작게 다친 시위자들이 100여 명에 달했다. 또 부상자 가운데 울산 시민들은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희망버스에 동참했던 사실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병원 치료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현실적으로 보면, 노동자들의 준법 투쟁입니다. 회사에 '법을 제대로 준수해달라'는. 그런데 대한민국은 약자가 강자에게 준법을 요구할 수 없어요. 법보다 자본의 폭력이 위에 있는 세상이죠. 그럼 기업하기 좋은 나라일지 몰라도 살기 좋은 나라는 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는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며 희망버스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극 반박했다. 박 교수는 "우리가 아이들한테 학교 폭력을 목격하면 절대 가만히 있지 말고, (피해자를) 도우라고 하지 않느냐"며 "현대차 자본이 비정규직에게 하는 일도 크게 봐선 학교 폭력처럼 약자를 괴롭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 사회 시민으로서 약자가 피해를 입는 상황에 개입하는 일은 당연하다는 말이다. 그는 또 "약자가 당하는데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 사회야말로 모래알처럼 흩어진 곳"이라며 "만인과 만인이 무관심한 사회에서 살고 싶으냐"고 되물었다.

"정부, 갑들만의 나라 만들겠다는 건가···장기적 보수화 우려"

'현대차 불법시위 가담자들을 엄정 대응하겠다'는 정부와 경찰의 태도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었다. 경찰은 지난 22일 울산지방경찰청에 '희망버스 합동수사본부'를 구성, 불법행위자를 전원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희망버스 참가자 4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이 가운데 1명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박노자 교수는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시하는 갑들의 정부다, 초강경 대응도 결국 정부가 자본의 해결사 역할을 스스로 자처하는 셈"이라며 "노동자까지 국민으로 끌어안으려면 중립적 입장이라도 견지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노동자를 상생의 파트너,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본다면 그들의 요구를 듣고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구속 등은 갑들만의 나라를 만들어 영원히 군림하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장기적 보수화의 징조가 아닐까 싶다"는 말도 남겼다.

자신도 오슬로대 노조 조합원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힘을 보태려 희망버스에 올랐던 박 교수는 "결국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들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중요한 점은 각계각층이 폭 넓게 연대해 전 사회적으로 압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희망버스가 "노동계급이 같이 뭉치는 과정"이라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박 교수는 "대학생과 회사원, 노동운동가에 외국인 유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갔는데, 현재 또는 미래의 노동자가 공통점이었다"며 "노동계급과 그 특유의 계급의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연대가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27일 노르웨이로 출국하는 박 교수는 자신만의 연대 방법으로 최근 페이스북에 뜻을 알린 현대차 불매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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