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년 6월에 강원도 모 사단에 입대를 했습니다.

공병대대...

전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죠

처음에는 1611로 주특기를 받았지만

전투공병 생활 5개월정도 즈음 해서

감독병이란것을 해보게 됩니다.

이 감독병이란것은 육체적으로 힘든것은 없었습니다. 단지 정신적으로 힘들었을뿐.

감독병의 주 업무는(제가 했던 업무는)

오토캐드를 이용한 도면수정 + 엑셀을 이용한 준공보고서 작성 + 공사일지 작성 + 기타 공사 제반사항 감독(건축/설비/통신/전기/소방/토목)

그리고 시방서와 현장을 둘러보며 잘못된곳은 없는지 체크하는것이었죠.

하지만 이것들중에 제일 환장했던건 엑셀이었습니다.

수식이 복잡하게 꼬여있는 상태에서 단가가 10원이라도 차이가 나면 안되는 준공보고서 특성상

저는 엑셀의 달인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때까지만해도 기본적인 수식이용밖에 하지 않았지요.

뭐... 그러던중 상병즈음 되서 다리를 다쳐서 보직을 인사계를 맡게 됩니다.(현장 감독하러 움직이기가 힘들었으니까요)

행정병생활을 하며 지내던 도중 병장이 되서... 할게 없을 즈음 무언가 번뜩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중대에서 헛짓거리 하는게 정말 많은데, 이걸 엑셀로 자동으로 처리해주는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부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업무인 인사계, 그다음 보급계, 통신.. 등등 주변 후임 계원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점점 용량이 커져가는 엑셀 파일을 보며 나름 뿌듯해져갔습니다.

그리하여, 약 1개월 후

각종 매크로와 수식 6만여개가 들어간 병장의 한가함이 아니면 다시는 제작할 일이 없는 초유의 140mb짜리 엑셀 파일이 제작되었습니다.

주요 기능이라 함은... 좀 지나서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일단 입력 란에 중대원의 모든 정보를 표기한다면

각종 중대내 일지 양식/자동완성 기능

각종 중대내 검열 양식/역시 자동완성 기능

총기수불대장, 휴가자현황

근무자 자동편성(이건 제가 봐도 대단합니다.)

1<근무자 자동편성에서 휴가자 제외시키고 자동으로 다른인원 채워넣고 부상자 자동으로 제외해주는 시스템.>

각종 교육훈련 및 대대 훈련(훈련인원표기란에 숫자"1"만 써주면 전 인원 파악 및 자동분류-간부포함)

혹시모를 에러를 대비한 각종 스위치(수식을 다룰줄 모르는사람도 사용가능하게)

그리고 안좋은 군 컴퓨터 사양에서 렉을 최소화 하기 위해 수식은 한 시트에 전부 몰아서 숨김처리(혹시 모르고 수식 지울까봐...)

이것의 완성으로 제가 할 일은...

아침/버튼몇개+교육훈련 프린트

점심/버튼몇개+오후 교육훈련 프린트

저녁/버튼몇개+중대일일결산 프린트+기타등등..그냥 인쇄버튼(양식은 섬세하게 원본과 일치하게 제작)

5~6시간 걸리던 일이 불과 20분정도에 끝나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본부 계원들과 만세를 불렀고

할일이 줄어든 행보관님도 저에게 4박5일의 은총을 하사하셨습니다.

(그리고 전역 전날 3박4일의 위병(야간)조장 말뚝근무를 하사하셨습니다.... 슈발...)

그리고 전역 당일날, 계원들은 제가 전역한다는것에 슬퍼하는것보다는

이제 엑셀파일을 다룰수 없게 됬다는것에 더 슬퍼했다는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들의 군대 엑셀실력.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