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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이 접속 금지한 '가디언', 퓰리처상 받을까?
게시물ID : sisa_4198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百年戰爭
추천 : 5
조회수 : 2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29 20:18:50
출처 : http://media.daum.net/foreign/newsview?newsid=20130729171010873

외국 언론으로 첫 수상 가능성…미 언론계도 뒤흔들고 있는 '스노든'


퀴즈로 시작해보자.

1. 영국 타블로이드 주간지 < 뉴스 오브 더 월드(NoW) > 의 10대 납치 소녀 휴대전화 메시지 해킹 사실을 폭로해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제국에 일격을 가한 언론은?

①BBC ②파이낸셜 타임스 ③가디언 ④뉴욕타임스 ⑤워싱턴 포스트

2. 미국에서 < 뉴욕타임스 > 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 언론사는?

①CNN ②워싱턴 포스트 ③LA타임스 ④가디언 ⑤알자지라(영어방송)

3. 미 국방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접속을 차단한 언론사 사이트는?
①알자지라(영어방송) ②뉴욕타임스 ③워싱턴 포스트 ④가디언 ⑤BBC

스노든 폭로 잇따르자 미 국방부, < 가디언 > 접속 전면 차단

먼저 1번 문항의 답은 < 가디언 > 이다. 2011년 7월 영국은 유명 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한 < 뉴스 오브 더 월드 > 해킹 및 도청, 불법 자료 유출 사건으로 들끓고 있었다. 그 때 결정타를 날린 것이 < 가디언 > 이었다. < 뉴스 오브 더 월드 > 가 2002년 실종된 10대 소녀의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를 해킹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 뉴스 오브 더 월드 > 가 새로운 메시지를 해킹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녹음됐던 기존의 음성 메시지를 지운 사실까지 밝혀냈다. < 뉴스 오브 더 월드 > 는 < 가디언 > 의 이 기사로 사실상 끝났다. 머독은 이 때문에 그의 인생에서 '가장 치욕적인 순간'을 맛봐야 했다. 의회 청문회장에 섰다가 면도거품 공세를 받았다.

2번 문항의 답은? 5,6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연히 < 워싱턴 포스트 > 였다. < 뉴욕타임스 > 와 < 워싱턴 포스트 > 는 미국의 대표신문이다. < 워싱턴 포스트 > 는 '펜타곤 페이퍼'로, < 뉴욕타임스 > 는 '워터게이트' 보도로 미국 언론사의 기념비가 됐다. 두 신문은 미국 저널리즘을 이끄는 쌍두마차였다. < 뉴욕타임스 > 의 맞수라면 당연히 < 워싱턴 포스트 > 를 꼽을 만하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는 < 가디언 > 이 < 뉴욕타임스 > 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가 되고 있다. 3번 문항의 답이 왜 그런지를 설명해준다. 미 국방부가 접속을 차단할 정도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언론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미 정부가 서방언론을 대상으로 이런 일을 했으리라곤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아랍권의 위성방송으로 미군의 이라크 침공 등에 비판적 보도를 해왔던 < 알자지라 > 가 그 대상이었을까? 아니다, 3번 문항의 정답 역시 < 가디언 > 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과 남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 가디언 >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 가디언 > 의 확인 요청에 미 국방부 관계자는 "무단 유출된 기밀 정보들에 대한 접속 차단 프로그램에 따라 가디언의 일부 내용에 대한 접속이 차단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 가디언 > 사이트에 대한 접속 자체가 전면적으로 차단됐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가안보국(NSA) 도청 및 해킹 관련 기사 때문이었다. 미 정부가 미군에게 < 가디언 > 을 '불가촉 매체(접촉해서는 안 될 매체)'로 선포한 것이다.

< 가디언 > 만 이를 보도한 것은 아니다. < 뉴욕타임스 > 나 < 워싱턴 포스트 > 같은 미국 언론들 또한 이를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특히 < 워싱턴 포스트 > 는 < 가디언 > 과 동시에 NSA의 도청․해킹 프로그램 프리즘(PRISM)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미 국방부는 왜 < 워싱턴 포스트 > 는 그냥 두고 < 가디언 > 만 접속을 차단했을까? 미 국방부는 < 가디언 > 의 이런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 "영국의 작은 신문이 미국에 충격"

미 국방부만 < 가디언 > 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 뉴욕타임스 > 나 < 워싱턴 포스트 > 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 가디언 > 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다. 특히 이번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대한 이 미국 신문의 보도와 논조는 < 가디언 > 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했던 < 워싱턴 포스트 > 는 7월 2일자 사설(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에서 기밀 유출에 대해)에서 "스노든의 기밀 유출은 테러리즘과의 싸우는 데 있어서, 또 합법적인 정보기관의 활동에 해를 끼치고 있다"면서 "기밀 유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신문이 과연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했던 그 신문이 맞나 싶을 정도다. 미 국방부가 < 워싱턴 타임스 > 의 접속을 차단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 뉴욕타임스 > 의 칼럼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은 스노든을 "정직과 직분을 배반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 뉴요커 > < MSNBC > 등 내로라하는 미국 주요 언론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 국방부의 접속 차단은 미국에서 < 가디언 > 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 워싱턴 포스트 > 도 7월 2일 미국 언론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는 < 가디언 > 의 '미국 공격'을 기사로 다뤘다. '가디언, 영국의 작은 신문이 NSA 기사로 미국에 강렬한 충격을 주다'는 기사 제목처럼 < 가디언 > 이 영국에서도 부수가 얼마 안 되는 '작은 매체'인데도 어떻게 미국의 주요 기밀을 단독으로 폭로할 수 있었던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정적으로 큰 압박'을 겪고 있는 < 가디언 > 이 위기 타개책의 일환으로 2008년부터 미국 언론시장에 본격 뛰어들어 공격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점을 그 배경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한 때 40만부를 넘었던 < 가디언 > 의 종이신문 부수는 지난 6월 기준 18만부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종이신문과 마찬가지로 매년 줄고 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내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적자폭도 적지 않다. 연간 몇 백억 원을 훌쩍 넘기는 액수다. < 가디언 > 은 이런 종이신문의 퇴조에 직면해 2008년부터 본격적인 디지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 가디언 > 은 디지털 지면의 주요 무대를 영국에서 미국으로 확장했다. 영국 이외의 곳에서 < 가디언 > 사이트에 접속하면 < 가디언 > 미국판 사이트로 연결된다. 미국 주요 도시에 디지털지국을 개설하고, 인력도 28명으로 늘렸다. 특히 스노든 첫 인터뷰 등 NSA 도청 및 해킹 폭로를 주도했던 칼럼리스트 글렌 그린월드를 영입하는 등 미국의 민감한 쟁점을 거침없이 다룰 수 있는 필진들을 대거 기용했다.

< 가디언 > 의 디지털 전략은 유료화를 지향하고 있는 다른 신문들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무료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 월스트리트저널 > 이나 < 파이낸셜타임스 > , < 뉴욕타임스 > 는 모두 유료화를 통해 디지털 쪽에서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 내는 쪽으로 가고 있다. 반면 < 가디언 > 은 인터넷 기사 무료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유료화를 완전히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가디언, "우린 우리 길 간다"…인터넷 기사 무료 고수

< 가디언 > 이 인터넷 무료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수익' 보다는 '저널리즘'과 그 '영향력'을 우선해온 < 가디언 > 의 전통 때문이다. < 가디언 > 은 독특한 소유구조를 갖고 있다. 신문의 독립성과 영향력 유지를 '유일한 목표'로 하고 있는 '스콧재단'이 소유․운영하고 있다. 스콧재단의 유일한 목적은 < 가디언 > 이 영원히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있다. 스콧재단은 중고자동차판매 포탈 등을 운영하는 재단 산하 TMG, TRG에서 많은 수익을 내 < 가디언 > 과 < 옵서버 > 등 저널리즘 사업부문인 GMG(Guardian Media Group)의 손실을 메우고 있다. < 가디언 > 이 공격적인 디지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와 함께 < 가디언 > 은 보다 많은 방문자를 유인함으로써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을 일관되게 추구해왔다. < 가디언 > 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 가디언 > 의 기사를 읽음으로써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 가디언 > 의 이런 전략은 일단 유효해 보인다. < 가디언 > 디지털 미국판 한 달 평균 방문자수는 올해 8천300만 브라우저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40%나 증가한 것. 스노든의 첫 인터뷰 비디오는 하루 동안에만 7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 가디언 > , < 옵서버 > 와 그 디지털 부문인 GNM(Guardian News Media)는 지난 3월말 기준 2012년도 결산 결과 1억9,600만 파운드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디지털 분야의 매출이 5,590만 파운드, 한 해 전보다 28.9%나 증가했다. 종이신문 쪽의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는데도 디지털 분야의 매출 신장 때문에 전체 손실은 3,090만 파운드에 그쳤다. 여전히 적자지만 적자폭은 한 해 전보다 30% 줄었다. 이런 속도라면 3,4년 안에 손익을 맞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가능하다. GNM의 모기업인 GMG(Guardian Media Group) 전체적으로는 일부 자산 매각과 보유하고 있는 TMG와 TRG 지분 이득을 포함해 5,400만 파운드의 수익을 냈다. < 워싱턴 포스트 > 가 "다른 언론들이 다들 부러워할만한 수익 구조"라 할 만 하다.

그러나 < 워싱턴 포스트 > 나 < 뉴욕타임스 > 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따로 있다. 왜 미국의 독자들까지 < 뉴욕타임스 > 나 < 워싱턴 포스트 > 대신 < 가디언 > 에 눈을 돌릴까 하는 점이다. 미국의 대표 신문들이 있는 데 굳이 '영국의 작은 신문'을 볼 필요가 있을까?

자닌 깁슨 < 가디언 > 미국본부장은 최근 < 허핑턴포스트 > 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언론들이 전체적으로 비판의식이 약해졌다"고 꼬집었다. 9․11 이후 미국 사회에선 국가 안보 문제 등에 대한 중요한 문제 제기는 마치 비애국적인 것처럼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 또한 그런 풍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내부 검열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퓰리처상은 미국의 대표적 언론상이다. 미국 언론이 아니면 이 상을 받을 수 없다. 퓰리처상위원회는 그러나 지난해 < 가디언 > 의 후보작 제출을 접수했다. 미국에서 < 가디언 > 의 존재가 "너무나 명백하다"는 이유였다. < 가디언 > 이 만약 '스노든 기사'로 올해 퓰리처상을 받게 된다면 미국 언론으로서는 이보다 더한 굴욕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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