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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엄살쟁이 남자입니다.
게시물ID : humorstory_4199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헤이븐노트
추천 : 0
조회수 : 3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27 20:36:10
무슨 일이든 '참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 
적어도 내 부모세대가 그랬고, 우리세대도 일부 그렇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참을 필요가 없는 것들이 있다. 특히 병원에서는 참을 필요가 없다.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야 한다. 감정은 표현하라고 있는 것이고 고통 또한 그렇다. 

좋으면 좋다, 예쁘면 예쁘다, 말로 표현해야 의미가 있다.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소리를 질러야 한다.(예: 고승덕)

변명같지만 나도 어렸을 땐 참 말 수 적고 표현을 잘 안하는 아이였는데, 
성인이 되고나서 혼자 병원에 오게 되면서부터는 이깟것 참아봤자 뭐할건가 싶어졌다.
남자답게 잘참네~ 아이고 씩씩하네~ 이따위 칭찬을 듣기 위해 아픔을 참아야 하는가? 
이런 회의를 갖게 되면서, 나는 엄살을 부릴 수 있을 때 실컷 부리기로 작정하였다.
삼십대 초반을 지나는, 산적의 스펙을 지닌 지금도 그 작정은 유효하다.
하! 덩치랑 아파하는것이 무슨 상관인가 말이다. 
그놈의 덩치값, 타령만 하지 말고 현금으로 좀 주란 말이야.

쑥스러운 얘기지만, 아마 예비군1년차 훈련때부터였던것같다. 
뭔놈의 훈련을 한답시고 산속에 여기저기 끌고다니며 아무데나 주저앉히는데, 
그때 나뭇가지 같은 것에 찔렸던 것 같다. 
가뜩이나 난 아무데나 앉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편인데 ㅜ.ㅜ 
그때의 감염? 이후로 2~3년마다 여름이면 다리 아래쪽이나 엉덩이에 뭐가 나곤 한다...

이거때문에 참 우여곡절 많았다. ㅜ.ㅜ 
초창기인 20대 후반 어느 여름, 바쁜 일 때문에 참고 참다가 결국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썸녀였던 J모양이 문병을 왔다...

"오빠 도대체 어디가 아픈거에요?"
"응... 말하기가 부끄러워...ㅜ.ㅜ"

이렇게 얼버무리고 돌려보냈는데 나중에 보니 치질로 오해받은것같았다..!!! 
아냐 아니라고 ㅠㅠ 엉덩이에 종기 났다고 말하는것보다 치질로 오해받는게 더 곤란하다고 ㅠㅠㅠㅠㅠ


어쨌거나 아픈것은 아픈것이다. 
아픈거 참는다고 누가 상 주는거 아니고 덜 아파지는것도 아닌데, 
아프면 아프다고 실컷 표현해줘야 좀 후련하기라도 할거 아닌가.

그래서 오늘도 종기 치료하러 갔다가, 아픔을 양껏 표현했다.

아아아앙ㅇ아아앙ㅠㅠ 찌르실거에요 째실거에요? 
째실때 말씀하셔야돼요!! 꼭요!! 아!! 아어어허허러ㅓㅇ허헝 얼만큼 남았어요??? 어엉헣허허헣

그리고 다 끝나면 바로 정색하고 "다 끝났습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아니나다를까 한쪽은, 선거기간동안 너무 앉아있어서 땀띠가 종기화...
난 양쪽 다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한쪽은 너무 씻어서 헐었단다....ㅜㅜ

완전히 다 짜내고 다 아물때까진 며칠간 병원에 계속 가야하는데, 
처음엔 의사양반도 당황하지만 며칠 보다보면 대략 패턴을 파악하고 익숙해진다.

재작년에 종기 치료했던 의사양반은
치료중엔 이렇게 엄살부리다
끝나자마자 정색하는 날 보고 그랬었다

"겁나 이중인격이세요??"

"아 왜요? 아플땐 아파하는거지요 뭘!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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