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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bestofbest_42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
추천 : 254
조회수 : 8392회
댓글수 : 5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5/03/18 12:54:49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3/17 11:18:48
학창 시절
대학을 마치고 갓 부임한 윤리 선생은
이쁘장한 외모와 몸매로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다.
우리의 수다에 단골로 등장했으며, 심한 녀석은
편지 선물 등의 애정공세도 펼쳤다...
학교가 남학교라 여자면 다 이뻐 보이긴 했지만...
나이 많은 여자는 무조건 아줌마로 치부했던 나조차도
윤리 선생 참 이쁘장하게 생겼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녀석들의 상상을 깨고..
윤리 선생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했다.
결혼 소식을 들은 이후 녀석들은 윤리 선생의 수업시간에
참 많이 산만했고..어설픈 질투심을 표출하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잘난 놈인데 윤리 선생을 꼬셨지??’
‘분명 갑부집 아들이야...여자는 돈에 약해..킥킥킥“
이렇게 녀석들의 산만함이 점점 심해지자
윤리 선생이 잠시 한숨을 쉬더니 분필을 내려놓았다.
윤리 선생: 이 녀석들이...도대체 뭐가 궁금한게야???
조군: 선생님..왜 결혼하셨어요??
윤리 선생: 왜 결혼하긴...결혼할 사람을 만났으니 하지..
조군: 그 남자 돈 많아요??
윤리 선생: 이 녀석들이...그래...이 얘기도 윤리일지 모르니깐
오늘은 내 남편 자랑으로 수업을 대신하자....
순간 산만했던 녀석들의 분위기가 고요해지고
윤리 선생에게 집중됐다.
윤리 선생:
내가 내 남편은 대학에서 만났지 모범생도 아니었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 좋아하고, 돈도 없고 뭐 그런 사람이었다..
당시 난 학교 앞에서 친구와 자취를 했는데 친구 녀석이 사귀는 남자는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연수원에 다니던 사람이었지...
난 친구가 너무 부러웠어...똑똑하고 집안 빵빵하고...미래의 판검사..
매너도 좋고 어느 상황이든 유식하게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모습들...
여자들이 참 바라는 그런 결혼 상대였으니 말이다..
우리 넷이서 술자리도 몇 번 했는데 그때마다 지금 내 남편이
참 초라해보였다...헤어질 생각도 여러 번 했지..
신체 건강하고 활달한 것 빼고는 가진 게 참 없어 보였거든..
근데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뀐 중대한 사건이 있었다..
늦은 밤 친구와 술을 마시고 집에 가다가
어둑한 골목길에서 치한들을 만난거야.
우린 윗도리가 다 찢기고 참 무서운 상황이었지..
마침 순찰을 돌던 경찰들 때문에 무사했지만
그땐 정말 온 몸이 떨려 견딜 수가 없었어...
그렇게 경찰서에 가서 상황 진술을 하고 있을 때
내 남편하고 친구의 남자친구가 경찰서에 도착했어...
둘 다 집이 멀어 집에는 연락을 못하고 우선 남자친구를 부른거야.
친구의 남자친구..
사법 연수원 다니던 그 남자가 먼저 도착을 했는데
우릴 보자마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바로 형사에게 다가가서
“상황 좀 말씀해 주시죠..이 여자 당한겁니까?? 안 당한겁니까??”
라고 말하는 거야..
형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이자
그 남자가 아주 차분히 그리고 냉철하게
여지껏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그 유식한 표정으로 다시 묻더라고...
“이 여자 강간당했습니까?? 아님 미수입니까??”
그때 지금 내 남편이 도착했어...
남편은 그 남자와 아주 상반되게 들어오자마자
한마디 말없이 자기 윗도리를 벗어서 날 덮어주고..
치한을 취조하는 형사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하더군..
“형사님 나 지금 이 놈 몇 대 때려야겠는데 체포할려면 체포하시죠”
그러면서 그 치한들에게 주먹을 날렸어..
순간 경찰서가 살벌해졌지...그리고 형사에게 가서..
“오늘은 제 여자친구가 너무 많이 놀랬으니 이만 데려가 쉬어야 겠습니다”
그 말만 던지고 내 손목을 잡고 경찰서를 나왔어...
그게 내가 남편하고 결혼한 이유다..
내가 만약 내 친구와 같은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사람간의 관계..특히 사랑하는 사람간의 관계까지
그 유식한 논리로 재단하려 들겠지...
이 후 내 친구는 경찰서에서 그렇게 논리적으로 묻는
남자에게 막 소리지르며
“그래 나 당했다..어쩔건데..”
라고 말했고.. 그 남자는 잠시 움찔하더니 그 길로 경찰서를 나가
다신 연락이 없었단다....
옳고 그름은 없다... 단지 느낌의 차이겠지..
그 차이에서 어느 것이 더 와닿는지는
집적 판단하도록..오늘 수업 끝...
졸업할 때쯤 윤리 선생의 그 비논리적이고 무식하고
아주 멋있는 남편을 우연히 보았다...
윤리선생과 팔짱을 끼고 시장 아줌마한테 100원만 더 깎아 달라고
둘이서 애교를 피는 모습을....
(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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