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점심때까지 자고 있던 나는 멍한 채 거실로 향했다. 똑똑똑 부엌칼 소리, 부엌에서 아내가 점심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TV를 켜면서 휴대전화를 보니 그저께 아내에게 비밀로 간 다과회에서 번호를 따낸 여성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1통 있었다. 잠옷 호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고 부엌을 가로질러 화장실로 급히 들어갔다. 작은 목소리로 그 여성과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통화중 대기 신호가 울렸다. 아내였다. 몰래 전화하다 들켜 버렸다는 생각에 당황해서 바로 전화를 받으니
「여보세요. 지금 일어났어? ○○(딸의 이름)이 클럽활동 하다 다친 것 같아서 지금 마중나가니까 점심은 냉장고에 둔 거 데워 먹어」
라고 들려왔다. 전화 저 편에서 차안의 라디오 소리도 들렸다. 전화를 끊지 않고 화장실 문을 살그머니 열고 부엌쪽을 들여다 보면 부엌의 아내는 휴대전화는 갖고있지 않고 부엌칼을 손에 든 채 아무것도 없는 도마를 단지 자르고 있었다. 내 손에 든 휴대전화에서는 「여보, 듣고 있어?」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엌의 아내와 시선이 마주쳐 버렸다.
무서워서 겁에 질린 나는 집을 뛰쳐나와서
「빨리 돌아와줘」라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두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집 근처에서 기다렸다. 아내와 딸이 돌아오고 나서 상황을 설명하고 모두 함께 집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다. 부엌에는 완성된 요리가 우리 가족 먹을 만큼 준비되어 있었지만 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고, 아내와 딸은 음식점에 주문시킨 거냐고 물었지만 절대 그런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요리를 해본 적이 없다.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