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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에 대한 고찰
게시물ID : sisa_349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黑星★
추천 : 5
조회수 : 42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7/10/18 13:52:37
 로스쿨 제도에 대해 말이 많다. 대다수 사람들이 "로스쿨 제도는 서민에게 유리한 좋은 제도이지만, 법조인 철밥통을 깨부수는 제도라 법조계에서 반대가 많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 차분히 생각을 한번 해 보자.

 민중의 불만은 무엇인가? 뭐니뭐니 해도 첫째, 변호사 수임료가 높다는 것이다. 소송 한번 하려면 돈이 엄청 든다는 게 불만이다.

 난 그에 대해선 공감할 수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소송을 걸기가 힘들면 구제받기도 힘들다. 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하는데도 돈이 꽤나 드는데, 예를 들어 30만원이나 50만원을 받자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화도 날 거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러한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이 무슨 도움이 되느냔 말이다.

 혹자는 말한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해서 한해 변호사 자격을 얻는 사람 수가 3000명이 되면,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변호사 수임료가 낮아질 거라고.(이것이 현재 주류를 이루는 여론의 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이 5억짜리 소송에 걸려 있다. 패소하면 집이 날아간다. 500만원짜리 유능한 변호사가 있고 50만원짜리 시시껍적한 변호사가 있다. 누굴 쓰겠는가?

 변호사 시장은 가격에 대해 매우 비탄력적인 시장이다. 왔다갔다 하는 액수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5억 날리게 생겼는데, 500만원을 아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 수가 3000명 아니라 30000명이 돼도 유능한 변호사는 여전히 비쌀 것이다.

 액수가 큰, 비싼 사건은 비싼 변호사에게 몰리고 싸구려 변호사에겐 소액 사건밖에 안 간다. 게다가 어느 집단이나 당연하게도 유능한 사람은 적고 무능한 사람은 많다. 따라서 안 그래도 값싼 소액 사건을 여럿이서 나눠 먹어야 하니, 망하는 변호사들이 속출할 것이다.

 "그래도, 값싼 변호사가 어느정도는 살아남지 않을까? 그럼 서민 입장에선 좋은 일인데" 물론 그렇다. 다만 그 "값싼"의 기준이 얼마나 싼 가격이냐가 문제지만. 로스쿨 다니는데 학비가 좀 비싼가? 아무리 변호사시험 턱걸이로 통과한 찌질이 변호사라도 본전은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변호사 수임료 하한가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럼 어차피 변호사 쓰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그럼 어쩌란 소리야?" 답은 없다. 이상론적으로 보면, 국민들에게 법률교육을 더 많이 하여 국민들이 법에 대해 더 잘 알게 하는 방법이 최고다. 현재 소송을 거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법리를 모르고 스스로의 실리만 주장하기 때문에 패소할 게 뻔한 소송도 아무렇지 않게 제기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이 있다고 할때, A가 승소하고 B가 패소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명백하다는 것을 B가 안다면 B는 절대로 사건을 소송으로 끌고 가지 않을 것이다. 패소하면 소송비용까지 덤으로 뒤집어 써야 하는데, A가 달라는 돈만 주는 편이 이익이지 않은가. 그러나, 어느 나라든 법이란 건 어려운 거고 민중은 어려운 걸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변호사는 비싸다. 변호사를 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째서 로스쿨을 도입하려 하는가? 로스쿨엔 어떤 이점이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점 따윈 없다. 마치 로스쿨이 서민들을 위한 제도인 듯 포장하지만 사실 서민들은 법조계에 발도 들일 수 없게 만드는 제도가 로스쿨이다. 고작 1년에 천만원 하는 대학 등록금에도 벌벌 떠는 인간들이 로스쿨 등록금 낼 수 있겠어? 만일 학자금대출을 받아서 로스쿨을 졸업한다고 하자. 그 빚, 갚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변호사 수도 많아서 가뜩이나 경쟁하기 빡센데. 결국 로스쿨은 돈 없으면 못 간다. 여태까지는, 서민층 자식들도 똑똑하고 공부열심히 해서 시험 하나 붙으면 곧장 신분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이젠 무리다. 반면, 그렇게 서민층은 지원조차 할 수 없는 비싼 로스쿨의 경쟁률은 지금 사법고시 경쟁률에 비하면 매우 낮을 거다. 쉽게 말해, "돈만 있으면 아무나 가는" 학교가 될 수도 있단 거다.

 나는 돈도 없는 주제에 로스쿨 얘기 나오면 앞뒤 안 가리고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 이해가 안 간다. 기여입학은 죽어도 안 되겠다면서? 로스쿨이랑 기여입학이랑 뭐가 다른건데?

 이렇듯 로스쿨은 가진 분들의 기득권 재창출 수단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법률서비스의 평균적인 질 저하에도 한몫 한다. 아까도 얘기했듯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는 인원은 분명 사법고시에 지원할 수 있는 인원보다 적다. 반면, 변호사 자격을 얻는 사람은 사법고시와 비교할 때 세 배 가량 된다. 만명중에 열명 뽑은 거랑, 천명중에 백명 뽑은거랑, 평균을 비교하면 어느쪽이 우수하겠나?

 "미국은 로스쿨 잘 하고 있잖아?"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다. 인구대비 법조인 비율로 보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적다. 게다가 미국은 주마다 BAR 시험을 본다. 로스쿨 졸업해도 끝이 아니다. 뉴욕바 시험 같은건 정말 빡세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로스쿨 졸업한 사람들을 다시 시험쳐서, 반 정도를 떨어뜨릴 수 있겠느냔 말이다. 당장 사람들이 들고 일어날걸? 로스쿨 학비가 껌값도 아니고, 그걸 생으로 날리게 생겼는데? 게다가 미국은 듣보잡 로스쿨은 로스쿨로 쳐주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변호사시험(바시험)에 응시할 기회도 안 준다는 거다. 그렇게 빡세게 하는데도 저번에 바지 세탁가지고 배상하라고 찌질거린 지방재판소 재판사무관(뉴스에선 다 판사라고 떠들어댔는데, 사실은 그 사람은 정식 판사(judge)는 아니었다) 같은 저질 인력이 나온다.

 다시 강조하지만 로스쿨 제도는 절대로 우리 나라 현실에 맞는 제도가 아니다. 하지만 이미 법안은 통과됐고, 이제와서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언할 수 있다. 로스쿨은 대다수 여러분 서민들의 삶에는 조금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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