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상도사람입니다.
중학생 때 포항에서 봉기하신 의병장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보았습니다.
너무 슬펐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극장에서 로비로 나왔을 때, 왠 아저씨가 땅바닥에 주저 앉아 울고 계셨습니다.
성함은 기억나지 않는 의병장의 후손이셨습니다.
땅바닥에 주저 앉아 울고 계신 그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한 것이 있었습니다. 꼭 나랏일을 하겠다구요. 나랏일을 해서 이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그 분의 눈물 흘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였기 때문에 나도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과거를 알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실 저희 집 사정이 별로 좋지 못해서 대학생이 되어서는 대기업 취직을 목표로 달려 왔습니다.
어느날 집에서 초등학생 때의 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였던 제가 느꼈던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리도 다시 결심하였습니다.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나라를 바로잡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구요.
저는 지금까지 진실은 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통학교 근현대사 교과서 1시간만 읽어도 다 압니다.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다 압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모르지? 왜 모른척하지?
계속 가져왔던 의문입니다.
지금껏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분들을 만나 들은 얘기중에 가장 많이 들은 것이 '민주당의 안보의식'입니다.
안보가 뭔가요? 적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는 것이지요.
저는 안보는 우리나라 속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주적이 북한이라는 것은 백번 천번 동감합니다.
하지만, 외부의 적을 없애는 것 이전에 먼저 내부부터 깨끗이 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수신제국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천하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심신을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왜 우라나라는 우리나라의 심신을 닦지 않는 것일까요?
이런말을 하면 주변의 사람들은 항상 말합니다.
"군대도 안 갔다와본 니가 뭘 알겠니?"
답답합니다. 전 비록 여자이고 키도 작고 군대도 가본적 없고 총도 쓸 줄 모르고 전쟁이나면 가장 먼저 피난가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역사 공부를 열심히 했고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을 사랑했다고 자부 할 수있습니다.
경상도에 있는 친척들, 친구들 설득시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고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제가 너무 어렸나봅니다. 진심은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있는 사람한테만 통하더라구요.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위해서 쓰러져간 그 많은 사람들의 영혼은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요?
너무너무 분통합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제가 바랬던 '최소한'의 것은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최대한'보다 넘어선 수치라는 것을요.
단순히 제가 지지했던 후보가 떨어졌다는 것보다 당선된 후보의 자질, 과거, 토론 등을 보고 새누리당이라는 이유로 당선이 되것을 보고 이 나라가 너무 한심해졌습니다.
경북 출신이지만 경북이 부끄럽습니다. 대구도 부끄럽습니다.
광주, 전라도는 몰표를 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구, 경북은 몰표를 줄 자격도 이유도 없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출신 세탁을 하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어디가서 사투리도 쓰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나라고 지금까지 믿었습니다. 여론조사는 박빙이였지만 다 조작일 것이다.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였다니요. 어느 당이 집권했냐를 떠나서 '누가' 당선이 되었느냐가 저는 정말 충격적입니다.
너무 부끄럽고 비참합니다. 외국의 평가가 어떨지도 부끄럽지만 제 스스로 제가 너무 부끄럽고 비참합니다.
내가 이런 나라를 이토록 사랑했는지 눈물이 계속 납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살지 않겠다구요.
어렸을 적부터 한국사람은 한국 땅에서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절대 살지 않겠다고 다짐 했었습니다.
우리나라 비록 고쳐야 할 점은 많지만 정말 아름답고 정 많고 즐거운 내 나라, 우리 나라라구요.
부끄러운 점보다 자랑스러운 점이 더 많고 앞으로도 더 많이 발전해 나갈 대한민국이라구요.
제 멍청하고 어리석고 어렸던 생각을 바꿔주시고 피부로 느끼게 해주신 유권자 분들 특히, 대구, 경북의 여러 유권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뭐가 억울한지도 모르겠고 어디에 화를 내야될지도 모르겠고 답답한 마음에 한 번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