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수능을 앞두고,
민족 사립고라고 자처하는 학교에서
입시 스트레스에 몇명의 친구들과 일탈을 꿈꾸었습니다.
햇볕이 짱짱한 날
두려운 마음에 계획된 1교시를 넘어
2교시가 지나서야 몇명이 빠진 친구와 함께 학교 담을 넘을 수 있었지요.
버스로 다섯 정거장을 주위 눈치를 본다며 골목길로 뛰어서 30분만에 시내
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부조리하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겠는데 무엇이 어떻게 부조리하다는 것은
모를 나이,
건물과 건물의 좁은 틈을 헤집고
햇살이 그림자를 가르는 그곳에 도착을 했습니다.
남루한 아주머니가 한 아름의 옷을 끌어안고 우리를 밀치며 뛰어갔지요.
손수건을 말아 하관을 가린 사람이 우리를 밀치며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볕이 눈을 가리는 그곳에서
검은 방망이에 눈이 찟어지고
코가 뭉게지고
입으로 피를 게워내는 한 사람이
회색(으로 기억합니다)바지를 끌어 안고
누구를 향해서인지 소리쳤습니다.
도망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