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에 마지막으로 전문가 상담을 받고 싶은데.. 언어 문제 때문에 와이프 본국에서 영어로 상담받아야할지..
저흰 만난지 3년, 결혼한 지 2년 다 되갑니다. 둘 다 20대 중후반에 아이는 없고요.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 결혼했으나 이젠 도저히 이 삐걱거림을 피할 수 없네요..
제가 대학중퇴라 결혼당시 꼭 학위 따기로 약속 했었는데요. 돈벌며 와이프 챙기고 학업까지 하는게 쉬운 게 아니네요. 와이프를 챙기는게 무슨 뜻이냐면.. 일단 와이프 본국에선 여자가 집안일을 잘 하지 않습니다. 전 그게 뭐 별일이야 내가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게 아니네요. 일단 먹는문제.. 와이프 일할 땐 매일 길거리음식, 맥날을 아침으로 먹고 점심은 회사, 저녁은 아침과 비슷하거나 가끔 외식 이렇게 먹었고 지금은 쉬고 있어서 제가 아침을 2인분 만들어놓거나 밤에 퇴근하며 테이크아웃해온 거로 끼니 때우곤 했습니다. 전 결혼 전에 채식도 해보고 현미 등등 건강 챙기며 살았는데 지금은 감자칩, 감튀, 단 과자류 등등.. 정크푸드 먹는 게 습관이 됐네요. 1년차엔 그래도 샐러드라도 해먹곤 했으나 지금은 그저 끼니만 때우는.. 와이프는 입맛이라도 단순했음 좋을텐데 빵, 단 음식은 절대 안먹고 밥도 하루 한끼 이상 안먹습니다. 같은 음식 매끼, 혹은 매일 먹는거 질색이고요.. 그런데 면은 또 엄청 좋아해서 종류만 다른 라면으로 하루종일 버티는 것도 봤는데 건강이 너무 걱정되네요.. 과일, 야채류 잘 먹지만 본인이 잘라서 먹진 않습니다.
먹는 얘기를 왜 이렇게 늘어놓느냐면 저한텐 소박해도 뭔가를 해먹는게 좋은데 이젠 제가 해먹을, 또 와이프를 위해 해줄 여유가 없어요. 너무 지쳐버렸습니다.
와이프는 말합니다. 나한테 주방을 달라고. 그럼 밥 해준다고. 네.. 부끄럽지만 아직 와이프한테 그럴싸한 부엌딸린 집 하나 마련해주지 못했네요. 장인어른 집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쉐어하우스에서 이리저리 옮기고 얹혀살며 와이프도 참 답답했겠지요. 지원을 좀 받아서 한국에 빌라라도 마련할 기회는 있었지만 집값불안정, 세월호 메르스 등을 접하며 한국엔 나중에 들어가야겠단 생각 뿐이었습니다.
일을 하고 오면 대충 있는거 꺼내서 렌지에 돌려먹고 다음날 비슷하게 대충 먹고 빵 먹고 나갑니다. 샌드위치라도 만들어 먹고 싶은데 저밖에 안먹으니 재료사기도 그렇네요. 이젠 저도 와이프를 닮아 너무 게을러져버렸네요. 일어나면 폰게임, 드라마 보며 소일하는 와이프.. 저도 뭔가 억울해서 쉴 때는 폰만 봅니다. 이때 와이프는 등을 좀 긁어달랍니다. 하루종일 못봤는데 자기 전에 폰만 보면 되느냐며.. 실제로 가려운건지 그냥 그 느낌이 좋은건지 자기가 긁으면 손도 안닿고 핸드폰 써야하니 저보고 긁어달랍니다.
어느 날은 아예 작정하고 밥 아무것도 안해주고 출근 후 밤에 퇴근해서 사온 테이크아웃 스시롤 먹더니 구토를 연발하길래 왜그러냐 했더니 먹을 게 없어서 빈속에 와인만 마셨답니다.. 냉장고에 사다놓은 식재료들.. 과일들..손 안댑니다. 저도 이젠 귀찮아서 냉동실에 넣어버렸습니다.
그 외 빨래 청소.. 등등은.. 언급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쥐뿔도 없는데 결혼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네요. 커리어를 쌓기 전 가정을 만들어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등의 격언으로 자위해보지만 이대로는 커리어를 쌓을 환경에 접근조차 못할 것 같습니다. 황금같은 이십대 초반을 군 제대, 대학중퇴, 게임과 술로 허비하다 우연히 일하게 된 게스트하우스에서 손님으로 온 와이프와 결혼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금은 이미 술, 게임 끊었고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와이프 탓을 하는 수렁에 빠져버려 의욕이 없네요.
현재는 제 3국에 있습니다. 와이프 본국으로 들어가면 둘 다 일 할 수 있고 한국에 가면 저 혼자 벌어야합니다. 본국에 돌아가는 건 꿈도 꾸지 말랍니다. 본인은 돌아가기 너무 싫고 니가 거기 가서 살려는게, 나랑 결혼한 게 비자때문이냐며 닥달을 합니다. 제 3국에서 발붙일 생각도 했으나 여기서 와이프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버겁네요. 그러면 그냥 한국으로 들어가 게스트하우스나 운영하든가 집 사서 평생 갚으며 소시민으로 살잡니다. 저한텐 소시민으로 사는것도 복에 겨워 보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이요? 그럴 자금이 있기는 커녕 경험 능력도 안되는데 어떻게..
싸우기만 하면 뭐 집어던지고 컵 던져서 와인 흩뿌리고.. 어제는 음악 틀어놓고 잠 못자게 하면서 화 돋구길래 발로 엉덩이를 밀치듯 걷어차버렸네요.. 내몸에 손대지 말라길래 아.. 내가 이젠 폭력 까지 쓰게 됐구나.. 이혼을 향해 가는구나.. 생각이 드네요.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 때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지 했다가 그냥 넘어갔었거든요.. 두서없는 글 너무 길게 썼네요.. 이거 어떻게 좀 상담받을 곳이 있을까요.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이혼 전의.. 제 동생이 오유를 아직 할텐데 결게를 보진 않겠죠.. 마음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