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총선 후기에 이어 이번에는 대선 감상을 써봅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대선입니다. 물론 가장 큰 생각은 "안타까움"으로 요약될 수 있겠네요.
-박근혜
이사람의 가장 큰 무기는 "상징성"이 아닐까 합니다. 태생 자체가 대한민국의 이른바 "주류"가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징들을 안고 태어난 사람이며, 이 자체가 어마어마한 정치적 자산이겠지요. 강용석이 술취해서 썼다는 트윗이 단순한 객기는 아닐겁니다. 이는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대한민국 선거 특성상, 엄청난 무기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상징성 이외에 그 분이 정치인으로써 어떤 자질이 있는가, 논란이 많지요. 그 논란의 대부분은 실체가 있는 것들이고요.
토론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당선이 된 것을 보면, 역시 선거는 감성싸움에서 일단 이겨야 합니다. 역대 대선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이부분에서 박근혜는 지지층을 확고히 결집시켰고, 문재인 역시 맥시멈에 가깝게 결집시킨 것으로 보이나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아까운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자질, 경륜, 인품, 어느 면을 봐도 대통령으로 손색이 없는 인물입니다만, 정치인에게 필요한 "한방" 이 없습니다. 아마도 노무현과의 결정적 차이가 아닐까요. 정치는 피아식별, 그리고 싸움입니다. 즉 니편내편 구분해서 싸우는 것이 유사 이래 절대로 변하지 않는 정치의 가장 본질인 셈이지요. 정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정치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문재인이 미숙한 부분이 바로 이부분인 것 같습니다.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직 정치 경력이 길지 않아서, 이른바 동물적인 감각이 아무래도 떨어지겠지요. 안철수와의 "새정치"라는 것을 통해 이런 것을 뛰어 넘으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유권자 수준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문재인이 만약 당선이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노무현의 전례를 보면, 아마 엄청나게 힘들지 않았을까... 라는 예상을 해보게 됩니다. 노무현은 국회 과반을 갖고도 그랬습니다. 얘기하기 조심스럽지만, 문재인은 금새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한사람, 또는 대통령+국회를 장악해도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노무현이 이미 보여준 바 있으니까요. 해외에 나와 살면서도 대한민국에 대해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이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안철수
이미 대한민국 정치를 논할 때 상수가 되어버린 사람인데, 대선 결과에 관계 없이 미국으로 일단 가는 것을 보면, 역시 똑똑한 사람이긴 한 것 같습니다. 박근혜가 당선되었으면 핍박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고, 문재인이 되었으면 흔들기 위한 소재로 활용되었을 것입니다. 애초에 국회에 아무 세력 없이 대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지요. 안철수는 이번 대선에서 본인의 역할이 페이스 메이커임을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안철수가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올지 모르겠습니다. 돌아온다 해도, 살벌한 그 세계에서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나갈지 궁금합니다. 어찌보면 문재인도 안철수도 정글같은 대한민국 정치판에 몸담기에는 너무 결이 곧은 사람들이 아닐까요.
-나꼼수
제가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작금의 대선 결과에 대해, 나 자신의 미래를 먼저 걱정했을 것입니다만, 현재 저로써는 가장 걱정되는 것이 이들입니다. 진짜 이 세명, 제가 보기엔 목숨 걸었습니다. 철저하게 보복당할 것 같습니다. 98년 이래로 딴지일보 애독자인데, 진심으로 걱정됩니다. 할수만 있다면 호주로 초청이라도 하고싶습니다. 잠시 피해계시라고. 쪽팔리게 도망가실 분들도 아니지만요.
그러나 먼 훗날 전설처럼 회자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세대갈등
50대 이상 어른들의 막무가내식 보수 지지에 대해, 20 30대 들의 불만이 매우 커보입니다. 이해가 안가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이 여러분들 나이때는, 피흘리며 4.19를 쟁취하였으며, 유신에, 전두환 철권통치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렇게 실력을 쌓아오셨고, 지금도 투표든 뭐든 실력으로 말씀하십니다. 20 30대 여러분들은 어른들에게 실력으로 진 것입니다. 억울하고 열받고 분하겠지만, 졌습니다. 이기는 방법을 몸소 체득해야 하는데, 글쎄요...사실 이러한 부분이 진짜 걱정이네요. 대선 결과는 그렇다 치고.
-이민
역시 많은 분들이 이민 얘기를 하시네요. 동기가 뭐가 되었건, 저는 젊은이들이 외국에 나가서 여러가지 경험하고, 자리잡고 사는 것에 찬성입니다. 반드시 한국에 살아야 애국이 아닙니다. 여권상의 국적은 종이쪼가리일 뿐,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입니다. 되선 안될 사람이 대통령이 되서 괜히 내가 쪽팔리기도 하고, 가카께서 높여주신 국격으로 인해 왠지 낯뜨겁기도 하지만, 조국은 조국입니다. 올림픽이 열리면 자연히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하게 되는, 그런...
만약 진지하게 이민을 고려하신다면, 각오 단단히 하고 실행하십시오. 이민은 본인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본인은 개고생 쌩고생 해도, 내 자식새끼들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게하겠다... 이게 이민입니다. 이민 1세대는 진짜 고생 많이 합니다. 2세 3세 되어야 비로소 뿌리내리고 삽니다.
고생해서 자리만 어느정도 잘 잡으면 1세대 분들도 그냥저냥 잘 사십니다. 어느 나라를 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살고 있는 호주의 경우 그렇습니다.
낮에 청소일, 용접일, 건축일 하고 5시 6시에 퇴근하고 주말에 골프치고 낚시다니고, 캠핑가고, 다들 그러고 살긴 합니다. 단 그렇게 되기까지 몇년 단단히 고생하는 것이고요. 그 고생을 못견디면 다시 한국 가는거고.... 그렇습니다.
최근에 잠시 이슈가 된 인종차별은.... 글쎄요. 저는 잘 못느끼고 삽니다. 외국에서 뭔가 조금 불이익을 당하거나, 봉변을 당했을 때, 무조건 인종차별이라는 시각으로 보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힘들 것입니다. 진심으로 한국의 지인들이 걱정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택한 결과이니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버티십시오. 실력을 키우시고요.
오유의 건전한 청년들(오유는 건전한 보수라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인 보수.)이 사회의 리더가 되는 그 때, 지금 생각하는 그 마음가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라 안망합니다. 열심히 버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