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 재미없었음. 내가 봐도 그닥... 그래서 신경이 쓰였음. 뮤지컬을 보고나서 내가 준비한 선물로 향수를 건네주니 카드는 없냐며 물음. 그러면서 자신은 준비 못했다고 함. 뭐 그정도야 서로 바쁜 직장인이니까 그럴수 있다고 생각. 나도 받기만 할때가 많고 뭔가 댓가를 바라고 선물을 한건 아니니까. 정말 아무렇지 않았음...
그런데 밥을 먹으러 가서 장난으로라도 뭐 이런 뮤지컬을 보자고 데려왔냐고 말하니 이때부터 빈정상함. 공연 본 이후로 준비한 나도 재미없는건 아닌가 안절부절하고 있었는데 준비하고도 욕먹은 상태. 반대로 여자가 준비한 무언가를 내가 재미없다고 한다면 어땠을지...? 이전의 일들이 모두 떠오르며 난 짜증이 샘솟기 시작함.
본인은 준비한것도 없이 집앞에 기다리고 있던 내차에 타서 선물 받고 공연보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정작 이런 소리를 들으니 내가 대체 뭐하는건가 싶었음. 아무리 크리스마스가 본래 의미와는 다르게 커플들의 날이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커플들의 날도 아닌듯. 그저 남자가 얼만큼 준비하는가를 테스트 하는 날에 가까운것 같음.
기분이 상했지만 별 얘기없이 집에 데려다주고 25일 오늘 다시 만나기로 함. 오늘 낮에 통화하며 만나기전에 뭐하고 싶냐고 나한테 묻길래 나는 영화를 보자고 대답함. 같이 6시쯤 만나 영화를 보고 7~8시 정도에 시작하는 영화보자고 함. 그리고 내가 어디서 만나냐고 물으니 여자집 앞인 강동에서 보자고 함. 난 그래서 우리집 방배동에서 강동까지 찾아감.
역시나 집앞까지 찾아가서 내차에 타고서 하는 말이 밥먹기전에 표먼저 끊자고 함. 그말은 즉, 아직 예매를 해놓지는 않은 상태... 걸어서 5분거리인 극장앞에서 나는 차에 타있고 여자 혼자 내려서 표가 있는지 확인함. 물론 주말에 크리스마스가 겹친 오늘 표는 없었음. 정말 영화를 볼라고 한건지 나도 그냥 기분도 그렇고 참 깝깝해서 밥이나 먹자고 함.
밥먹으러 가서 아쉬운게 있다고 함. 내가 아쉬운게 뭐냐고 물어보니까. 어제 크리스마스 이븐데 케잌이라도 사서 보냈으면 엄마한테 점수좀 땄을거라고 함.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고 그럼 우리 부모님은? 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그냥 참았음.
그리고 또 덧붙이는 얘기가 몇달전에 여자가 혼자 집에서 배고프다고 하길래. 내가 인터넷을 피자 작은 판을 주문해준적이 있음. 같이 먹은 것도 아니고 그냥 집으로 보내준것임. 그때도 작은 판 말고 큰판을 주문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겠냐고 함.
참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답답해서 그냥 묵묵히 밥을 먹음. 우리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고 여자친구의 존재를 모르시기때문에 여친이 챙겨드릴 여지가 많지는 않지만. 난 그래도 여자친구 어머님 생일때는 꽃배달하고 내가 했다고 하지말고 니가 드리는 걸로 하라고 챙겼음. 우리 부모님도 챙기려고 맘만 먹으면 여자도 얼마든지 챙길 방법은 많음.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31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 삼. 여자친구가 얼굴 표정 굳어서 됐다고 하는데. 내가 하는데까지 하고 싶어서 아직 크리스마스 안끝났으니까 사주고 싶다고 함.
그리고 아이스크림 케잌 두개를 삼. 왜 두개 사냐고 묻길래. 난 대답함. 내 동생도 먹어야지. 부모님은 지방에 있지만 내 친동생은 같이 서울에서 살고 있음. 우리가족 이런 크리스마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평소에 작은거 몇개라도 챙겨드렸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에 정작 우리 부모님께는 제대로 해드린것도 없는데 뭔가 죄송하고 참 마음이 답답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