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속 20의 포자 아재 입니다.
요며칠 게시판을 보며 월급루팡을 하다보니 입문하시려는 분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주절거려 봅니다.
말재주가 없다보니 글이 두서가 없네요.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제가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 세상에 안 좋은 자전거는 없어요. 다만 더 좋고 비싼 자전거가 있을 뿐이죠.
제가 스파에서 5천원짜리 티 셔츠를 살건데요. 어떤 브랜드가 좋을까요? 라고 누가 물어보면 뭐라고 할까요?
걍 제일 예쁜걸로 사세요. 그거 그거예요. 라고 대답하지 않을까요?
2~30만원대의 저가형 하이브리드를 추천 해주세요. 라는 질문이 약간 그런 느낌입니다.
각 브랜드별로 판매처는 다 다르지만 제조사나 공장은 매우 비슷합니다.
(뚜르 드 프랑스나 지로 디 이탈리아에 출전하는 UCI 인증 브랜드들은 자체제작을 하는곳도 있지만요)
더군다나 구동계같은 부품은 같은 브랜드에서 사와서 조립하니까요.
2~30만원대의 입문 자전거가 싸구려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브랜드별로 성능은 대동소이 하니, 생각한 예산 내에서 가장 이쁘고 맘에 드는 자전거를 구입하시는게 낫다는 거예요.
2. 자전거는 소모품 입니다.
고가의 로드든, 입문용의 하이브리드든
하나 사서 천년만년 쓸 수 있는게 아닙니다. 쟤들도 수명이 있어요.
단!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1~2년 타고 버리게 될 자전거를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기도 합니다.
라이딩 후 매번 조여주고, 닦아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연히 그렇게 하면 좋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드니...
최소한 자전거가 보내주는 사인을 무시하지는 말아주세요.
타이어 압은 괜찮은지, 브레이크에서 소리가 나진 않는지. 변속시 충격음이 들리진 않는지, 체인에서 잡소리가 나진 않는지 등등...
알고보면 이유는 정말 별거 아닌것들이예요.
브레이크 패드가 비뚤어졌거나, 패드 교체 시기가 되었거나. 뒷드레일러의 케이블 장력이 느슨해졌거나, 체인에 이물질이 꼈거나...
별것 아닌 이유로 인해 결국 파츠를 교체해야 하고, 피 같은 내 돈이 또 나가게 됩니다.
자동차 엔진오일은 꼬박꼬박 갈아주면서, 체인오일 한번 안 바르는 사람들 수두룩 해요.
기계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자가정비를 해보시는것도 괜찮습니다.
인터넷에 정비 동영상들 차고 넘칩니다. 얼음툴의 공구박스같은건 샵 몇번 갈 돈으로 구입할 수 있구요.
기계에 관심도 없고, 손에 기름 묻는것도 싫다고 하시면 최소 2~3달에 한번은 샵 가서 정비를 해주세요.
case - 1.
입문용 저가 알루 로드를 구입한 지인이 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에 저가형 구동계를 장착한 자전거지만, 이걸로 할거 안할거 다 하고 다닙니다.
국토종주도 다녀오고 가끔씩 장거리도 다니며 1년에 6000km씩 탑니다.
장거리 라이딩 후 한번 대강 닦아주고, 정기적으로 분해정비 합니다.
3년이 넘는동안 파츠한번 교환한 적 없어요. 아! 타이어와 튜브는 몇번 바꿨네요.
case - 2.
지인이 입문 자전거를 추천 부탁해서 자이언트에서 나온 중급 하이브리드를 추천 해줬습니다.
잘 타고 다닙니다. 흙밭에 구르기도 하구요. 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막 굴립니다.
비시즌땐 그냥 아파트 계단에 묶어두며 시즌이 오면 그대로 가지고 나와서 또 탑니다.
세차 한번, 정비 한번 한적 없어요.
2년동안 체인 한번 끊어먹고, 스프라켓 이빨도 한번 날아가서 교체 했습니다.
결국 BB에 문제가 생겨 수리하였지만, 이 모든 문제는 저가형 자전거라 그렇다며
고가의 로드를 구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3. 미케닉이 모든걸 알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 주위 사람들중 자전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입니다.
가끔 지인들이 자전거 트러블 관련으로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럴때 마다 샾에 가라고 이야기를 하면 10명중에 8명은 그래요.
"제대로 고치지도 않고 대강대강 하거나, 안바꿔도 되는 부품 바꾸라 그러고 덤탱이 쓸까봐..."
물론 쓰레기 샾이 아예 없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만 극히 일부라고 말씀드릴 순 있습니다.
자전거 부품교체로 공임비 몇천원~몇만원 받는것 보다 기함급 완차 한대 파는게 훨~~씬 많이 남아요.
그렇게 부품 교환 할 시간에 완차조립 한대라도 더 하겠죠.
그리고 미케닉들도 장사꾼 이전에 자전거를 좋아해서 그 일까지 하게 된 사람들인데
그렇게 대강대강 하지도 않고, 쉽게 덤탱이를 씌우지도 않습니다. 아니... 그럴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속도로 렉카들 마냥 무대뽀로 수리하고 돈 달라는것도 아니잖아요.
영 찜찜하다 싶으면 그냥 수리 안하고 나와서 다른 샾 가면 됩니다. 가서 알아보죠 뭐. 진짜 교체해야 하는지 아닌지...
4. 남들에게 보여지는게 생각보다 크게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어요.
단언컨데 정~말 쓰잘데기 없어요.
물론 중요하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남들은 수천만원의 기함을 타고 다니는데, 내껀 그냥 입문용 자전거고
괜히 기죽고, 사람들이 무시하는거 같고...
정말 그런걸로 무시하는 종자들이 간혹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인간들의 인격이 문제인거지, 자전거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타다보면 남의 자전거, 남의 장비들은 신경도 안써요.
좀 더 자전거에 심취하게 되고, 약간의 차이지만 그 차이를 느껴보기 위해 고가의 돈을 지불하는거라면
얼마든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뭐 어때요. 본인이 원해서 하는건데요.
하지만 그 동기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면 좀 아니라고 봐요.
수천만원의 기함을 타는 사람들보다, 미친 엔진의 굇수가 백만배쯤은 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