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도 그리고 지금도
역사의 두가지 큰 줄기
위정자의 행렬.
지배민의 행렬.
군주정 시절부터 민주정에 이르기까지
외향만 달랐지
두 행렬의 '힘'에 대한 싸움은 치열했다.
위정자가 지배민을 패죽이던떄도 있었고
위정자가 지배민을 자식처럼 보듬았던 때도 있었다.
지배민이 위정자를 아버처럼 따른적도 있었고
지배민이 위정자를 뒤집어 엎은적도 있었다.
세월은 흘러 위정자를 우리 손으로 뽑는 시절이 되었다.
더 이상 총칼이나 폭탄 따위로 지배층을 박살내는것이 아닌
지극히 도덕적이고 지극히 상식적인 방법 투표 말이다.
그런데 이 권리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했는가? 우리보다 앞서간 '피지배 민'의 행렬에
섰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위정자들의
위엄서린 장벽에 깔려죽고 몽둥이에 맞아 죽었나?
한국의 대선은, 한국이라는 국가만의 선거가 아니다.
누가 경제를 죽였니 살렸니 경남이고 전라도고 할 문제가 아니다.
민주국가의 선거는
인간역사 전체에서 지배층과 피지배민의 힘겨루기
를 현재진행형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로 이어질 이 거대한 두 행렬의 싸움의 한 라운드 이다.
선거가 끝났다. 이번에 한국의 국민들은 위정자들의 행렬에
아니. 옛날 자신들위에서 그토록 지배민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던 위정자들의 지나가버린 자취에 스스로, 투표로,
직접, 굴복했다. 다시 한 라운드 패배했다.
러시아의 투표율이 120% 를 넘어가고
김일성 혈통이 3대를 이어가고
중국 공산당이 자기들끼리 권력을 주고받는
중동의 수많은 지도자들 같은,
그토록 피지배민에게 권력을 주기 싫은 이들에게
자발적으로, 피같은 선거권을 넘겨주었다.
자신들이 나아갈 길에대한 불안일까? 자기불신일까?
오늘의 권리가 있기까지 앞선이들에 대해 황송할 정도로 무안하고
죄송스런 일이다.
위정자 들은 다시 자신들만을 위한 세상을 건설 할 것이고
그들의 행군은 역사를 따라 위풍당당히 걸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