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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추모소설입니다
게시물ID : sewol_422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벤젖소
추천 : 0
조회수 : 1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17 15:39:00
수능시즌에 썼던건데.....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올리게 되네요...



내 생에 이렇게 긴장되는 날이 또 있었을까?
 나는 여신 컴퓨터용 써인펜의 뒤를 물어뜯고 있었다   

"자 이제 다들 보시던 책들 집어 넣으세요 OMR카드 나눠 드립니다" 

 나는 문제집을 집어넣기 전에 한번더 책을. 뒤적여 보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 

 작은 탄식이 터져나온다 앞에서는 이미 OMR카드가 흰 파도를 일으키며 나를 덮치려고 하였다  

"자 이제 OmR카드에 이름이랑 주민번호 적으세요"   

나는 한자한자 내이름을 정성스레 적어나갔다  그리고 내 이름의 초성중성종성을 보며 조그만. 동그라미를 꽉꽉 채워나갔다 
몇번이나 확인했다 
혹시 다른데다 마킹하진 않았는지 잉크가 원밖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는지 나는 너무나 불안하고 두려웠다 
쉼호흡을 하고 OMR카드를 보니 검은 원과 흰원이 질서 정연하게 박혀있었다  왠지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자 이제 문제지 나눠 드립니다 펴보시지 말고 앞면을 보이게 놔두세요" 

 그러나 앞에서부터 종이 넘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나 또한 문제지를 받아 들자마자 언어듣기평가 문제 뒷장의 시영역을 펼쳤다

 '어?' 

 처음 보는 시였다 고등학교 3년내내 읽었던 그 많고 많은 시중에 내 첫 수능시험 첫번째 문제의 시는 없었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최대한 내 문학적 감수성을 끌어올린 채 시를 읽어나갔다 

 '이게 말이야 뭐야 시발'

 분명 한글인데 아랍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EBS 언어 강사님의 수능 조언이 생각 났다

 '모르는 시 나오면 걍 포기하고 다음문제 풀어' 

 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두번째 문제를 읽기 시작했다 

 "자 이제 시험시작합니다 듣기 준비해 주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험시작 종소리가 울렸고. 기계적인 여성의 음성이 들렸다  사람들이 문제지를 앞으로 넘기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온 신경을 청각에 집중했다 
그러자 나는 엑스맨처럼 세세한 소리까지 잡아낼 수 있었다 

싸인펜이 문제지에 줄긋는 소리  
옷소매가 책상위를 움직이는 소리  
운동화가 교실바닥을 긁는 소리  

그러나 왠지 문제를 내주는 여자의 음성은 라디오의 잡음처럼 잘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내는 소음에 귀를 기울이며 두가지의 보기중 고민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다음문제가 시작되었다   듣기가 끝났을 때 쯤에 문제지에는 2번과 4번, 1번과 5번, 2번과 3번 등 불확실한 답만이 새겨져 있었다 
불안감은 두려움으로 바뀌어 차마 답을 확정짓지 못하고 다음장을 넘겨버렸다  
그렇게 다음 장부터 있는 시와 설명문 문제를 풀고 내가 자신 있어하는 문학지문 문제를 풀게 되었다  지문은 메밀 꽃 필 무렵이었다  지겹도록 본 지문이라 자신감이 생겼다  시험지 오른쪽 편 끝에 빼곡히 적힌 지문을 읽어나갔다 지문을 다 읽고 다음장을 넘겨도 지문은 계속 이어져 있었다 

 '뭐 이리 길어' 

 지문의 내용은 작품의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다  어둠이 어스름이 내려앉은 메밀밭을 거니는 허생원과 동이의 모습이 보였다  
달빛에 반사된 메밀 꽃밭은 소금을 흩뿌린 듯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늙은 나귀가 내는 힘없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허생원과 동이는 나귀가 내는 조용한 음악 소리를 들으며 아마도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들을 보며 어느 순간을 떠올렸던 것같다..... 

 "자 이제 5분 남았습니다 마무리해주세요" 

 나는 시험관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  나는 소리에도 무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목소리의 무게에 한순간 내안에 있는 모든 장기가 바닥으로 떨어진것 같았다  답안지를 보니 난 반정도 문제를 푼거 같았다

 '아 시발' 

 난 지문은 읽지도 않고 문제만 읽으며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사실상 푼다기보다 찍는다고 하는게 더 맞을 것이다 

 '딩동댕~' 

 시험 종료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난 듣지않았다 어쨋든 동그라미는 다 채우자는 마음으로 색칠 공부하듯이 OMR카드를 색칠하기 바빴다

 "이제 다들 머리에 손 올려 주세요" 

 손 위에 내 머리를 올려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아침에 어머니가 준 엿을 시험관 입에 먹이고 싶었다

 "어 거기 학생 그만 해요 머리에 손 올려"

 지금 이 순간엔 신도 내머리에 손을 올리게 할 수 없다  

"학생! 머리에 손 올리라니까! 자꾸 그럼 부정행위야! " 

 나는 울것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정말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그러나 시험관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나에게 점점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돌렷다  그러자 교실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날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들의 표정에선 귀찮음,짜증, 얼른 마무리 짓고 다음 시험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문제를 풀 수밖에 없었다

 "학생! 펜 놔! 마킹하지말고 가만있지 못해!" 

 내 바로 앞까지 온 감독관은 나의 울 것같은 표정을 뒤로한 채 내 시험지를 뺏었다   그리곤 시험지를 찟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시험지가 찟어지는 순간 잠에서 깼다  

주위를 둘러보자 내 짝이 보였다  난 멍한 표정으로 그 친구를 봤다 

 "뭘 봐 미친놈아" 

 난 안도감에 왠지 웃음이 났다  미친놈이라는 단어가 사랑스러웠다 

 "와 시발 나 방금 존나 무서운 꿈 꿨어" 

 "진짜 미친놈이네 지금 잠이 오냐 병신아"

 "야 나 여기서 나가면 존나 공부 열심히 할거야"

 "퍽이나 그러겠다 병신아"

 나는 친구가 내뱉는 찰진 욕에도 싱글벙글 웃으며 메고 있는 구명조끼를 손으로 꽉 쥐었다   그 순간 배에서. 방송이 들려왔다 

 "승객 여러분 금방 구조되실거니까 그 자리에 가만히 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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