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투표는 3번째 대선투표였습니다.
16대 대선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습니다.
사실 그다지 정치의식이나 시민의식이 깊진 않았습니다.
그저 입시에서 벗어나 많은 것들을 접하면서 이제 사회라는 곳에 대해서 조금 알만한 나이였습니다.
선배들을 따라 철학회에서 공부도 하고 깃발이 나부끼는 노동운동의 현장에도 가보았습니다.
내가 책상 앞에 앉아서 책으로 보면서 생각했던것보다 세상이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는 어이없게도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풍'이었습니다.
이제 곧 입대를 앞둔 나이로 왠지 우리나라의 대통령의 아들이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고대 나와서도 기자하나?' 같은 극도의 엘리트 정신과 '옥탑방'을 모르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냥 딱 그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17대 대선은 절망이었습니다.
참여정부는 5년 내내 고 노 대통령은 끊임없는 언론의 포화를 받았습니다.
헌정 역사상 유래없는 탄핵도 당했구요. 언론에서는 참여정부는 실패한 정부라고 떠들었습니다.
경제가 파탄났다고 했었죠. 이 때 등장한 것이 '경제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원 사이드 게임으로 선거는 끝났습니다.
고백컨대,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진 않았지만 그가 되도 상관없을 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저는 취업을 앞둔 졸업반이었고 언론의 각종 설레발에 이명박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살아날 것 같다는 기대를 해버렸습니다.
결과는 여러분이 더 잘 아시겠죠.
18대 대선은 남다른 느낌이었습니다.
30대에 접어들었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으며 더욱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한 번의 진보정치와 한 번의 보수정치를 경험하기도 했으니 말이죠.
16대 대선은 나만 군대가는 억울함에 대한 표현으로 투표했고,
17대 대선은 절망감 속에서 표를 던지지 않은 후보에 대한 기대를 하며 투표했습니다.
18대 대선은 처음으로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표를 던졌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위해.
하지만 제 바람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큰 절망감에 휩싸여있네요.
이 절망감은 나와 다른 사람이 절반 이상이나 있다는 절망감이고,
아직도 뿌리깊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묻지마 투표를 한다는 절망감이고,
기성세대와 청년층이 정반대에 서 있다는 절망감이고,
우리의 역사의식은 과거에 대한 반성보다는 물질만능에 사로잡혀 있다는 절망감입니다.
저는 '우리'를 위해 투표했지만 제가 위했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저와 생각이 달랐나보네요.
계층별 지지결과를 보니 보편적으로 사회에서 약자라고 생각되는 무직, 저소득자, 저학력자들은 보수정당에 투표했네요.
참 헷갈립니다. 솔직히 이해가 되질 않아요.
저는 그들을 위해 투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생각보다 먹고 살만했나봐요.
금방이라도 사회 기득권자로 뛰어오를 수 있는 분들이었나봐요.
앞으로 5년은 그들의 선택이 옳았나 볼겁니다.
전 다시 숨 죽인채 제 앞가림을 해야겠죠.
그들이 힘들다고 할 때마다 그들의 무지를 일깨워 주렵니다.
5년 후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