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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는 것에 있어서 출신이 뭐가 중요하겠느냐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루토, 바람의 검신과 같이 일본의 문화를 잘 컨텐츠화시킨 만화를 보면 항상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전통문화를 컨텐츠화시킨 만화/애니메이션은 없을까??"
'신과함께'나 '호랑이형님'과 같이 분명 국내 문화도 잘 다듬으면 일본 만화처럼 재미있고 흥미로운 컨텐츠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다.
물론 여러분 모두가 알고 있듯 한국의 문화를 컨텐츠화시켜 대작의 반열의 오른 작품이 없지 않다.
그 작품은 바로
전대미문의 명작 '김치전사'
김치전사는 마셜아츠 코미디계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며 각종 매체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한국인 밥상에 올라오지 않으면 3살배기 꼬마아이들조차 밥상을 엎어버린다는 '김치'를 주인공으로 만듬으로써
한국 문화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렸다.
김치를 자국의 것이라 우기던 일본인들조차 기무치전사를 보고는 더이상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사실확인x)
그러나 클레멘타인의 자랑스런 후손이자 리얼의 대선배격이던 김치전사가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아쉬움은 가시지 않았다.
한국의 문화가 음식, 그것도 김치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않는가?
일본이 스시닌자나 낫토사무라이가 아니라
사무라이 만화, 닌자 만화를 만들어도 우리는 충분히 그들의 문화에 빠져들어왔다.
그렇게 한국의 독특한 문화, 한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도중
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모니터에서 한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다.
저승사자, 도령과 같은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명칭들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도발적인 문구
잘생기고 예쁜 캐릭터 디자인과 토에이 쌍싸다구 때려도 될 정도의 작화
그리고 누가봐도 완구로 나올 것만 같은 소울폰의 모습.
개인적으로 '신과함께'와 같이 이승 저승의 관계나 귀신, 도깨비 등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이보다 더 흥미로운 만화영화는 없었다.
나는 이 영화가 개봉하면 반드시 여자친구와 극장에서 보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이 지켜지는 일은 없었다.
그 이후로 고스트 메신저에 대한 나의 기억은 거의 잊혀져 있었다.
당시 재수생이던 나는 훌륭하게 성장하여 동물의 왕 백수가 되었고
동물의 왕으로서의 품위와 체통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유투브 웃긴영상을 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여느때와 같이 방구석에 앉아 유투브에 재밌는 영상이나 찾아보던 나는
우연히. 정말 우연히 고스트메신저 영상을 보게되었다.
흔히 한국만화라고 하면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서 유치하다고 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거나
그냥 아동용 만화로서의 귀여운 캐릭터들만 보여주기 십상이었는데
고스트메신저는 그런 것과 많이 달라보였다
짧은 영상만으로도
과연 이게 한국의 애니메이션인가 싶을정도로
작화나 소재,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나는 결국 '혼자서' 고스트 메신저를 보게 되었다.
간단하게 스토리를 말하자면 이렇다.
귀신을 볼 수 있는 강림이란 초딩은 어느 날 우연히 귀신이 담긴 핸드폰(소울폰)을 얻게 된다.
소울폰을 가지고 놀던 초딩은 자신 주변에 있던 령(유령, 귀신)을 소울폰 속에 가둘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그 속에 갇혀있는 어떤 영혼을 발견하는데
그 영혼의 정체는 바로
저승사자 강림
(아까 그 초딩이랑 이름이 같다)
보자마자 너무 잘생기고 목소리가 좋아서 지려버렸다.
강림도령이라 불리는 그는 극락왕생하지 못한 영혼들을 명계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
초딩강림은 강림도령을 바보령이라 부르며 포켓몬처럼 소울폰에 가둬 무려 2주동안 지 필요할때만 불러내고 다 쓴 다음에는 다시 가둬버린다
(내가 강림도령이었으면 이 꼬맹이부터 친절히 명계로 보내버렸다)
혼자 싸우다 벅찼던 초딩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뻔뻔하게 소울폰에서 강림도령을 꺼내 불법노동을 시키는데
문어같은 귀신을 초딩과 함께 잡아넣은 강림도령은 당연히 빡친 상태로 초딩에게서 소울폰을 빼앗고 더이상 관여하지 말라며 유유히 떠나버리고 만다.
사실 이 이후로 어떻게 초딩과 저승사자가 다시 이어질까,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약간의 반전과 함께 꽤나 개연성있게 강림도령과 초딩강림은 다시 만나게 된다.
(반전까지 공개하기엔 너무한 것 같으니 궁금하면 직접 확인하도록 하자)
영화자체가 어떠느냐고 묻는다면 분명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는 영화였다.
OST가 애니메이션에 잘 스며들지 않았고
몇몇 장면에서는 캐릭터의 목소리가 배경음악에 묻혀버렸으며
특히 스토리 전개가 너무나 빨라 관객이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잉? 이러고 끝이야?? 싶은 결말은 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한국의 토속적인 소재를 세련되게 잘 표현한 것과
캐릭터 하나하나를 너무나 개성있고 소장하고싶게 만들어서 버리기가 아까웠기 때문이다.
영화 속 악역인 위의 사라도령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강림도령과의 러브라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리낭자(안경 벗은게 진짜 존예인데 공식 스틸컷에 없다 ㅠ)
그리고 나중에 알아보고 나서야 이름을 알게된 오른쪽 마고할미(마음이 매우 깊고 따뜻하신 분이라 기억에 잊혀지지 않았다.)
아직 풀어내지 못한 스토리가 많아 보이고 그것들이 너무나 궁금했던 나는
인터넷을 통해 고스트메신저와 관한 정보를 찾아보게되었는데
그제서야 왜 영화 스토리가 이런식으로 전개되었는지를 알게되었다.
이유인 즉슨, 본래 고스트메신저는 39부작으로 기획된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서 6부작으로 축소되어 버리고
이번 극장판은 그 중 1-2화를 통합한 영상이었던 것.
심지어 극장판의 폭망때문인지
2014년에 이 영화가 나온 이후로 아직까지 3화는 나오지 않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다음화가 나오지 않는 것은 매우 슬픈일이나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제작사를 비판할 수는 없었다.
국내 투자자를 찾아보았으나 잘되지 않았고
문화부에서조차 투자를 받지 못했던 것.
(그리고 그곳은 김치전사에 투자를 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제작사는 투자자를 열심히 찾은 끝에
스페인에서 투자 제의를 받았으나
한국적인 요소를 줄여라, 매 회 여자주인공이 납치되어야한다 등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서
결국 투자제의를 포기하였다.
지금 나와있는 이 극장판은 전부 제작사가 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하여 만든 영화였던 것이다.
심지어 제작인원이 60여명 밖에 되지 않고
배경은 2명이서 모두 다 그렸다고 한다.
영화가 거의 폭망하여 앞으로 이 만화가 계속 영상화될지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제작사인 스튜디오 애니멀이 노블레스와 같은 웹툰을 영상화하면서 계속 열일하고있고
일반 사람들의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고스트메신저도 결말을 향해 달려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고스트메신저 엔딩곡을 올리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3줄 요약
1. 한국도 우리의 문화를 컨텐츠화 시킨 애니메이션이 나왔으면 좋겠음
2. 고스트 메신저라는 애니메이션이 그런영화
3. 흥행이 저조해서 다음화 나오는게 불투명하다. 너무 슬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