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하고 맑은 눈동자를 가진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자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고 착한... 엄마, 아빠를 기쁘게 만들던 아이였답니다. 그 아이를 바라보면 모든 이의 삶 자체가 행복이었던 그런 아이가 있었습니다.
2005년 03월 28일 오후 3시 20분 지금까지는 모두들 기억하고 계시겠죠... 화창한 날씨였지만 모질게 불던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그런 날이었지만 저희가 살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병점리 우남드림벨리 1차 아파트 108동 3,4라인앞... 현관앞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직 혜민이가 올 시간도 안되었는데 그날따라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울리던 전화벨소리……. 불행한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3월 28일 유치원 통학버스는 평상시보다 15분정도 일찍 아파트 108동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혜민이가 내리기 전 병점 기업은행에 있는 소머리국밥집 앞에서 내리던 2명의 아이가 그날은 유치원에서 곧장 다른 학원으로 등원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버스는 우남드림벨리 1차 아파트에 진입하고 혜민이를 내려주기 위해서 108동 앞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러나 평상시보다 일찍 도착한 버스는 엄마가 나오기도 전에 혜민이를 그대로 내려두고 출발하였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을까요…….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 하고 뭐가 급해서 아이를 차문 아래로 내려놓고 바로 출발을 한 것일까요?.... 버스 앞으로 어른 발자국 2발자국만 건네주면 되는 그런 길이었습니다. 집 현관 앞 노상이었으니……. 무엇이 혜민이를 그렇게 사랑하던 가족들과 헤어지게 만들었을까요...
찻길에서 무단횡단을 한것도 아니요... 버스만 지나가면 될 거리에 엄마에게로 갈수 있는 현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로 들어가기 위해서 버스 앞을 지나가는 혜민이는 자기보다 몇십배나 크고 무거운 버스에 아무런 힘도 없이 아무런 말도 없이 밀려 넘어지게 되었고 무서운 버스 좌측 앞바퀴 그리고 좌측 뒷바퀴는 처참하게 혜민이의 얼굴을 짓밟고 지나갔습니다. 버스 기사는 그것도 모르고 몇십미터를 가다가 백미러로 누워있는 혜민이를 보고 차를 멈췄다고 합니다. 혜민이의 오른쪽 안구가 돌출되어서 나오고 두 눈에는 피눈물이 넘쳐 혜민이의 얼굴을 덮어 끝없이 흘려 내렸습니다. 그리고 혜민이의 머리는 살짝만 손대도 움푹 움푹 들어갔습니다. 찢어진 가방...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신발...
불안하게 울리던 전화벨소리에 뛰쳐나온 엄마가 전실 베란다로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직 혜민이가 올 시간도 아닌데……. 저애는 누군데 저기 누워있지... 맨발로 달려나가 쓰러진 아이를 부여잡고 통곡하며 통곡하며... 집에 혼자 두고 나온 동생 혜린이는 신경쓸 겨를도 없이 119 응급차에 몸을 싣고 혜민이의 돌출된 오른쪽 안구를 한손에 쥐고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혜민이를 안고 아주대 병원에 갔습니다. 죽은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따뜻했기때문에... 혜민이가 너무나 따뜻해서.. 응급실 바닥이 피로 물들고... 눈물로 물들고... 오열로 물들무렵 혜민이의 죽음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던 아이는 다시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혜민이의 행복했던 모습은 이제 기억나지 않고 눈을 감으면 엉망이된 혜민이 얼굴만 생각 납니다... 엄마, 아빠 하고 한번만이라도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하룻밤만이라도 꼬옥 껴안고 재워보고 싶은데... 한끼라도 따뜻한밥 먹이고 싶은데.. 아직 못해준게 너무 많은데... 피아노 배우고 싶다고 그랬는데... 혜민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불러도 못들은척 눈을 감고 잠만잡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엄마도 못보고... 아빠도 못보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혜민이가 남겨놓고 간 노트에는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아가 사랑해요...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제일 먼저 써놓은 말...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아가 사랑해요...
사랑스런 혜민이가 하늘나라간지 3달이 되어가네요
그동안 유치원으로 부터 들은소리라곤 미안하다, 죄송하단 소린없고.........
혜민이을 우리가 죽였냐, 운전수가 죽였지 하면서 유치원은 잘못이 없다고 합니다
유치원보고 자녀을 보내지 운전수 보고 자녀을 보냅니까
유치원에 철조망을 새로 치고, 경호업체 직원으로 경비을 서게하여 지금은 유치원 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