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600년 고도(古都) 서울’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천년 고찰이 조계종과 태고종의 소유권 분쟁 끝에 아파트 용지로 팔려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조계종과 태고종 소유였던 안정사(安定寺) 터가 2005년 E건설에 팔렸으며 이 회사는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새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안정사는 신라 흥덕왕 2년(827년)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고찰. 특히 조선시대 무학대사(1327∼1405)가 이 사찰을 중건하고 7일간 기도하다가 관세음보살의 화신을 접하고 경복궁 터를 정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문화유산인 셈이다. 안정사는 주택가에 있으면서도 숲에 둘러싸여 도심과는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절의 대웅전(1943년 건립)과 대방(염불당·1934년 건립)에 대해서도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근대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 이유는 △대웅전이 일제강점기 다른 전각과 달리 조선 말기 양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일제강점기 건립돼 전해져 오는 대방이 극소수여서 희소가치가 높다는 점 등이다. 촬영 : 윤완준 기자 이형우 서울시 문화재과 조사연구팀장은 “원래 위치에서 원형을 보존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조사 당시 토지가 팔린 상태여서 매매 절차를 되돌리기 어려웠다”며 “그 대신 대웅전과 대방을 원형대로 다른 곳에 옮길 것을 건설회사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고는 구속력이 없으며 경기 양주시로 이전하는 사찰의 조감도에도 대방은 들어 있지 않다. 이 팀장은 “안정사를 보존하고 싶으나 이해 관계자의 재산권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정사의 가치를 확인하지 않고 터를 팔아 버린 조계종과 태고종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정사는 두 종단 사이에서 수십 년간 소유권 분규를 일으켰던 사찰로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면서 마침내 건설회사에 팔렸다. 그동안 이 사찰은 서울시에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서울시가 서울 성곽 복원 등 도시개발 과정에서 훼손된 서울의 옛 모습을 되살리기로 한 만큼 서울 정도 600년의 역사·문화적 상징인 안정사와 사찰 터의 보존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email protected]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 네이트, 매직n, e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