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헤어지자고했다.
그리고 오늘 개천절.. 두끼 내리 굶고 출근했다가 퇴근을 했다.
4시가 다 되어서야 늦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결심했다.
임신테스트를 해 보기로.
설마설마 하는 맘으로 부모님 몰래 혼자 화장실에서 테스트를 하고 방으로 왔다.
두줄이 나타났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가슴은 두방망이 치며 100미터 달리기를 했을때 보다도 숨이 거칠어졌다.
안돼.....순간 구역질이 올라온다. 늦은 점심을 토해냈다.
어떻게하지...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사실 나 혼자 이렇게 힘든 기분을 겪고있는게 싫어서 남자친구에게 테스트기 사진을 찍어 보냈다.
전화는 받지 않았다.
문자가 온다.
"왜그러지?..왜...."
첫 마디였다.
갑자기 슬픔과 분노가 차오른다.
왜라니...물론 둘다 조심하고 콘돔을 사용했었다. 나도 의외의 결과에 당황한 상태였는데 왜라고 물었다.
자기도 놀라서 뱉은 말 이라지만..말 한마디로 천냥빛도 갚고 사람도 살리고 죽이는게 말인데..
임신테스트기 양성반응 나온 여자친구에게 첫 마디가 왜...였다.
왈칵 눈물이 났다. 하지만 거실에 엄마가 계시기 때문에 소리내서 울 순 없었다.
조용히 우는건 내 특기다.
너무 화가나서 답장을 보냈다.
걱정말라고 나 혼자 병원 가 볼테니까 넌 신경 끄고 잘 살라고 했다.
그 후 몇번의 문자가 오가고 난 계속 날카로워지면서 심한말들을 내뱉었다.
불행을 빌겠다. 니가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등..
그리고도 분이 안 풀려 전화를 했다.
나보고 왜 자기한테 화를 내냐고 성질을 낸다.
내가 말했다.
임신했다는 여자친구한테 몸은 괜찮냐고 물어보지는 못할 망정 왜라고 물어보는게 사람이냐고.
그랬더니 대답한다. 내가 왜 그래야하는데?
내가 추석때부터 아팠다고 얘기하니, 자기가 그걸 몰랐는데 몸 괜찮냐는 말을 어떻게 하냐며 오히려 성질을 낸다.
씨.발.새.끼.
이런새끼랑 2년 가까이 만났다.
고시생 공부 방해 하지 않으려고 데이트다운 데이트도 못 해보고, 공부기간엔 한달에 한번씩만 만나가며 지낸 시간들이 씨발 진짜 헛지랄한 후회가 든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남자복이 없을까...
아니..
내가 남자 보는 눈이 없나보다.
그냥 평생 혼자 살아야 하나보다.
아...이젠 울 기운도 없다.
내일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기가 싫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숨 쉬기가 너무 버겁다.
그런데 이 와중에 아까 다 토했다고 배는 고파온다.
씨발..난 동물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