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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탓할 수 없는, 어쩌면 그래서 더 슬픈 패배
게시물ID : sisa_3329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나위
추천 : 1
조회수 : 1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21 15:08:04


"모두 할만큼 했다고 생각한다.다들 기꺼이 사퇴를 해주셨고 맘에 안드는 후보와 정당임에도 오직 거악을 물리치기 위해 투표하였으며,시민들은 유례없는 투표율로 응답하였다.잘못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그냥 현실이거다.오히려 적나라하게 현실이 드러나서 다행이다"

트위터에 Thomas Moon(@asakhan)님이 쓴 멘션입니다.

제가 아이토론에서 진보진영의 패배를 주제로 이슈토론배틀을 개최하니 어떤 분은 나무라는 댓글을 올리셨더군요. 지금은 그럴수록 더 아플 뿐이라고...아마도 누군가의 책임론을 이야기하려는 줄 알았나 봅니다.다양한 의견이 올라오면 그중에야 책임론도 분명히 올라오겠죠. 하지만 전 좀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한국이 브라질에게 축구경기를 졌다고 코치진의 책임을 논할 수 있을까요?그것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박빙의 경기를 펼쳐줬었는데 말입니다.

제목처럼 저는 이번 패배에 대해 진보진영의 그 누구도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저 스스로도 "이슈토론배틀: 진보진영의 패배 원인"은 주말이 지나고 다음주에나 개최할 예정이었습니다.

헌데, 느닷없이 동아일보에서 친노 책임론을 슬슬 띄우더군요.

참여정부이후 친노는 늘 숨죽이며 살아야 했습니다. MB정부동안 친노는 진보의 종양인듯 이야기 되어왔습니다.

근데 전 궁금하더군요. 도대체 친노가 무얼 그리 잘못했는지...

참여정부의 실정들... 솔직히 민노당 출신들 말고는 정치권에서 참여정부를 나무랄수 있는 세력이 누가 있을까요?
참여정부의 실정이라고 말해지는 것들은 결국 모두 새누리당이 원했거나 아니면 더 심하게 펼치길 원했던 정책들입니다.노무현이 진심으로 펼치고자 했던 정책을 열린우리당도 조중동 눈치보느라 딴지만 걸었습니다.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가 미친듯이 금융자본주의로 치닫는 세계정세 속에서 어쩔수 없이 FTA 협상도 시작했습니다.

결과를 가지고 나무랄 수도 있겠지만, 누구하나 책임을 공유하지 않을 수 있는 세력이 있나요?

그래도 친노는 숨죽이고 살았습니다. 때리면 때리는데로 맞고 살았습니다.대선정국에선 전국 모바일 투표를 포함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표가 친노라는 이유로 사퇴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보수진영은 왜 그리 집요하게 친노를 물고 늘어지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지금 진보진영에서 국정경험이 있는 유일한 세력이 참여정부 세력입니다. 구 동교동 세력은 이미 해체되었고 연령상으로도 새로운 수권세력으로 나설수는 없는 상태입니다.반면 참여정부세력은 연령상으로도 아직 충분히 현역입니다.

둘째, 참여정부 세력에는 노무현에 대한 정서가 투영됩니다. 거의 대부분의 국민에게 노무현은 아련한 감성과 빚진 마음을 불러 일으킵니다.

투표가 감성의 문제라는 건 이번 선거에서도 뚜렸하게 나타났습니다. 박정희 시절의 잔혹함에 대해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이미 사람들 가슴속에 남아있는 아련한 향수와 감성은 절대 변하질 않습니다.그런면에서 보수진영의 관장사 프레임에 지레 겁먹은 진보진영은 통탄할 일입니다. 보수는 30년도 더 된 박정희 관장사를 철저하게 써먹었으니까요.반면 겨우 3년전에 전국민의 가슴에 부채를 남기고 떠나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은 진보진영에서 오히려 배제했습니다.
철저히 보수의 프레임에 놀아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참여정부 세력이 물러나면 진보진영에서 전면에 나설수 있는 세력은 누가 있을까요?호남 새누리당이라고 불리는 민주당내 보수 의원들정도 아닐까요? 조중동 눈치보며 4대악법 개정에 발목 잡았던, 보수진영이 요리하기 가장 쉬운 그들 말입니다.

넷째, 참여정부 세력이 물러나고 새로운 세력이 대두된다면 다음 대선에서 보수진영이 들고나올 프레임은 너무 쉽습니다. "국정경험이 없는 세력에게 국가를 맡길 수 있겠는가? 국정경험이 없었던 참여정부 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 얼마나 많은 실정들이 있었는가?"그때가서 참여정부 세력을 다시 불러올 수도 없겠지요.

MB정부와 비교해 보고 당시의 상황들을 맥락있게 이해해 보면 참여정부의 실정이라 말하기도 어렵겠지만, 친노, 특히 문재인의 진정성 있는 반성이 오히려 저들의 먹이가 되겠지요.
결국, 보수는 참여정부 세력이 진보의 중심이 되는걸 막고자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안철수후보가 과거에 했던 이야기 중에서 참으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안나지만 내용만 이야기 하자면, "실리콘밸리에서는 아무리 실패해도 도덕적 결함이 없는 이상 다시 지원을 해준다. 그들에게 실패는 경험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잘할것이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이말이야 말로 참여정부 세력에게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노 책임론이 대두되다보니 그 이야기를 먼저 하느라 이야기가 조금 옆으로 새어나갔습니다.

다시 이번 대선 이야기를 해보죠.

위에 인용한 트윗처럼 이번 대선에서 모두들 자신의 역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도 어쩔수 없는 패배였다는 생각이 드네요.그리나 분명 희망적인 패배라고 생각합니다.

17대 대선에서 정동영은 400만표 이상의 차이로 패배했습니다. 촛불도 끝끝내 무력진압에 사그라들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진보진영은 사실상 무기력한 열패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50대 투표율 90%라는, 어쩌면 다시없을 이상현상의 바탕위에 100만표 졌습니다.50대 투표율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각 지역에서 조금만 더 분전한다면, 다음 대선에서는 뒤집을 수도 있는 표차이 아닐까요?

나꼼수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하지만, 전 이만큼이나마 할 수 있었던게 나꼼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촛불마저 사그라들고 진보진영 전체가 더 없는 열패감에 휩싸여 있을 때 그 열패감을 벗어나게 해준게 나꼼수 였습니다.진보는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이겼습니다.

대선직전에 터진 여러 폭로들에 대해 네거티브라는 프레임이 걸렸었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네거티브의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했습니다. 전 이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를 미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그 네거티브라는 프레임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대선이 치러지면 후보들이 젊었던 시절인 70년대의 활동에 대해서도 추적하고 보도합니다.

한 사람의 미래는 결국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의 연장선 일수 밖에 없습니다. 당선되었다고 그때부터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최고의 리더자리에 오르면 수많은 갈등을 중재하고 난관을 맞이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결국 표출되는 건 그 사람이 살면서 형성해온 자신의 본성이지 결코 말로 약속한 모습일 수는 없습니다.그런 관점에서 보면 대선후보의 과거를 철저히 따져보는 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라 검증이 아닐까요?

이걸 보수측에서는 네거티브라고 프레임을 걸고 마타도어와 구별할 수 없게 만듭니다. 물론 자신들은 편한대로 써먹지만...더 큰 문제는 진보진영도 그 프레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검증을 네거티브라 하며 스스로 터부시 합니다. 그래봐야 보수측의 마타도어는 다 얻어맞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건, 그렇다고 이러한 프레임을 당장 깨뜨리기도 불가능하다는게 진보의 딜레마입니다.보수의 반칙을 말하려하면 네거티브 프레임에 걸리고, 말하지 않으면 불공정성을 감수해야 하고...

결국 한국사회에 이미 짜여진 판, 다시말해 대중의 인지적 지형과 언론환경 자체가 문제입니다.위의 트윗처럼 그냥 현실인 겁니다. 오히려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다행인...

그렇듯 이번 대선은 누구의 탓도 할수 없는 불가항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꾸 책임론을 들먹거리는건 진보를 또다시 분열시키고 갉아먹는 행위가 아닐까 합니다.특히 민주당의 당권을 위해 친노 책임론을 들먹거리는 이들은, 집권을 위해 나라경제는 나빠져도 상관없다는 이들과 동급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50대 이상현상같은 투표율에 대해서는 차후에라도 분석이 필요할 듯 합니다.

덧붙여 한가지만 더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쓴 글을 읽었습니다. 한과 분노의 정치를 끝내라고...
참으로 아프고 억울하지만, 또 냉정한 사실입니다.

스포츠에 비유를 해 보겠습니다.

지속적으로 반칙 플레이를 하는 상대방과 편파판정을 하는 심판을 반복해서 격어야 하는 선수들이 그 억울함을 분노로 폭발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억울함에 경기를 보이콧하기도 하고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포츠에서는 중재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억울함이 표출되어서 갈등이 생기면 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중재자가 나섭니다. 그 결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좀 더 공정한 경기를 펼칠 수 있게되고 억울함은 어느정도 해소가 됩니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중재자가 없습니다. 그리고 억울함을 표출하면 갈등을 조장한다고 나무랍니다.축척된 억울함은 한으로 맺힙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날선 분노를 표출하게 되고, 그럴수록 대중들이 외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이런 정황에 대한 통찰없이 박근혜를 선택한 대중은 결국 무지한 것일까요?아마도 그럴겁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것도 바뀌는게 거의 불가능한...

이런 현실위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현대사회에서 민중혁명은 가능한 선택지가 아닐겁니다. 차라리 80년대처럼 국제사회에 한국의 현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

저는 진보진영이 위의 캐치프레이즈를 버렸으면 합니다. 그 사실여부를 떠나 이러한 관념은 오히려 진보에게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진보가 외연을 확장하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누구일까요? 보수일까요, 수구일까요? 아닙니다. 오로지 중립입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너를 위해 예비되어 있다"라고 말하면 기분 나쁩니다.옳고 그름을 떠나 그런 사람과 대화하기 싫습니다. 오히려 반감만 생겨서 반대편으로 발길을 돌리기 쉽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누군가가 자신에게 "너는 틀렸어. 네 사고방식을 뜯어고쳐 주겠어."라고 덤비면 기분 나쁩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반감을 가지게 되고 반대편으로 향하게 만들겠죠.

진보가 훨씬 더 도덕적으로 올바르고, 합리적인 사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꾸 중간층을 보수에게 빼앗기는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닐까요?

중립을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었으면 합니다.

보수에게 두들겨 맞아 억울하지만, 중립에게 편들어주시 않는다고 화내봐야 중립은 오히려 기분나빠하며 보수에게 갈 뿐입니다.

화내지 말고, 설득하려 하지말고 차분하게 대화하려 했으면 합니다.억울하지만, 정말 억울하지만, 그래도 억울함을 억누르고 조곤조곤 대화하려 했으면 합니다.중립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놓고... 그렇게 조금씩 공감대를 넓혀 나갔으면 합니다.저도 잘 그러지 못했지만, 주장과 구호를 버리고, 담담하게 우리 이야기를 펼쳐놓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압니다. 이상적이라는걸...
삼성반도체 노동자가 55명이나 죽었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23명이 죽었습니다. 한진중공업 복직 노동자가 자살했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 추운 겨울에 아직도 철탑위에서 기약없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수백명의 언론인들이 해고, 징계 되었습니다. 진실을 말한 정봉주가 감옥에 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이 세계 사법계에 조롱감이 될 법집행으로 감옥에 갔습니다. 이 억울함을 이 울분을 참으라니요.

이 글을 쓰는 제 눈에는 지금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대선이후 이틀을 참았던 눈물이 이 글을 쓰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흘러내리네요.이 개떡같은 세상이 너무나 참담해서 눈물이 흐릅니다.

그래도, 저는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화내지 말고, 설득하려 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화하자고 말입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자고 말입니다. 그리고, 담담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펼쳐놓자고 말입니다.
윽박질러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은 오히려 진보의 깨우침이 아니었던가요.

두서없는 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결국 제가 정리한 진보진영의 패배원인은 그렇습니다.

첫째, 현재 한국사회 자체가 그렇게 생겨 먹은 것.
둘째, 보수의 프레임에 놀아나 노무현이 전국민에게 남긴 부채를 회수하지 못한 것
세째, 유일한 확장경로인 중립에 대한 진보의 태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 인식이 무조건 옳다는 말은 못합니다. 다만 이 글이 많은 분들에게 좀 더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아이토론 - 이슈토론배틀: 진보패배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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