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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기어스 - 반역의 두더지
게시물ID : military_422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인용
추천 : 3
조회수 : 6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5/09 16:51:43
예비역들은 알고 있을것이다. 계급과 직책 말고도 병사들간에 통용되는 또 하나의 계급체계.....

바로 '실세' 라는 존재이다. 흔히들 열외라고 불리우는 병장급 선임들을 제외한 나머지.....이른바 짬찌들을 관리하는 상병급 병사들에게 붙는 새로운 계급.

어느 부대던지 이 실세라는 세력들이 존재했을거라 생각한다. 보통 실세급 고참들이 병장을 달면서 다음 후임들에게 넘기는게 관례이지만....

이번에는 모종의 사건으로 실세계급의 대격변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일인용상병과 그의 알동기 두더지상병에 관한 글을 써 본다.








부대 훈련중 메이저급 훈련인 창급 전술훈련으로 바쁘던 늦여름이었다. 이제 슬슬 잡일에서는 손을 떼도 될 일인용상병은 왠지모르겠지만 아직도 일병들과 잡일을 하고 있었다. 군번이 꼬인건 아니었다. 그 표면적인 이유인즉슨, 소대 내에서 풀려도 너무 풀린 군번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 더 고생을 하라는 고참놈들의 말도 안되는 이유였고 실상은 일인용 상병과 그 동기들이 빠져도 너무 빠졌기 때문이다. 

일병때 동전찾겠다고 주머니에 손 넣었다가 고참한테 입수보행한다고 개갈굼먹은 정상병, 생긴거부터 뺀질거리게 생긴데다가 실제로도 뺀질거리던 나상병, 전입 첫날 연등하겠다고 나갔다가 '잠 안오면 근무 넣어줄까?' 하는 말년병장에게 '전입신병한테 너무하시는거 아닙니까?' 라고 말한 두더지상병......
 
그리고 어떻게든 찾아보려 하지만 한번도 걸린적은 없었고 분명 뻘짓거리를 하고다닐거 같은 일인용 상병까지.....완전히 고참들 눈에 찍혀버린 불쌍한 놈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특히 더 심하게 갈궈대던 고참이 있었다. 바로 콜병장이었다. 콜병장은 이등병때부터 교육훈련부터 작업, 내무생활까지 A급으로 정평이 나 있던 고참이었다.
콜병장은 한명의 병사로 치자면 정말 완성된, 군생활의 귀감이 될만한 병사였다. 후임들 모두 그의 작업실력과 교육훈련성적을 우러러 보았으며 고참들의 신뢰또한 두터웠다. 하지만 갈굴때는 정말 가차없었다.
 
그런 고참이 나서서 갈궈대니 찍소리도 못하고 할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콜병장은 두더지상병을 집중적으로 갈궈댔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두더지상병의 분대 고참이었으니까. 거기다가 두더지상병의 뻘짓은 상상을 초월했다. 상병들도 안하던 짓을 일병계급장을 달고 하는 깡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참 군생활 하면서 옆에서 본 소감은 '나라면 자살하고도 남았다.' 였다. 진짜 사람을 쥐 잡듯이 잡는데 옆에서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갈궈댔다.
그걸 견뎌낸 내 동기 두더지상병도 참 대단하긴 하지만....

그러다가 군생활에서 손에 꼽을만한 사건이 터졌다. 옆 소대에서 고참의 가혹행위에 버티지 못한 이병 한놈이 훈련중 자취를 감춰버렸다. 바로 탈영을 했던것이다. 부대가 발칵 뒤집혔다. 중,대대급 훈련도 아니고 창급 훈련이라 중대장 재량으로 훈련을 취소할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훈련중 순찰을 빙자한 수색작전이 개시되었다. 점심시간때 없어진 놈이 오후 4시가 되도록 발견이 안되었다. 결국 혼자 독박쓸수 없던 중대장은 지휘관에게 보고를 했고 바로 훈련이 중지되었다. 그렇게 찾아 헤매이길 5시간...XXX탄약고 옆 소화기보관함에 숨어있던 녀석을 찾아냈다.

이렇게 찾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보다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대지휘관도 독박쓰기 싫었는지 상급부대에 보고를 해놓은 상태였고 바로 헌병대로 신고가 완료된 상태였다. 찾아서 다행이지만 참 다행이지 않은 설명하기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헌병대에서 오기 전에 다른 모르는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자체적으로 소원수리를 받았지만 그땐 특별히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꼭 상급부대에서 출두를 해야 하나둘씩 나오게 되는게 소원수리인거 같다.
검열단이 도착했고 그들의 담당부서를 들은 중대원들은 간부, 병사 할것없이 공포에 떨었다.
헌병, 감찰, 기무, 법무, 인사, 작전, 군수 중 5개의 부서에서 검열단이 부대에 도착했다. 군생활하면서 정말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한 볼수 없었는 유명한 이벤트가 부대를 방문했다.
 
 
 
 
'5부 합동검열'
 
 
 
 
검열단은 부대에 도착하자마자 부대의 관련서류를 미친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검열단의 매서운 질문공세에 행정보급관님의 얼굴은 짬타이거가 갓 싸질러놓은 똥같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각종 계원들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벌벌 떨고 있었다. 마치 숙제를 안해와 매맞을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모습처럼....
 
그렇게 불꽃같은 오전이 지나고 점심시간. 그날 중대원의 반수 이상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을것이다. 일인용 상병또한 그랬고 모든 중간밥 이상의 병사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날 저녁 짬을 가지러 온 짬아저씨의 밝은 표정과는 다르게 중대원들의 표정은 밥대신 모래를 씹은듯한 표정이 대부분이었다.
오전의 불꽃같은 검열의 여파가 남은 오후에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각 중대원의 영양, 건강상태를 확인하겠다는 명목 하에 내무검사가 실시되었다. 다행히 중대원들 모두 검열단이 도착하기 전날 관물대정리를 깔끔하게 해 놓은 상태였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내무검사는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후 상병급 이하의 중대원들의 가혹행위 흔적을 찾기 위한 위생검사가 실시되었다. 몇몇 중대원들의 멍자국때문에 잠깐 분위기가 안좋았으나 다행히 작업중 다친 인원들이라 크게 트러블은 없었다.
 
겨우겨우 오후일과가 끝나고 쉬는줄 알았던 우리는 다음 일정을 듣고 모두 놀랐다.
 
'전 중대원 마음의 편지 작성'
 
공포의 소원수리 시간.....간부들은 검열단이 오기 전에 소원수리를 받았을때 별 문제가 없었다고 확인을 했기에 뭐 큰일 있으랴 는 생각으로 크게 긴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평소에는 없었던게 높으신 분들이 오셨을때는 항상 나타난다.....
 
소원수리 작성을 끝내고 잠시 짬이 나 담배를 피우는데 내무실 안이 소란스러웠다.
 
 
'야 인용아! 인용아!'
 
 
평소 친했던 배병장의 목소리였다.
 
 
'배병장님. 무슨일 났습니까?'
 
'야 너 혹시 소원수리에 뭐 이상한거 썼냐?'
 
'제가 미쳤습니까?? 쓰려면 진작에 썼지, 여기까지 1년이 걸렸는데.....'
 
'그치? 아니지? 넌 아무것도 안썼지?'
 
'근데 무슨 일이십니까?'
 
'콜병장 행정반으로 끌려갔다....'
 
'?!?!?!'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비벼끄고 내무실로 들어갔다. 내무실 분위기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다들 누가 썼을까 궁금해 하는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소원수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수 있었다. 알동기 두더지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등병들도 콜병장을 싫어했기에 고참들은 짐작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혼란스러울수 밖에.....
 
뭐든지 처음이 힘든것 처럼 첫번째 상담자가 나오자 뒤이어 고참들은 줄줄이 행정반으로 불려들어갔다. 옆소대 쓰레기로 소문난 이병장도 당연히 끌려들어갔다. 너이새끼 내가 그럴줄 알았다. 그러게 평소에 행실을 조심했어야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면담은 계속되었다 12시가 넘어서도 잠을 재울 생각이 없었는지 계속해서 고참들은 행정반으로 향했다.
 
폭풍같은 검열단은 정말 누가 그랬다는듯이 웃으면서 부대를 떠났다. 서류, 보급픔 관련 문제는 크게 없었는지 행정보급관님과 계원들은 별일 없이 검열을 마쳤다. 하지만 당시 불려갔던 고참들의 징계가 남아있었다. 가혹행위가 심했던 몇몇의 고참은 영창으로 직행했고 나머지 고참들에게 내려진 징계는 다름아닌 '타 중대로 전출'
 
몇몇 쓰레기같은 고참들에겐 눈길도 안줬으나 그래도 중대에서 열심히 생활하던 고참들이 간다니 섭섭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분대 고참이었던 정상병도 4중대로 전출을 가게 되었다. 그게 왜 그렇게 서운한지 울기도 했었는데....그렇게 정든 고참들을 떠나보내고 한동안 내무실 분위기는 숨막힐듯 했다.
 
거꾸로 메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을 그 누가 했던가. 그들 없이는 중대가 돌아가지 않을거라는 생각도 한달뿐이었다. 그들이 없어도 작업은 계속되었고 근무, 훈련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불편했던 고참들이 사라지고 나니 오히려 중대분위기가 더 좋아졌다는게 참 신기했다. 작업속도도 조금 더 빨라진것 뿐만아니라 교육훈련도 좀 더 밝은 분위기에서 실시해서 그런지 후임병들의 참여도도 훨씬 높아졌다. 관리자급 고참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걱정했던 개념없는 놈들의 뻘짓도 기우였다. 큰 파장이 있었던 사건때문인지 고참들 뿐만 아니라 후임병들 또한 서로서로 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눈에 보였다.
 
 
 
 
그렇게 두더지상병은 후임병들에게 총대를 메고 숨통을 틔워준 고참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의 업적은 나와 친했던 몇명의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전역한지 5년이 넘은 지금까지....
 
 
 
사실 갈굼이라는 행위가 필요악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글쓴이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갈굼이 사람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찬성하는건 절대 아니다.
갈굼에 대해 생각해야할 것은 바로 갈굼이라는 행위를 발생하게 한 주체가 누군지를 생각해야한다. 글쓴이의 경우에는 군생활을 하면서 크게 갈굼먹어본 적이 다섯손가락으로 꼽을정도로 적었다. 그리고 배운대로 행동한다는 말 처럼 나도 누군가를 집중적으로 갈궈본 경우는 상병씩이나 달고 개같이 군생활했던 쌈재상병과 썩은굴 상병 두명 뿐이다. 그 둘은 내가 전역하고도 별에 별 사고를 치다가 유급지원병 생활을 하고 전역했다고 한다.
군대도 결국은 사람 사는곳이다. 자신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서 구성원의 일부가 되느냐, 아니면 구성원들 밖에서 겉도느냐 이 차이이다.
 
 
아무 이유없이 밑도 끝도없이 갈궈대는 고참은 그새끼가 개새x다. 확실하다.
 
어떻게 보면 참 궤변밖에 안되는 말같지도 않은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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