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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죄 들이대면 내부고발 줄까?
게시물ID : sisa_4228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百年戰爭
추천 : 3
조회수 : 22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06 19:42:33
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all/newsview?newsid=20130806193406040

내부고발자가 간첩 혐의를 인정받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민주당 정권이지만 내부고발자에 대한 탄압은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가혹하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가 8년 동안 내부고발자 3명을 기소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에 기소된 내부고발자는 벌써 7명이다. 시민사회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지난 7월 30일 미국에서 내부고발자 탄압의 정점을 찍는 평결이 나왔다.

이날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법원은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군사·외교 기밀문건을 유출한 브래들리 매닝 일병(25)에 대해 평결을 내렸다. 매닝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 관련 보고서와 외교전문 등 70만건의 기밀문건을 위키리크스에 넘긴 혐의로 2010년 구속기소됐다.

기밀문서 유출한 매닝에 간첩죄 적용

판사 데니스 린드 중령이 형량이 가장 무거운 이적행위 혐의에 대해 무죄를 평결하자 지지자들은 안도했다. 이적행위 유죄가 인정되면 매닝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군검찰은 위키리크스가 매닝에게서 받은 기밀문건을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도록 온라인에 공개했고, 알 카에다 등 테러리스트 집단도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적이 이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문건을 넘겼으므로 매닝의 이적행위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린드 판사는 문건을 적에게 직접 전달한 게 아니라며 검찰측 주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린드 판사가 읽어내린 나머지 평결문은 희소식이 아니었다. 법원은 간첩 혐의 6건과 정부재산 절도 혐의 5건, 컴퓨터 사기 혐의 1건 등 20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공소사실별로 최고 형량을 합산하면 이론상 징역 136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향후 법원이 형량을 결정할 때 공소사실 몇 가지를 추가 기각한다면 136년 선고는 나오지 않겠지만 징역 수십년 선고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신형은 면했지만 평결의 효과는 종신형과 다름없는 셈이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이 재판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위험한 국가안보 극단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반면 의회 정보위원회 소속 공화·민주 의원들은 "오늘 정의가 지켜졌다. 매닝 일병은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고 공공의 신뢰를 침해했으며, 이제 복수의 중범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공동 논평했다.

유죄 평결이 나온 혐의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간첩죄다. 간첩법은 1917년 전시 미군의 작전이나 모병을 방해하는 자를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연방법이다. 이 법은 미군의 작전을 방해하거나 적의 성공을 도울 의도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군검찰은 위키리크스에 군사·외교 기밀문건을 넘긴 것이 이에 해당된다며 간첩 혐의를 매닝에게 적용했다.

잠재적 내부고발자에 강력한 메시지


법률 전문가들은 법원이 형량을 결정할 때 매닝의 '의도'보다 정보를 제3자에게 '전달'했다는 점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매닝의 변호인단이 매닝은 미국에 해롭지 않다고 생각한 정보를 선별해서 넘겼다고 주장하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뉴욕대 브레넌사법센터의 엘리자베스 고이튼은 "간첩죄는 반역자와 내부고발자를 구분하지 않는다"며 "매닝의 동기가 순수했다고 하더라도 유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자가 간첩 혐의를 인정받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위키리크스 변호사 제니퍼 로빈슨은 가디언에 "내부고발자가 간첩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건 처음"이라며 "이번 재판은 내부고발자와 언론을 상대로 오바마 행정부가 벌이는 전쟁이자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민사회는 이번 재판이 언론 자유를 위협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매닝을 시범 사례로 삼아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면 앞으로 내부고발이 현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국방부는 특정인이 기밀정보에 단독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이동식 저장장치의 휴대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내부 단속을 강화했다.

온라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기밀문건을 넘기는 것과 신문·방송 등 전통적 언론매체에 제보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기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재판을 계기로 언론사에 국가안보에 관한 기밀을 제보하는 행위가 간첩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얘기다. 매닝 재판이 끝나면 위키리크스에서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독일 주간 슈피겔까지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스턴칼리지 법학 교수 메리 로즈 파판드레아는 "매닝에 대한 유죄 평결은 사람들이 기자들에게 제보하기 전에 제보 여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 재판은 잠재적 내부고발자들에게 '간첩죄로 기소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체류 중인 스노든에게 선례될 수 있어


이번 재판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하고 러시아에 체류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선례가 될 수 있다. 스노든이 8월 1일 러시아 연방이민국에서 임시 망명 허가증을 받아 러시아에 입국하면서 미국으로 당장 송환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미국이 스노든을 간첩죄로 기소한 상태이기 때문에 스노든을 송환하는 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매닝처럼 법정에 세울 수 있다. 매닝이 이번 재판에서 어떤 판결을 받느냐는 스노든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스노든은 민간인이라 군인인 매닝보다 더 유리한 환경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 재판은 군사 재판과 달리 공개 진행되고 배심원 제도도 조금 다르다. 군사법원은 사형 사건을 제외하고는 배심원이 만장일치에 이르지 않아도 되지만, 민간법정에선 배심원이 만장일치 평결을 내놓아야 한다. 스노든이 폭로한 국가안보국 프로그램은 미국 시민 전체를 겨냥했던 것이라 배심원들의 동정표를 얻기가 매닝보다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스노든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 변호사 아나톨리 쿠체레나는 "모든 사건은 개별적"이라며 "매닝 사건을 스노든 사건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군사법원은 지난 7월 31일 매닝의 형량을 결정하기 위한 재판을 시작했다. 최종 선고가 나오기까지는 몇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매닝의 변호인인 데이비드 쿰스 변호사는 이적행위 무죄 평결이 나온 뒤 "우리는 전투에서 승리했고 이제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했다. 매닝 재판은 젊은 군인의 미래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미국 언론자유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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