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부의 필요성과 사회 계약론은 제쳐놓고라도 이 이론은 상당히 잘못된 것 같습니다.
간단히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나온 예를 들어보죠.
매와 비둘기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매 전략'을 선택하는 새는 먹이나 번식과 같은 특정한 싸움에 있어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반면 '비둘기 전략'을 선택하는 새는 이와 같은 경쟁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홉스가 주장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과 같이 직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자연 상태에서 새들은 모두 '매 전략'을 선택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매 전략을 선택하는 새는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더 높지만 이와 비례해 위험을 감수하게 될 확률 역시 큽니다.
비둘기 전략을 선택하는 새는 경쟁에서 이기는 횟수가 적겠지만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일이 적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들은 이 두 전략의 사이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 상태에서 어떤 한 개체가 이와 다른 전략을 택하게 된다면
이 전략을 택한 다른 개체들보다 얻게 되는 평균적인 이익이 적게 되어 결국 이 집단은 모두 이 전략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 상태를 Evolutionary Stable Strategy, 즉 ESS라고 하며 자연 상태라면 이는 비둘기 전략보다는 매 전략에 더 치중되어 있을 겁니다.
(참고로 이와는 별개로 모든 개체들의 평균 이익이 최대가 되는 상태는 보통 모든 개체들이 매 전략보다 비둘기 전략에 치중한 상태에서 존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는 매 전략에 더 치중한 개체들이 얻는 이익이 더 크므로 자연 상태에서는 이를 유지하기 힘듭니다. 공리주의자인 저로써는 정부의 존재란 바로 이 모든 개체들이 얻는 이익이 최대가 되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바로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자연 상태에서 동물들의 전략은 모두 이타성과 이기성의 중간에 존재하게 되므로
이 상태에서는 성선설과 선악설 모두 소용 없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연 상태는 약육강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윈의 말대로 적자생존을 의미하죠. 다윈은 절대 약육강식과 같은 말은 한 적이 없거든요)
강자가 약자를 죽인다는 단순한 논리로는 자연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홉스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라는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제가 야매로 철학을 공부해서 제 논리에 여러 헛점이 존재하겠지만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여기에 글 한 번 배설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