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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蟲 일수 군의 일일
게시물ID : humorstory_3455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승정원
추천 : 2
조회수 : 2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21 22:31:19


 어머니가 일수 군을 흔들어 깨웠을 때, 시계는 일곱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아, 씨발! 왜 이렇게 늦게 깨웠어, 지각이잖아!"<br> 일어나자마자 어머니께 욕을 내뱉은 일수 군은 세수도 하지 못한 채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좌빨 사이트를 산업화시키기 위해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던 탓인지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 대한민국에 도사리고 있는 좌빨들을 척결하고 애국 보수들이 득세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일신의 피곤쯤은 참을 수 있다.일수 군은 애써 자위하며 집을 나섰다. 하나뿐인 아들을 안타까워하는 어머니의 얼굴 따위, 나라 걱정에 몰두한 일수 군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일 수 군이 학교에 도착한 것은 여덟 시가 넘어서였다. 학교의 등교 시간은 7시 40분이니, 명백한 지각이었다.교문을 지키던 교사에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일수 군은 짜증을 내며 교실로 향했다. 씨발, 어차피 수업도 안 하는데 왜 지각은 잡고 지랄이야?교실 앞문을 연 일수 군에게 인사를 하는 학생은 없었다. 반응이 있다면, 저 놈은 왜 지금 들어와? 라던가 남 자습하는데 조용히 좀 하지. 정도에 해당하는 눈빛일까.조용한 자습 분위기 탓만은 아니었다. 일수 군은 학교의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언 제부터였을까, 여학생을 위시한 반 학생들이 점점 일수 군을 멀리하고, 때로는 그의 뒤에서 수군거리던 것은.<br>전부 개같은 김치년들의 작당질이다, 그렇게 단정한 일수 군은 그런 사실에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은 어차피 뒷담이나 까고 모략이나 부릴 줄 아는 김치년들과 그 년들 빨아대는 김치남들과는 다른 존재니까. 책상에 앉아 책을 폈지만 졸려서 그런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단 잠 좀 자고 공부하자, 그렇게 생각한 일수 군은 책상에 엎드려 졸기 시작했다.

 일 수 군이 일어난 것은 점심 시간 5분 후였다. 밥을 먹으러 나가 버린 학생들 때문에 교실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고, 일수 군은 혼자 자고 있었던 것이다.보통이라면 친구들이 깨워 줬을 법도 하건만, 아무래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일수 군은 혼자 급식실로 걸어가,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을 먹은 일수 군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공부하려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 비치된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일수 군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고, 잘 하는 편도 아니었다. 일베에서 '나라 탓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 탓을 해라' 라고 주장하는 일수 군 치고 이상한 일이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면서 집에 오자마자 일베를 켜고,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오죽할까.컴퓨터를 켠 일수 군은 어김없이 일베에 접속했다. 스마트폰이라도 있었으면 굳이 도서관에까지 올 필요가 없는데. 일수 군은 혀를 차며 짜증을 냈다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도 못 사줘, 씨발......"

 순 수한 유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접속한 일수 군은 일베의 여러 게시판들을 돌아보며 몇 개의 글을 남긴다. 그는 이제 일베의 네임드 유저라고 볼 수 있다. 몇 번의 인증과 행동하는 일베인의 태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저께부터 일베는 일종의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좌빨 문재인을 제치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할 것은 종북좌빨 척결이다. 오유나 스르륵, 여시의 좌빨년놈들은 전부 삼청교육대에 처넣어서 사회로부터 몰아내야 한다. 진보란 놈들은 나라 탓이나 하고 말이야.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특히 여초사이트 다니는 김치년들은 사회악이다. 저런 년들은 만날 가치도 없다. 애국적 한국 남자인 난 일본 개념녀 만나서 결혼해야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일수 군의 아버지는 큰 돈을 벌어오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서민에 가까울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지속된 불경기 탓일까, 아버지의 사업이 부진해진 이후로 가세는 슬슬 기울기 시작했다. 이건 전부 노무현과 김대중 탓이고, 이명박이 그 똥들을 치워 줘서 그나마 이렇게라도 사는 것이다. 건전한 일베의 보수 네티즌들이 그렇게 말했으니,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이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으니까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민영화 문제지만, 일베에서 제시한 팩트를 보니 그건 노무현이 먼저 주장한 법이라고 한다. 그럼 그렇지, 좌빨들의 선동은 역시 한심하다. 모처럼 일수 군이 해냈던 철든 생각은 그렇게 날아갔다.

 일베에서 빠져나온 일수 군은 오유에 접속했다. 운지, 홍어, 땅크 등의 소스로 오유의 시사 게시판을 선동, 아니 계몽하는 것이다. 물론 일수 군의 글과 댓글은 순식간에 반대를 먹고 쓰레기통 처리가 되어 버린다. 역시 오유놈들은 졸렬하다. 자기 의견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를 준다니, 다원주의적 원칙에 위배되는 새끼들이다. 일수 군은 일베 역시 자신들과 다른 의견에 가차없이 '민주화'를 준다는 사실을 잊은 지 오래다.

 교실로 돌아온 일수 군은 다시 잠들었다. 난 학력우수자 커뮤니티의 일원이니, 나라탓하는 병신 오유놈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인간이다, 라는 선민사상 탓일까? 그는 그렇게 공부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다니는 일베인도 많은데 자신도 그 중 일원이 되지 말란 법이 없을 거라는 꿈을 꾸던 일수 군은 머리를 치는 손길에 의해 깨어났다.

 마지막 교시였고, 과목은 국사였다. 저 선생은 왜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서까지 수업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수업이니 듣기는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수 군은 요즘 국사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좌익적 교과서가 박정희를 독재자로 몰아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없었으면 우리는 아직도 굶어죽고 있었다는 것을 몰라서 그럴까? 경제를 살리는 것이 우선인데, 독재 좀 하면 어떤가.  게다가 오늘 수업은 마침 전두환과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것이었다. 좌빨들은 폭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둔갑시켜 놓은 것이다. 명불허전 좌빨, 일수 군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일수 군이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교사는 수업을 진행했다. 전두환의 독재에 맞서 광주 시민들은 시위를 시작했고, 전두환은 계엄령을 내려 시위를 무력 진압해 수많은 희생자가......

 "그거 폭동이잖아요."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다. 역시 교사는 좌빨이다. 나는 좌빨들에 맞서 행동하는 일베인으로써의 자세를 보여줄 것이다. 그런 결심에도 불구하고 일수 군의 말이 끝나자마자 교실에는 적대감이 감돌았다. 어휴, 일베蟲 새끼. 하고 조롱하는 노골적인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교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는다. 그러자 학생들에게서도 폭소가 터져나온다. 모멸감에 가득찬 일수 군에게 교사의 반박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 명불허전 졸렬한 새끼들. 반박도 못 하는 주제에 실실 쪼개? 집에 가서 일베에 올리고 같이 까야겠다.

 눈 물을 참으며 하교한 일수 군은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은 긴장에 휩싸여 있었다. 에이, 씨발 또 뭐야. 중얼거린 일수 군에게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야, 이 개새끼야! 하고 일갈한 아버지는 다짜고짜 일수 군에게 따귀를 날렸다. 아나 뭔데! 하고 외치기 전 일수 군은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았다. 일베의 작성자 글 목록에는 김치년, 운지, 홍어 등의 자극적인 제목이 나열되어 있었다. 에이 씨발 저게 뭐가 어때서! 라고 외칠 틈도 없이, 일수 군은 그저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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