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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의 어느 86년생이 86년생인 유아인에게....
게시물ID : sisa_3344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여름소금킥
추천 : 18
조회수 : 154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12/22 01:04:23

출처: 루리웹 Suicidal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31/read?articleId=974343&bbsId=G003&itemId=18&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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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링크(http://cafe.daum.net/ok1221/8hHX/7531929?docid=4040579697&q=%C0%AF%BE%C6%C0%CE)의 발언을 남긴 

어느 엔터테이너와 동년배인 86년생 평범한 학생입니다.

6년제 학교를 다니는 탓에 3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여전히 학생으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이 글을 읽을지 전혀 확신하고 있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글을 읽고 몇가지 의문되는 점과 걱정스러운 점이 있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니 쓸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같은 86년생이니만큼 저와 비슷한 사회정치문화적 일들을 겪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역시 모든 사람이 같을 수는 없기에 생각하는 것도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요.


저는 일단 유아인씨의 글을 읽고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의 개념에 대한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정치권의 그분들은 보수인가, 그리고 그 대척점에 서있는 일군의 세력은 진보인가. 


보수와 진보는 상대적 개념이긴 하지만 우리가 교과서적으로 알고있는 보수나 진보가 대의민주주의적 권력을 행사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는 진보정부였습니까? 

그들의 정치 정책적 스펙트럼은 일반적 현대 국가의 진보가 아닌 중도 보수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보수라고 생각했던 정권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정치적 스펙트럼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라는 개념은 정치나 정책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저는 이들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부산물이지 정치적인 구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아인씨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현대 국가라는 것은 어떤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이 개념이 자리잡은 것이 얼만큼이나 되었다고 생각합니까?



딱히 대한민국 정부 수립인 1948년과 한국전쟁, 그 사이의 수많은 현대사적 사건들을 상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피냄새가 가득합니다. 


그리고도 우리는 수십년동안 국가다운 국가와 정부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중고교 교과서에서 주권재민의 뜻과 삼권분립의 의미, 대의민주주의의 정당성과 당연함, 그 소중함에 대해서 

무척이나 자세하게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러한 당연한 것들을 누려온 역사는 겨우 삼십년도 안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것도 길게 잡아서 그렇습니다. 

문민정부가 상식적인 현대국가의 정부 구실을 했다는 하에 말입니다. 


이번 선거결과 이후 많은 이들이 광주의 분위기를 전하며 80년 518 광주항쟁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86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는 당연하게도 80년 광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만 전남에서 초교 교사를 하셨던 저희 아버지는 80년 끔찍한 학살의 현장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계십니다. 


물론 저희 아버지도 직접적으로 그 일을 겪진 않았습니다. 

다만 군부대가 정신없이 들어오고 탱크가 오가고, 삐라가 살포되는 아비규환을 말합니다.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말이죠. 저는 그 일에 대해서 말하기도 싫어하는 아버지의 그 눈빛을 여전히 기억합니다. 


518 당시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꺼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전두환 당시 계엄군 사령관은 "전쟁의 작전을 수행 하듯이" 자국의 국민을 대량 학살했습니다. 


그마저도 전 세계는 이 사건을 야만적 학살로 보도되어 나간 이 사건을 당시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사건을 그저 빨갱이들의 난동으로만 알고있었습니다. 


상식적 국가관을 지닌 인간이라면 이 일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말이 안되는 일인지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시 시위대는 계엄군이 물러가길 요구하는, 교과서적 민주주의를 말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시민을 공수부대를 동원해서 학살하는 국가가 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그 일은 아직도 20대인 제가 태어나기 전 단지 6년전에 일어났던 참상입니다. 



한세대조차도 안되는 짧은 세월입니다. 


우리가 행사하고 있는 투표의 권리는 어떻습니까? 


대통령 직선제가 이루어진 해는 87년입니다. 

제가 태어난지 단지 1년 후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전까지 대통령은 체육관에서나 뽑히는 존재였습니다. 


대통령은 반인반신인 그런 시대였습니다. 


그마저도 국민들은 소중한 투표권을 전두환과 한패인 노태우에게 행사했습니다. 


결국 반독재 세력은 10년동안 짧은 집권을 이루어 냈습니다. 


그러나 학살의 주동자는 대부분 벌받지 않았으며, 벌받은 이들 조차 사면복권되었고, 

그들 주변에 있던 자들은 지금 권력의 대부분을 쥐고 독사와 같은 혓바닥을 놀리며 새정치와 변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반독재세력이 집권한 짧은 10년의 세월을 잃어버린 10년이라 칭하며 현대사를 우롱하고 있습니다. 



이 독사와 마귀같은 이들은 매년 초가 되면 학살의 주범에게 가서 인사를 드리며 소위 보수세력의 아버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의 역사의식은 어떻습니까? 



저는 차기 대통령은 박근혜님이 민주주의의 의미를 알고있는지 몹시 의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싸우려는 이들은 사라져가고 어느새 진실을 부정하는 이들이 주변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남녀노소가 없습니다. 



이쯤에서 저는 우리나라가 과연 올바른 국가의 길을 걸어온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싶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이 자유를 누린지 몇년이나 되었길래 이들의 피를 잊으라 말하는가?




광주가 말하고 있는 것은 단지 양대 구태세력의 축에 대한 고집이 아닙니다. 


광주가 던지는 90%대의 야권표는 독재의 망령에 대한 절규와 저항입니다. 


이들은 온몸을 던져서 그날의 끔찍한 참상과 공포를 전하고 있습니다. 



어제 누군가 리트윗했던 구절의 무거움이 제 가슴을 짓누릅니다. 




4.3사태를 겪은 제주도도 잊고 부마항쟁으로 200만의 학살을 겪을 뻔 한 부산도 잊고있는 이 일만을 광주만이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의 상식적인 자유들은 이들의 피에 빚지고 있습니다. 


실패에 순순히 승복하고 고개숙이라는 말은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습니까? 


어제 여기저기서 트윗되어 온 이야기들은 여전히 광주가 현재진행형의 아픔을 겪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쉽게 잊어버리기엔, 그러기엔 독사와 같은 무리들이 너무도 많이 남아 사람들의 양심에 생채기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남아있는 한 교과서적 상식을 기억하고 피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상식을 추구해온 세력의 패배에 쉽게 승복할 수 없겠지요.


물론 승복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예전처럼 총을 들고서 관공서를 점령하고 항쟁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들은 합법에 의해서 교묘하고 보기좋게 포장되어있습니다. 

그럴 명분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80년 광주에서 일어난 학살들을 잊지 않아야 하며 87년 서울광장에 쏟아져 나온 넥타이 부대들의 염원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 시대를 직접적으로 체험하지 않은 저는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겪은 시대의 고통을 기억하지 않는한 미래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엔터테이너로서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표출하는 일은 정말로 여럽고 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생각에는 살아온 나이만큼의 무게만큼의 진정성이 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역사 정치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성찰은 

적어도 한시간전에 제가 헬스장에서 들다 온 덤벨보다는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누리기엔 제 발언의 자유와 권리행사의 소중함이 너무도 많은 이들에 의해 빚져있고 몹시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유아인씨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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