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전라도 토박이, 현재 서울 거주자임을 밝힙니다.
이념적인 성향은 이정희/심상정 등등에 가깝습니다만, 선거에서는 늘 전략적으로 민주당에 투표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제가 전략적인 투표를 떠나 정말 문재인 후보를 존경하며 찍었기 때문에
그 날 저녁 펑펑 울 정도로 좌절이 컸습니다.
1. 대구/경북
방송에서도, 그리고 여기 오유에서도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대구/경북의 인구수 = 호남(전라남북도) 인구수입니다.
두 지역은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도 80%가량으로 거의 비슷했습니다.
대구/경북의 인구수가 조금 더 많지만, 박근혜와 문재인 득표율은 80% vs. 90%였기 때문에
사실상 이 두 지역의 표차이는 서로가 서로를 상쇄합니다.
결론: 대구/경북은 예상한 바였고, 애초에 이 대선에서 영향을 주는 변수가 아니었습니다.
2. 부산/경남
이번에 가장 괄목할만한 득표를 보여준 지역입니다.
문캠프의 목표가 40% 득표였는데 거의 맞췄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0%대였고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번만큼은 지지받지 못했죠.
결론: 목표치를 맞춰줄 만큼 잘 해준 지역입니다.
저는 앞으로 인구수도 많은 이 지역이 더욱 기대됩니다.
3. 서울/경기
5% 내외 차이가 난 경합지역입니다.
서울은 문재인에게, 경기는 박근헤에게 표를 줬지요.
서울/경기는 영/호남처럼 정치색이 정해진 곳이 아니지요.
어쩌면 '박빙'이라는 이번 대선을 잘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에서만 30만표를 얻었다고 하는데 이번은 둘 다 어느 한 편을 밀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많이 벌리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요.
결론: 역시 거의 서로 상쇄되어 버릴 정도로 표차가 나지 않았고 어느 특정 후보를 밀지 않음.
4. 그 외의 지역 - 강원도, 충청도, 제주.
경합지역도 아닌 박근혜를 밀어준 지역입니다.
강원도, 충청도 보수색이 강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그래도 이번 선거는 보수 vs. 진보 대결이 아니라 독재 vs. 민주 세력의 대결로 봤기 때문에 참담했습니다.
결론: 이 지역은 확실히 박근혜를 지지한 지역입니다.
5. 총결론
대구/경북, 호남은 예상대로였고, 그 득표수는 서로 상쇄됨.
부산/경남은 예상보다 잘해줬음.
서울/경기는 예상보다 문재인을 밀어주지 못했음.
충청/강원/제주는 박근혜를 밀어주었음.
대구/경북 역시 느리지만 변화의 조짐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박근혜 찍은 대구/경북 사람들 오유에 안 들어옵니다.
들어와서 우리가 비꼬는 글 본다고 해서 마음이 바뀌지 않아요..
오히려 여기 계신 문재인을 지지한 소수의 대구/경북인들 마음만 상하죠.
이건 충청/강원/제주/경기 분들도 마찬가지구요.
**잊지 말아야 할 건..!
1997, 2002년엔 이른바 스스로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그들과 손을 잡거나 그들의 힘을 빌려야만 했습니다.
(의도된 바는 아니었을 것이나)이인제와 김대중, 정몽준과 노무현.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집권할 순 없지요.
하지만 이번 대선을 보세요.
우리는 수년 전부터 새누리/한나라 당에서 가장 각광받는 대선 주자였던 박근혜를 대상으로
그들의 분열이나 그들의 일부와 손잡지 않고서도
3%, 100만표 차이까지 쫓아갔습니다.
호남은 변치 않았고 영남은 변해주었습니다.
젊은 세대들의 투표율도 높아졌고,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은 부끄러워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투표하기 시작한 지 겨우 30여년 지났습니다.
그리고 5년 단위의 대선에서 그 중간 중간 총선에서 분명히 변화가 보이고 있습니다
(결과는 결국 패배,일지라도 중요한 건 과정입니다. 이게 쌓이면 분명 달라질 거에요.)
오히려 문재인을 지지한 대구/경북 사람들, 특히 이곳에 들어오시는 분들을 위로해주세요.
이번에 너무 절망해서 수구보수로 살겠다는 분들이야말로 반성하셔야 합니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현실에 절망하고 타협해서 수구보수로 돌아설 때마다
우리의 변화가 멈출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