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사는 80대 할머니가 단둥에 있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내용이 콧잔등을 시큰거리게 한다. 이 편지에는 북한의 생활고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황해북도 모처에 사는 80대 할머니가 중국 단둥(丹東)에 살고 있는 60대 지인에게 인편으로 보낸 이 편지는 ‘금년에 꼭 (중국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수속이 빠르지 않아 못 들어가고 내년 3월에는 꼭 들어갑니다’로 시작해 ‘식량 사정이 몹시 곤란하며, 우선 5장만이라도 보내주면 고맙겠다’는 간절한 청으로 끝이 난다.
아마도 가까운 친지에게 보낸 편지 같다. 여기서 할머니가 5장만 보내달라고 한 것은 아마도 달러 500달러를 보내달란 의미일거다. 500달러면 북한에 있는 할머니 가족이 이 겨울을 날수 있을 정도는 되는가보다.
이 편지는 나일론 천에 사연이 적혀 있었다. 북한 당국의 출국자 검문 과정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면 발각될 것을 우려해 흰 헝겊에다 사인펜으로 작성한 것이다. 편지는 중국으로 나오는 이웃 주민의 점퍼를 뜯어낸 안쪽에 숨겨져 국경 밖으로 반출됐다.
북한 당국이 식량난 같은 북의 실상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출국자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몸수색을 하고 있으며, 사소한 모든 일상적인 것들을 검열 혹은 통제하거나 압수하고 있다는 사실이 편지로 확인된 셈이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북한주민들의 곤궁함을 눈앞에서 확인 한 것 같아 가슴이 싸~하다. 북한의 새 지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이런 사정을 안다면 근본적인 해결책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