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여수캠퍼스에서 일하는 한 청소노동자의 절규다. 두 평쯤 되는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절단된 벽걸이 에어컨 선, 망가진 전원장치 그리고 강제 분리된 실외기는 청소용역 노동자를 대하는 전남대의 단면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국립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총장 지병문)가 에너지 절감을 이유로 사전예고도 없이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에 들어가 에어컨 전원선을 절단하는 사건이 발생해 청소노동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9일 오전 11시 광주지역일반노조(이하 청소노조)는 전남대 여수캠퍼스 대학 본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휴게실 에어컨 절단사건 규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립전남대학교가 청소노동자에게 자행한 야만을 규탄했다. 또 해당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남대학교 총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해당 업무 지시자를 즉각 파면할 것을 요구해 사태가 커질 전망이다.
"우리도 사람이다... 인격살인 중단하라!"
학교 측은 지난달 31일 오후 2시경 전남대 본관에 위치한 1공대 미화원 휴게실, 3공대 미화원 휴게실, 인사관 미화원 휴게실에 있는 벽걸이 에어컨 선과 전원장치 그리고 실외기를 강제로 절단한 바 있다. 이같은 사실을 전한 한 청소노동자는 "총 4개의 휴게실 중 2공대 미화원 휴게실을 절단하지 않은 것은 급히 하다 보니 위치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였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청소노동자들은 '우리도 사람이다'는 대형 피켓을 펼치며 '청소노동자도 사람이다 인격살인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설움을 달랬다. 에어컨이 강제 철거된 후 대학 측에서 준 6대의 선풍기는 청소노동자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들에게 선풍기는 인간적인 멸시와 모멸로 다가왔다. 이들은 집회가 끝나자 선풍기를 내동댕이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선풍기를 반납했다. 그리고 "에너지 절감 똑바로 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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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노동자들은 집회가 끝나자 학교측에서 준 선풍기를 내동댕이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선풍기를 반납했다. 그리고 에너지 절감 똑바로 하라고 경고했다. | |
| ⓒ 심명남 | |
참가자들의 규탄발언도 이어졌다. 최용호 광주지역일반노조 위원장은 "전남대 여수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만은 더운날 청소노동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면서 "뉴스에서는 폭염특보가 예고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청소노동자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다, 점심시간 1시간 동안 휴게시간을 가지며 잠깐 트는 에어컨이 이곳 전남대학교는 그렇게 사치로 보이냐"고 털어놨다.
"전남대 총장 인원위원회에 제소할 터..."
그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인들은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휴게소 에어컨만을 절단했다고 하니 다들 믿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대학 전체 차원에서 그런 거 아니냐고 되물었고, 이런저런 정황 근거를 말하니 결국 실소를 금치 못하더라"면서 "국립대 여수캠퍼스에서 대낮에 도둑놈처럼 몰래 들어와 이 같은 짓을 자행한 것에 대해 전남대 총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성토했다.
통합진보당 천중근 도의원은 "저도 노동조합 출신이고 지역에서 수많은 투쟁을 이끌었던 장본인이지만 이렇게 삼류적인 행태는 처음 겪는다"면서 "분노한다 못해 여러분의 처지에서 분연히 일어나 더 이상 이같은 행위가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고 톤을 높였다.
이어 "여수캠퍼스는 같은 전남대지만 광주에 있는 전남대보다 노동 조건이 틀리다,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데 최대한 동일조건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도 범죄행위다, 특별히 여수캠퍼스는 전남도에서 전남대 여수캠퍼스 정상화를 위한 공동발의를 했듯 전남대 총장에게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대 청소노조 여수지부 김철식 지회장은 "동지들의 힘을 빌어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현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용역업체 노동자에게도 휴게실과 냉·난방시설, 샤워시설 등의 완비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을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지성의 전당인 국립대학교 전남대 여수캠퍼스의 행태를 상식 밖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남대 청소노조는 "전국의 대학에서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소식이 줄을 잇고 있는 마당에 지난 31일 학교 측이 자행한 이 사건은 대학이 말하는 절감과는 하등 상관없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괘씸죄로, 치졸하기 짝이 없는 보복 행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노조 측은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 이른 아침부터 뙤약볕에서 땀범벅된 몸으로 잠깐 쉬는 사이 사용하는 에어컨 비용이 얼마나 된다고 이 난리법석을 떠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전남대학교가 진정 에너지 절감의 차원이라면 응당 사무실부터 모범을 보여야 하지만 사무실과 신축건물에 에어컨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는 현실은 대학이 말하는 에너지 절감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에게 사무실도 모두 에어컨 사용을 못하게 조치하였다는 낯 뜨거운 거짓말을 늘어 놓으며 우롱하더니 이런 만행이 부끄러웠는지 선풍기를 대체지급하고 조금만 기다리면 복구해주겠다고 말해 청소노동자들을 더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전남대, 에너지 절감차원 청소휴게실 '강제전원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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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 전남대 여수캠퍼스가 에너지를 절감한다며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소에 사전예고 없이 침입해 벽걸이 에어컨 선(왼쪽)과 실외기(우측 상단)를 강제 분리하고 전원장치(우측 하단)를 철거했다. | |
| ⓒ 심명남 | |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전남대 여수캠퍼스 총무과 이아무개 팀장은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계도를 했으나 청소용역휴게소에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놓고 문도 열어 놓는 등 관리가 안 되어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이 청소노동자들만 에어컨을 튼다고 불평이 많아 휴게실과 수위실, 운전원 대기실도 전원공급을 차단시켰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전남대학교는 직원들도 이런식으로 강제로 전원공급을 차단시키냐고 묻자, "중앙차단장치가 없는 곳은 경각심을 주기위해 강제 분리했다"고 말했다.
여수캠퍼스의 한 청소 노동자는 학교 측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직원들 사무실은 아무런 변화가 없고 환경미화원 방에만 철거된 것을 뒤늦게 알고 심한 모멸감이 들어 참담했다"면서 "우린 여전히 청소노동자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우린 직원들을 높여 줬는데 그분들이 우리한테 한 행태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었다"는 심경을 밝혔다.
한편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는 올 6월 17일 노조 설립을 마쳤다. 노조는 해당업체와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기자회견후 학교 측은 에어컨을 긴급 원상복구한 바 있으나 에어컨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게 에너지 절감의 본 모습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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